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가 설립한 '프레이거유' 브랜드 사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보수적 교육 방침이 플로리다주 교육계 전반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 교육부가 미국의 보수단체가 만든 교육 자료를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방침은 플로리다 중학교 과정의 신규 교육 지침이 '노예제 미화'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탬파베이타임스> <마이애미헤럴드> 등 주요 매체가 지난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 교육부가 K-12 교실에서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자료는 보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데니스 프레이거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프레이거유(PragerU)'가 만든 것이다. 주 교육부는 이 자료가 시민과 정부에 대한 교육 자료로써 주의 기준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교실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충자료를 승인한다. 그리고 학교가 자료 사용을 승인하면 교사는 보충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플로리다 교육부 대변인 캐시 팔리스는 성명에서 "주 기관이 '프레이거유 키즈(PragerU Kids)'를 검토했고, 이 자료가 플로리다의 개정된 시민 및 정부 교육지침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또 팔리스는 "프레이거유 키즈는 현재 학군의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자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터커 칼슨과 칸덴스 오웬 등 보수적인 인사들이 해설을 맡은 자료는 '프레이거유 키즈' 브랜드의 일부로, 애니메이션 비디오 역사 수업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 타임 쇼를 포함하고 있다. 자료의 전반적인 내용은 미국에서 주류 보수가 주장하는 이념에 따르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레이거는 홍보 영상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단체는 거의 없다"라며 프레이거유가 정신을 개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래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보수 단체 '맘스 포 리버티(Moms for Liberty)'를 위한 대회에서 "프레이거유가 아이들을 세뇌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하려는 세뇌가 뭐가 나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단체가 말하는 '세뇌'는 주법과 일치하지 않으며, 주지사실은 이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들을 지적했다. 디샌티스가 지난해 서명한 '스톱 워크 법(Stop WOKE Act)'은 학교나 직장에서 특정 신념을 세뇌(주입)시키거나 설득하는 것을 금한다. 즉 인종과 피부색 그리고 성과 관련한 주제로 피교육자(학생)의 사고를 비판적으로 키우는 것을 억제한다.

여러 신문이 구체적 사례로 보도한 보수 교육자료는 과거의 인종 교육 내용과 사뭇 다르다.

우선 보수 교육 자료들은 간혹 아이들에게 그들의 선생님들이 '잘못 알고 있다'라거나 심지어 '거짓을 말한다'라고 지적한다.

인종과 노예제도의 역사에 대한 만화 비디오에서 두 명의 아이들은 미국 대륙을 처음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콜럼버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시대에는 "노예 관행이 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람들을 노예로 만든 인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콜럼버스는 또한 아이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노예로 끌려가는 것이 낫기 때문에" 문제점을 찾지 못한다고 말한다.

'노예의 짧은 역사'라는 제목의 또 다른 비디오에서는 노예는 백인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을 우선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예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디오는 또한 1834년 영국에 의해 노예제도가 폐지되었고, 결국 백인들이 노예제도를 처음으로 종식시킨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비디오는 "수세기에 걸친 인간 노예제도 이후 백인 남성들은 이 끔찍한 관행에 종지부를 찍으며 세계를 이끌었다. 여기에는 남북전쟁 중 사망한 30만 명의 연방군 병사들이 포함돼 있고,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라고 말한다. 또 "피부색에 상관없이 아무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라며 백인 노예들도 존재해 왔다고 지적한다.

"극우로 이끌기 위한 통로" vs. "기울어진 운동장 균형 잡으려는 것"

프레거유 자료는 디샌티스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이 학생들에게 보수적 수능 시험인 클래식 러닝 테스트, K-12 표준 지침 수정, 일부 AP(대학 수준의 고교 과목) 제재 등 교육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프레이거유에 대한 논란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프레이거유에 대한 사례 연구를 공동 집필한 캔자스 주립 대학 연구원 애드리앤느 매카시는 <마이애미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비디오 자료에 대해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성향을 매우 강하게 지녔으며, '그들'은 사악하고 비도덕적인 좌파이며 '우리'는 도덕적인 유대-기독교 우파라고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매카시는 비디오가 화려한 애니메이션,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 모험적인 어린이 주인공들을 담아 겉보기에는 무해하고 친근하지만, 잠재적으로는 '극단적 우파로 이끌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극우 단체들이 주장하는 이념이 자연스럽게 자리잡는다면, 이 단체들은 더 용감해지고 더 쉽게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프레이거유의 최고경영자인 멜리사 스트레이는 인터뷰에서 비디오 수업 과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균형 잡기 위한 것이며, 프레거유를 우익으로 분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현재 미국 학교에 존재하는 것의 80%를 극단 좌파로 분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스트레이는 학생들에게 우익 이념을 세뇌한다고 비난하는 유일한 사람은 "아마도 교사 노조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스트레이는 "우리가 추진하는 이념은 프로-아메리칸 이념이며, 이 이념은 미국이 나라를 만든 바탕 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정치적 기업이 아니라 프로-아메리칸 기업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스트레이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우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프레거유 키즈는 2년 전에 출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2009년 설립된 프레이거유는 '프레이거 대학(Prager University)'의 줄임말로 정식 학교는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이 단체는 자신들이 좌파에 대항하는 '선한 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보수적 관점에서 정치, 경제, 철학적 주제를 다룬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다.

일례로 단체가 제작한 비디오는 기후 정책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 대처보다 에너지 빈곤 해결을 주장하고,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며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 시스탬을 옹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