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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친미·친일 윤석열 정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넥스트브릿지] 미·중 대결 시대의 파도 헤쳐나가려면 국가전략 필요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만나 약 2분간 약식 회담을 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송현석 기자 = 한일정상회담(3월 16~17일), 미국 국빈 방문(4월 24~3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5월 7~8일)으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한 불만이 폭넓게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이 문제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문제로 이탈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이탈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언론 보도는 '외교 행보' 때문에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도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국가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친일', '친미' 외교라고 성토한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할 경우 윤석열 정부 지지자들은 "그러는 민주당은 친북, 친중이지 않았나"라면서 반박하곤 한다. 외교 노선 문제가 국내 정쟁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러한 논쟁 구도는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명함'과 '유능함'의 문제를 '가치'와 '이념' 대립으로 끌고 와 국내 정쟁의 구도 속에서 희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일'과 '친미'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이익을 중심으로 전략적 기준을 세우고 윤석열 정부의 대외전략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윤석열 정부가 지금의 세계사적·한국사적 격변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국가전략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미국의 요구는 미국으로 오라는 것


▲ 2022년 8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기조로 내세웠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득을 얻는 미국 업체가 로비를 할 경우 '예외적 조치'를 쉬이 허용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을 위한 미국 정부와의 '예외적 조치'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리하여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관계가 끊기면서 손해가 극심해지는데, 오히려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교역하며 이득을 보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가 미국 내 공급업체들로부터 신규 생산라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메모리반도체를 팔지 않기를 바라면서, 미국에서 조립·판매하는 한국산 전기차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이 중국산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업체들은 보조금을 못 받는 반면,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미국의 조치에 비판이 거세자 최근 미국은 배터리 문제에서 한발 물러섰고 한국에서 가공해 미국에서 조립한 배터리의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광물과 부품에 대한 제한을 1~2년 유예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여전하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20%를 넘는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이다. 만약 한국의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한다면, 그리고 중국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회수할 수 없다면 이 손해를 한국 자동차나 이차전지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한국은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를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대체하는 것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신메모리'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실상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교역량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이 미국의 수정주의 국가인 중국인지 한국이나 독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이 한국·독일·일본·대만 등의 제조업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첫째, 어느덧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미국 중심의 세계 패권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를 포함해 첨단기술과 첨단기술 품목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한편,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자 한다. 한마디로 보호무역과 '자원 민족주의'를 합친 '미국 일방주의와 우선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상당 기간 관련 제조업에서 손을 뗐던 미국 기업과 산업이 한순간에 기술과 공정을 채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그 기술력 역시 앞서고 있어 한순간에 미국이 대체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선택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의 자리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기술집약적 산업의 미국 내 공장 설치를 강요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의도는 미국의 일자리 확충에 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신청을 수용하면서 중국을 세계화로 포섭했다. 이것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미국과 독일 같은 선진국은 아이디어와 설계를,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제조를 담당하고, 한국과 일본 등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가치사슬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런 세계 가치사슬은 미국에서 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뺏어갔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이동하는 원인이 되었다. 한마디로 미국 정치의 열쇠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충에 있으며, 여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중국 견제를 명목으로 한, 한국과 독일, 일본과 대만 등 동맹국의 제조업 기업을 향한 미국 내 공장 설치 강요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은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해서나,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서나, 미국 내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나 동맹국의 기술집약적 기술기업을 미국으로 가져가거나 이와 유사한 성과가 나오는 방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 디커플링을 수년간 외치고 중국 봉쇄를 단행하고 있지만, 실상 미·중 간 교역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깊고 복잡하게 연결된 세계 가치사슬과 공급망을 미국 혼자 뛰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선택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세계 자유 수호' 성전에 동맹국들의 전폭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안보 지렛대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맹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안보 지렛대로 동맹국의 경제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신남방정책' 강화와 확대에 답 있다


▲ 2022년 11월 1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총리 특사. ⓒ 대통령실

한국은 세계 수출과 무역 규모 6위의 통상국가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무역 구조 다각화와 다양화는 한국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처럼 '경제도 안보이고 안보도 경제'인 상황을 염두에 두면, 무역 구조의 다각화와 다양화는 안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드 배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이 한국 경제에 대해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이 한국에 안보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패권이나 친미·친중과 무관하게 무역 구조 다각화와 다양화, 그리고 이를 통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 비중 완화 노력이 요구된다.

이것을 위해 가장 적합한 전략이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하고 실행했던 '신남방정책'이다. 현시점 한국 제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인도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정학적으로 인도와 아세안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포스트 중국' 세계공장에 있어서도 인도와 아세안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또한, 중국 경제와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와의 분업 체계에서 벗어나 자본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영역에서 한국 제조업과 경쟁을 하며 한국 제조업의 몫을 잠식하는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에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한국의 기업들이 먼저 필요해서 시작한 일을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제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신남방정책'이란 이름을 사실상 폐기해 버렸고, 안보 중심의 '인도-태평양전략'이란 노선을 들고나왔다. 그런데 '인도-태평양전략'은 과거 일본이 제안하고 이후 미국이 수용한 사실상의 대중국포위 노선이다. 그래서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말할 경우, 한국 정부와의 경제협력에 소극적으로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세안 국가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의거한 사업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중국포위 노선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 사이에도 메콩강 수자원 분쟁 등 여러 첨예한 이슈가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도 미·중 양쪽 모두와 협력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신남방정책의 동력은 충분히 남아 있다. 아세안은 지난 대선 직후 한국 외무부에 정책은 수정하더라도 '신남방정책' 이름을 그대로 남겨주길 건의한 바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하는 전략은 '자유무역과 평화외교'라는 기치를 들고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대외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과 가까워지는 균형외교를 펼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로 뛰어야 하며,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을 더 발전시켜 인도·아세안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상징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인도와 아세안 대사로 파견하고 대통령실에 인도·아세안 특임장관을 임명하는 등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특임장관 또는 수석급 직책을 신설하고 관련 부처와 적극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보수와 진보의 연합이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이다.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은 경제를 지렛대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한반도 주변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지, 명분만 요란한 안보 놀이에 경제적 손실과 국민의 안녕을 담보로 내줘서는 안 될 것이다.

* 필자 소개 : 송현석은 한양대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교원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감 정책비서와 국회 보좌관, 교육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 ㈔돌바내 이사이며, 2021년에 포스트86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연구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를 만들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올려짐: 2023년 5월 24일, 수 10:0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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