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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서로에게 꽃이 되는 관계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한 여름 더위에도 그분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그분은 잠을 잔다. 가끔은 그 모습이 애처로워 그분을 깨우고 그늘로 좀 가시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나타난다. 나는 그렇게 주무시는 분에게 다가가 그분을 깨우고 돈을 드린다. 그런 와중에도 액수를 확인하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돈을 옷 속 깊은 곳에 소중하게 갈무리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분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그 앞 가게에서 신고를 했을 것이다.

산에서 노숙을 하는 분도 그랬지만 산에서는 자리를 얼마든지 옮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분이 안 보이면 이곳저곳을 살펴 그분을 찾았다. 좁은 공원 산에서 그분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지하철 역사로 간다고 했다. 그분이 갔을만한 지하철 역사를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했다. 하지만 봄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왔다. 몇 년간을 그렇게 만났지만 그분은 내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받을 빚이 있어 그것을 받으면 노숙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얼굴을 알게 되니 먼저 인사도 하고 내 발자국을 알아듣고 자다가도 일어나 인사도 했다. 그분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끝내 이름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렇다 나는 만나는 노숙자 선생님들에게 늘 돈을 드리지만 그분들이 이름을 알려준 경우는 없다. 아무리 환하게 웃어도, 아무리 먼저 인사를 하게 되었어도 나는 그분들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그분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의미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사실 가난한 나는 그분들의 하소연을 듣기가 거북하다. 그것을 듣고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면 나는 너무 큰 양심의 가책을 받고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나도 일정 수준 이상 진도를 나가려 하지 않는다. 그런 내게 그분들이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늘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김춘수 시인을 좋아한다. 어쩌면 꽃 시인으로 불리는 김춘수 시인도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관계가 그리워 그 시를 쓴 것이 아닐까?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는 읽을 때마다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가 ‘너’가 되고, ‘나’와 ‘너’가 관계를 맺어 서로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이 복음의 본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만나는 그리스도인들과 얼마나 이런 관계를 맺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까지 나는 그런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그래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뵈올 낯이 없다.

나는 늘 키엘케고르가 말한 고슴도치의 딜레마에 빠진다. 멀면 온기를 느낄 수 없고 가까이 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린다. 그래서 멀어지지도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한다는 딜레마이다. 키엘케고르는 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떠난다. 내 가시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찔릴 각오를 하고 있어도 매번 찔릴 때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굳은살은 박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노숙자 선생님들은 현자들이다. 그분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찔린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예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삶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분들의 현명함에 나는 늘 가슴이 저리다. 그분들도 꽃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유일한 위로는 주님께서 내 이런 애통함을 아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위로가 그분들과 내게 임할 것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 작은 돈 지갑을 항상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얼마 전 보았던 미담 기사에서 비 오는 날 폐지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던 여성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돈을 찾아 삼만 원을 드렸다는 내용을 보았다. 어쩌면 그 여성도 나처럼 가난한 사람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여성처럼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우산을 씌워드리자 수레를 끌고 가시는 분이 거부를 하셨다. 어차피 비를 맞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에게 준비해서 가지고 다니던 오만 원을 드렸다. 나는 노인에게 삼만 원을 드릴 수 있는 그분과 만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삼만 원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은 한 번 삼만 원을 드려보시라)

"돕는 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신영복 선생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이다. 인간의 존엄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똑같아 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미안 신부님처럼 자신도 나병환자가 되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다.

늘 나는 되도 않는 사람이 너무 큰일을 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늘 곱씹게 된다. 주님은 왜 내게 이런 일을 하게 하실까?

추석이 가까워진다. 나는 이런 때 내 지갑에 넣을 돈을 마련한다. 내가 돈을 드리는 것은 그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비록 나는 내 몸에 가시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장애를 지닌 사람이지만 가까이 다가가기를 포기하는 대신 작은 순간의 기쁨을 드릴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많이 할수록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작아진다.(내 몸의 가시도 나를 따라 작아지고 가늘어질 것이다.)

어쩌면 내 몸의 가시란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두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갓 난 동물이나 아기들에게는 그런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사자도 하룻강아지는 물지 않는다. 나는 매일 조금씩 늙어가는 가난한 노인이다. 조금 더 늙으면 어쩌면 나도 하룻강아지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서로에게 꽃이 되는 관계를 희구한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시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똑같아지는 연습을 한다. 신앙이란 주님이 깨닫게 해주신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꽃이 되는 관계, 오늘도 나는 그곳을 향해 간다.
 
 

올려짐: 2023년 9월 11일, 월 11:4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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