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돕는 특정 개인과 단체 처벌, 아시아계 유권자에 불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있는 주에서 강력한 투표 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주 상원과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에서는 이같은 법이 수월하게 제정된다.

지난 5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서명한 투표 관련 법안 중 한 선거 관련 조항을 예로 들어보자. 투표 양식을 처리하거나 수집하는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중범죄 경력이 있거나 미국 시민이 아닐 경우 선거 관련 단체에 5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비록 연방 판사가 이달 초에 이 조항을 일시적으로 차단했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디샌티스와 공화당 지도자들의 표 단속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올랜도센티널>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조지아와 텍사스를 포함해 2021년부터 유권자를 돕는 개인과 단체에 형사 처벌과 벌금을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하거나 강화한 6개 주 중 하나이다. 이들 주에서 투표와 관련해 처벌이 점점 더 엄격해지면서 통역사, 유권자 등록 도움 단체, 우편 투표 지원 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투표권 옹호자들은 특히 이같은 엄격한 법이 아시아계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플로리다 여성 유권자 연맹은 소외된 주민들의 유권자 등록에 힘써 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점차 커지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이민자 사회로 확장됐다.

플로리다여성유권자연맹 리아 내시 사무총장은 "플로리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미국인의 30% 이상이 영어 능력에 제한되어 있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없으며, 특히 AAAPI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신문에 전했다. 이 단체는 플로리디주의 엄격한 투표법 때문에 온라인 링크와 QR 코드를 사용해 유권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 도구는 단체가 개인과 지역사회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없애고, 테크놀로지에 취약한 계층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 인구조사 자료 기준으로 2010년과 2020년 사이에 아시아, 하와이 원주민 및 기타 태평양 섬 주민의 수가 35% 증가했다. 소수인종의 투표 접근을 어렵게 만든 주에서 활동하는 일부 민권단체들은 새로운 법을 또다른 형태의 유권자 탄압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애틀랜타의 아시안 아메리칸 어드밴스드 저스티스의 소송 책임자인 머레디스 윤은 "이 법들은 특히 제한된 영어 능력을 지닌 유권자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AAAPI 유권자들을 포함한다"라고 전했다.

조지아는 공화당 성향의 주이지만, 2016년보다 91% 증가한 AAPI 투표율에 힘입어 바이든 대통령이 0.25%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를 누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이든은 한국계를 비롯해 중국계, 인도계, 베트남계 등을 포함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72%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는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당시 아시아계 미국인 투표율은 84%로 4년 전보다 급증했다.

이후 등장한 조지아의 2021년 선거 관련 법의 한 조항은 투표소에서 유권자에게 돈이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경범죄로 만들었다. 이 조항은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는 것을 포함한다.

텍사스에서는 지난 6월 공화당원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불법 투표에 대한 처벌을 기존의 경범죄에서 중범죄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한편 약 2400만 명에 이르는 아시아계 유권자는 과거 베트남 공산화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온 베트남계를 제외하고는 민주당 성향이 강한 편이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달리 친이민 정책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경제적 기회 제공 등을 내세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