쿠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등 7천여 명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멕시코와 국경을 맞닿은 미국 남부 국경으로 중남미 이주자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에 따르면 적어도 수백 명의 이주자 행렬(캐러밴)이 5일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를 떠나 미국 남부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이 캐러밴은 엿새 전에 출발해 현재 멕시코 남동부 윅스틀라 마을 인근에 머물고 있는 더 큰 캐러밴에 합류할 계획이. 치아파스 주정부는 이 캐러밴 행렬이 총 3500여 명이라고 추산했지만, 현지 단체들은 7천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쿠바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출신들로 알려졌다. 가난과 정치적 불안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렇게 행렬을 지어 온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주자가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미국 국경을 넘기 전에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출시한 스마트폰 앱 ‘CBPOne’을 통해 망명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캐러밴에 동참한 사람들은 이 절차를 진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셀마 알바레즈 씨는 <로이터 통신>에 “인도주의 비자를 받기 위해 멕시코 영토를 통과하며 3~4개월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라면서 "또 각종 짐승과 범죄 위험 때문에 캐러밴을 통해 함께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라고 밝혔다.

원래 캐러밴은 사막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던 상인들, 또는 순례자들의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요즘엔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씩 무리지어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주자 행렬을 캐러밴이라고 부른다. 캐러밴의 미국행은 지난 2018년에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캐러밴 행렬이 줄었고, 이후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했다. 이 때문에 국경이 봉쇄되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캐러밴 행렬이 끊겼다. 그러다가 다시 캐러밴 행렬이 시작됐는데, 특히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도입했던 ‘타이틀42’가 지난 5월 종료된 이후 더 많은 사람이 국경으로 몰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의 무단월경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망명신청 등 강화된 새 망명 규정을 도입했다. 미국에 불법 입국하다 적발돼 추방된 사람은 5년 동안 합법적인 입국을 금지하고, 적발될 경우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렇게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지만, 남부 국경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한 이민정책으로 인해 남부 국경에 이민자들이 몰리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봐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국민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