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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왜 무정부상태 같을까... 수수께끼 풀린 윤 정권의 실체
[허리케인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일년 반, 모든 게 선명해졌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오마이뉴스) 강인규 기자 = "박근혜와 이명박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 한국에 머물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한 번만 들은 게 아니니, 독자들께서도 비슷한 말을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망스럽다 해도, 탄핵으로 임기 도중 쫓겨난 대통령이나, 수백억 원 뇌물과 횡령 등 20여 가지 범죄 혐의로 수감됐던 대통령을 그리워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물론 앞의 탄식이 '그때가 좋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글픈 한탄 속에는 현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실망을 넘어, 깊은 우려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큰 염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일 것입니다. '또 무슨 일을 저지를까'라는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품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는 확실히 '급'이 다른 대통령임에 틀림 없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가 집결한 현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걸쭉한 비속어를 내뱉으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차라리 그런 겁 없는 태도로 한국 이익을 위해 싸우기라도 했다면 나았겠지만, 그는 미국과 일본 앞에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예스맨' 역할을 해 왔을 뿐입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삶과 한국 경제는 외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위태로운 등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기막힌 일을 당할 때 즉각 대처하지 못합니다. 처음 보는 생물체가 튀어 나올 때 처럼, 눈 앞에서 상식 밖의 사태가 펼쳐지면 마치 사고가 마비되는 듯한 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욕설 논란에서 시작해, 난데없는 '공산 전체주의' 반대 선언과 '사면으로 강서구청장 후보 재활용하기'까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사고가 마비되는' 흔치 않은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질러 놓은 후, 시민들이 사태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을 터뜨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표적을 맞추기 힘들듯, 저돌성과 결합한 몰상식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용산에 입주한 이후부터 그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해 왔습니다. 정치적 관심에서보다는 제 직업인 사회과학자와 교육자로서 그를 관찰해 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는 최근까지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 왔지만, 윤 대통령처럼 종잡기 어려운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 년 반 가까이 자세히 관찰하며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이념의 외피로 무능을 덮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줄곧 '대화'와 '협치'를 주문해 왔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0.73퍼센트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당선됐기 때문에 양쪽을 보듬어야 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이 국가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임무는 대통령이 73퍼센트 득표로 이겼다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단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광복절 경축사에서까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내놓은 '경축사'치고는 매우 기괴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균형 잡힌 외교에 대한 요구나, 국민건강과 환경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 폐수 방류에 대한 우려조차 "공산세력, 반국가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는 것"으로 치부하며 적대시했지요. 그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격언까지 문제 삼으며,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말 본래의 의미와 물리법칙 모두를 거스르는 이상한 '날개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정확히 윤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독선의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새는 양 날개가 모두 온전해야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좌우 날개를 각기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두 날개를 똑같이 움직여서는 머잖아 장애물에 부딪혀 떨어지고 맙니다. 새가 왼쪽으로 이동할 때는 왼편 날개를 아래로 숙이고,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반대 날개를 아래로 움직입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개 각도를 바꿔 날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계속되어 온 윤 대통령의 이념색 짙은 발언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일부가 말하는 대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애청하며 '늦깎이 우익'이 되어서일까요? 그의 이데올로기성 발언이 증폭된 시점이 약식기자회견을 중단한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취임 후 줄곧 출근길 약식회견을 즐겨 오다가, 몇 차례 실언을 하고, 무엇보다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 행사를 갑자기 중단합니다.

일부는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념색을 덜고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전망합니다. 한 보수언론은 그가 후보 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준석 전 대표와 얼싸 안거나 신년사에 큰절을 한 것을 언급하며 '불통처럼 보여도 무섭게 변하는 사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며 민생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윤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을 중단하고 실용 노선의 길을 걷게 될까요? 선거 패배 이후 짧은 기간을 포함해 제가 일 년 반 가까이 대통령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념을 내세웠던 탓에 현안에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니라,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탓에 이념에 집중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존재보다 더 큰 부재의 웅변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을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이 일상의 행사가 꽤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를 중단한 후 일 년 가까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때로 부재가 존재보다 더 큰 웅변을 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시민들과의 접촉면이 줄수록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높아졌고, 이 기간에 정책 실패의 우려는 지속적으로 커졌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대안부재의 징후로 파악합니다. 그에게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이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반성'과 '소통'을 말하기 시작한 대통령의 변화를 무시한 판단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부가 어떻게 표현하든, 강서구청장 보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완패한 뒤, 대통령이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주문했다는 전언이 있었고,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반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일제히 "윤 대통령, '소통 부족하다 지적하는 분 많아 반성,'" "'소통 부족 지적에 많이 반성…국민 위한 정치할 것" 등의 표제를 달아 보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한 발언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소통은 많이 했습니다.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마는, 소통만 해갖고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을 해야 됩니다."

육성을 들어보면, 상대에게 주입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성'과 '소통' 이야기는 단정적 말투 "해야 됩니다"로 끝을 맺습니다. 특히 "소통만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부분은 또 다시 '사고마비'를 유발합니다. 소통이 왜 필요한가요? 정책의 추진 방향을 정하기 위해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진'을 먼저 언급하는 그의 발언은 '소통'을 '사후 통보'나 '홍보' 정도로 파악하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 사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 패배 이후 어떤 일을 '추진'해 왔는지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가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친한 친구의 친구"가 탈법행위와 자질 시비로 낙마했고, 곧이어 구청장 보선 패배 예측이 현실화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대학동기를 헌법재판소 소장에 지명한 것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자리에 후배를 앉혀 경찰을 통제해 온 것도 모자라, 이제 헌법재판소까지 지인을 심겠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임기가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사람을 말입니다.

대통령이 '40년 지기'를 헌재소장 후보에 지명한 날은 18일로, 그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던 날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들려온 소식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김좌진•안중근 열사를 기리던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시작했다는 속보였습니다. '반성'과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위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소통을 할 줄 알아야 소통을 하지


▲ 2019년 7월 25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상대는 두 부류로 나뉘는 듯합니다. 철저히 굴복시킬 대상 아니면 완전히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말입니다. 타협과 중재는 그의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는 당연히 현대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심각한 자질 결여를 의미하지만, 그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중들에게 평가받지 못한 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1960년대생입니다. 성인으로서 삶 대부분을 민주화가 성취된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그가, 어떻게 그런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지닌 채 검찰 조직의 지도자 역할을 해 올 수 있었을까요? 또한 그처럼 고압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미국이나 일본 지도자 같은 소수에게는 그렇게 철저히 복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 검찰 조직의 특수성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 검찰은 사회의 민주적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역행해 온 독특한 조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행적 리더십을 몸에 익힌 공간이기도 하고요. '철저히 굴복시키거나 완벽히 복종하는' 이분적 태도는 한국 검찰이 작동해 온 방식이기도 합니다.

용산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은 아무도 직언하지 못할 만큼 두려운 존재인 듯합니다(직언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측근이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정부상태'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추상같은 대통령이 지배하는 무정부상태'라는 모순 뒤에는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할 줄 아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 눈에 비친 한국 대통령은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장소만 옮긴 검찰총장입니다. 검찰총장은 사표 던지고 떠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책임지는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으니 '무정부상태'라는 표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까닭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니 보일 리도 없지요.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0월 28일, 토 12: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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