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이섬 서부 초토화... "극심한 가뭄 끝 발화가 원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하와이 산불 사망자가 100명을 넘으면서 미국에서 발생한 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로 남게 됐다.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는 산불 7일째인 15일 사망자가 10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민 수백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이다. 아직 수색이 진행되지 못한 지역도 많아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이번 산불이 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에 산불이 번져 85명이 숨진 이래 근래들어 이렇게 많은 사망자를 낸 산불은 없기 때문이다. 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은 지난 1918년 미네소타주 북부 클로케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주택 수천 채가 불타고 453명이 숨진 바 있다. 또 이번 산불은 하와이주에서 발생한 최악의 재난이기도 하다. 이제껏 하와이주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남긴 재난은 지난 1960년 쓰나미로 당시 61명이 사망한 것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은 총 2100에이커, 약 8.5㎢에 달한다. 주택 등 건물 2200여 채가 파손됐다. FEMA는 피해액을 55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2일 피해액이 60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불은 지난 8일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의 마우이섬에서 시작됐다. 마우이섬은 하와이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특히 서부 해변에 있는 마을 라하이나가 큰 피해를 입었다. 아직 정확한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강풍이 불어닥치면서 산불이 주거지를 순식간에 덮쳐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13일 현재 라하이나 지역은 85%가 진압됐다.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은 불길이 완전히 잡혔다. 마우이섬 지역 대부분에 전기를 공급하는 ‘하와이전기’ 측은 산불로 전력공급이 끊겼던 지역의 약 60%에 전력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인명 수색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주지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수색을 본격화하면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카운티 경찰국장은 희생자들을 찾기 위해 투입된 탐지견들이 대상 지역의 3% 정도에서만 수색을 진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과 관련해서 대피 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재 발생 후 대피한 주민들은 당시 대피 경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연기를 맡고 탈출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와이주는 재난 재해 대비 경비용 사이렌이 약 400개 있고, 마우이섬에도 사이렌이 배치돼 있지만, 화재 발생 첫날인 8일 경보 사이렌이 울린 기록이 없다고 하와이 당국은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13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은 원인을 현재 주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데에는 기후 온난화가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이번 산불을 ‘화염 허리케인(fire hurricane)’으로 묘사하며 지구 온난화 시대를 보여주는 자연 재난이라고 지적했다. 극심한 가뭄 상태에서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여태 보지 못한 산불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린 주지사는 "지구 온난화는 우리에게 그리고 모든 곳에서 매우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멈추고 되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