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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샬롬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참 이상한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인다. 사실 변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모든 것을 보는 내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 자신이 과정적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알기 어려운 것은 매순간 자신이 자신에게 절대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한다는 것, 어제의 오늘과 오늘의 내가 달라졌다는 것은 퇴행의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 비해 어리석거나 완벽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사람은 겸손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겸손이야말로 신앙함의 토대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겸손이라는 토대 없이 자신의 신앙을 확신한다. 그런 신앙이 신앙일 수 없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이 자신을 숭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된다.

특히 성공은 겸손을 사라지게 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특효약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성공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사탄으로 향하는 넓은 문이 되기 일쑤다. 하나님은 성공한 사람 주변에 그것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주시지만 성공한 사람은 그 사람을 성공해서 가지게 된 힘으로 쫓아버리게 된다. 그것은 대통령이 된 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사람은 가장 현저한 특징은 ‘남 탓’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은 인간의 성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신앙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첩경이 된다. 우리는 주변에서 그렇게 된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타산지석이 되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성공을 지향하거나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혹독한 가난 속에 방치되었다. 가난은 사람을 세파에 무방비로 세운다. 세상의 바람은 얼마나 거센가. 그 바람을 맞으면 힘을 지닌 돈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껏 가난해지고 난 후에도 가난이 주는 유익이나 가난의 신비를 배우지 못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가난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없다.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사람들은 내게 “그런데 목사님 교회에는 성도들이 많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돌아선다. 그들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내가 한 말이 옳다는 것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것은 가난을 싫어하고 가난을 멸시하는 세상의 관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가난해질 수 없다!! 주님은 가난한 그리스도인들을 마냥 가난 속에 머물게 하실 수 없다. 그분은 가난한 그리스도인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실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내 말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 이외에는 아무런 소망이 없는 가난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소망이 사라진 지점에서 하나님 앞에서의 침묵을 배울 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보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높음도, 깊음도, 그 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이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 신앙함의 이유이다. 나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자랑하고 그것을 감사한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야 인간은 겸손에 이른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내세울 것이 남아있는 한 인간은 그것을 자랑하게 된다. 무엇이라도 자랑할 것이 남아있다면 그 사람은 겸손에 이를 수 없다. 자랑할 것이 남아있는 사람의 겸손은 겸손이 아니라 위선이다. 하나님은 예리하게 그것을 판단하시고 보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중심을 보신다는 것의 의미이다.

“꼭 자랑을 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내 약점들을 자랑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랑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주님으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시에 염려 없는 삶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 염려하지 않게 되는 것은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약해질 때이다. 그곳에 이른 그리스도인이 도대체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랑할 것이 마침내 등장하고 드러난다. 그것이 바로 약점이다. 그리스도인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이다.

약함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오직 주님만을 바라볼 때 주님은 그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바울은 이 사실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했다. 나는 바울이 겪은 곤경들을 다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추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곤경들을 지나야 했다. 가난이 내게 준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가르쳐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난감한 상황 속에서 주님은 비로소 그리스도인의 주님이 되신다. 바울의 확신에 찬 외침은 바로 주님의 주님 되심을 고백하는 것이다.

주님이 주님 되실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불 성곽으로 둘러 쳐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곤경에 처한다. 난감한 상황에 무력한 내가 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난감하지 않다. 아무리 곤란한 상황도 내게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두려운 경우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순간 그것들은 마치 허상이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바울이 시도 때도 없이 “그리스도 안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그가 끊임없이 환난에 처하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했는가를 알 수 있는 바로비터다. 그리고 그렇게 수도 없이 그러한 상황을 지나면서 그는 아주 조금씩 영적 근육이 생기고 강해졌다. 그래서 마침내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이것은 현실에 만족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과 주님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스스로 하나님이 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은 이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가난과 많은 환난과 각종 시련들을 겪어야 비로소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욥은 그것을 실증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합니다.”

풍요 속에서도 의인이었던 욥, 그러나 그가 주님을 온전히 알게 된 것은 티끌과 잿더미 위에서였다. 그러나 오늘도 그리스도인들은 풍요 속에서 주님을 찾으려 할 따름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어려운 것은 가난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력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아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약함이 자랑이 될 때 그리스도인은 난공불락인 여호와 의 불 성곽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되는 ‘샬롬’을 누린다.
 
 

올려짐: 2023년 9월 02일, 토 5:1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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