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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 누구의 명예인가
[김종성의 히,스토리] 그의 저서로 피해 본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는?


▲ 2017년 10월 27일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교수는 이날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은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정년퇴임을 하게 된 박유하 세종대학교 교수가 명예 문제를 페이스북에서 거론했다. 27일에 쓴 글에서 "정년퇴임을 하긴 하지만, 결국 정년 전에 재판을 끝내지 못해 솔직히 우울하다"라며 "세종대 동료들과 학생, 그리고 졸업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 정년 전에 학교의 명예와 나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나에게 세종대는 명예교수 타이틀을 부여했다"고 한 뒤 이렇게 썼다.

"판결이 나기 전에 나를 믿어준 셈이다. 편견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세종대에 감사한 마음이다. 사회적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의 명예는 회복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예교수로 남게 된 것을 계기로 소속 공동체 내에서의 명예는 회복됐다고 자평하는 박유하 교수의 글은 그의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거론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문제를 생각나게 할 만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박유하 교수의 관점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관점과 같지 않다. 램지어 교수와 달리 박 교수는 위안부들이 성노예였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한다. <제국의 위안부> 제2부에 이렇게 썼다.

"물론 위안부들이 자신의 몸의 주인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위안부는 성노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주인이 군대라기보다는 업자였다는 점이다. 사전적인 의미대로 노예란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타인의 소유의 객체가 되는 자'라고 이해한다면 위안부의 자유와 권리를 구속한 직접적 주인은 포주들이었다."

위안부가 성노예였던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군의 성노예이기보다는 포주의 성노예였다는 식의 서술은 그의 책에 자주 나타나는 접근법이다. 위안부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일본제국주의의 책임을 지적하기보다는 다른 데서 직접적 책임을 찾아내는 방식이 그의 책에 자주 나타난다.

박유하의 서술 방식

그런 사례 중 하나로 제1부에 언급된 위안부들의 자아의식을 들 수 있다. 이 대목에서는 "위안부가 될 때, 전쟁터에 도착해서 처음에는 이런 몸이 된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자부심을 밝힌 일본인 위안부의 증언이 소개된다.

그런 다음, "자원한 위안부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역할이 군인의 위안-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것도 명확히 인정하고 있었다"라며 "'이런 몸'이 되었다고 자기 자신을 비하해야 할 만큼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을 받아온 그녀들에게는 군인을 상대하는 위안부란 처음부터 자신의 앉을 자리를 양지에 내받은 일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박유하 교수는 위안부들이 긍지를 갖고 일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위의 서술(A)을 한 직후에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약간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었을 뿐, 위안이라는 이름의 노동이 대부분의 위안부들에게 성과 신체를 혹사당하는 가혹한 노동이었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서술(B)한다.

A와 B가 병렬되는 서술 방식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저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쓴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서술 방식에 휘말리지 말고, 위안부 문제의 본질에 관한 저자의 은은한 메시지에 눈을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책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그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가 제1부에 나온다.

저자는 위안소에서 여성을 만난 어느 일본 군인의 체험담을 소개한다. "끝나고 나서 방을 나오는데, 여자가 누운 채로 '멋지게 죽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라며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여자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라고 한 뒤 "아마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겠지요"라고 그 군인은 회고했다.

박 교수는 이 사례에서 위안부 동원의 본질을 찾아내고자 했다. "국가가 일본인을 비롯한 '제국의 위안부'에게 맡긴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라며 "성적 착취를 당하면서도 죽음을 당한 군인을 '후방의 인간'을 대표하여 전방에서 위안하고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역할. 말하자면 위안부에게는 신체적 위안뿐 아니라 정신적 위안까지도 요구되고 있었다"고 한 뒤 이렇게 말한다.

"그녀들이 황국신민서사를 외우고 무슨 날이면 국방부인회의 옷을 갈아입고 기모노 위에 띠를 두르고 참여한 것은 그래서였다. 그것은 국가가 멋대로 부여한 역할이었지만, 그러한 정신적 위안자로서의 역할-자기 존재에 대한 (다소 무리한) 긍지가 그녀들이 처한 가혹한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도 A·B 병렬 구조의 축소판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가 멋대로 부여한 역할", "다소 무리한" 같은 표현은 저자가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강조되는 메시지는 제국의 위안부, 제국의 일원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위안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성노예와 거리가 멀었다는 인상을 풍기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한 논리 구조

그는 한국인 위안부들이 일본어 예명을 갖기도 하고 일본군을 간호하기도 하고 허드렛일을 도와주기도 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의미를 부여한다. "조선인 위안부 역시 일본제국의 위안부였던 이상, 기본적인 관계는 같다고 해야 한다"라며 이런 예시를 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패전 직후에 위안부들이 부상병을 간호하기도 하고 빨래와 바느질을 하기도 했던 배경을 이해할 수가 없다. 조선인 위안부들이 사유리(작은 백합), 스즈란(방울꽃), 모모코(복사꽃) 같은 일본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도, 식민지인이 위안부가 되는 것이란 '대체 일본인'이 되는 일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위안부가 하는 일은 일본군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머나먼 전쟁터에서 내일이면 죽을지도 모르는 군인들을 정신적·신체적으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그는 "기본적인 역할"로 규정한다. '정신적 위로'를 '신체적 위로'의 앞에 배치하면서 위안부의 기본 역할은 성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일본군을 고무·격려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 군인과 친해진 위안부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런 식의 사랑과 평화가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동지적 관계였기 때문이었다"고 규정한다.

식민지 출신 위안부와 제국주의 일본군의 관계를 동지적 관계로 규정한 것은 식민지-제국주의의 기본 관계를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에 심대한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제국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발생한 최대의 국가범죄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고 '동지적 관계' 운운하는 것은 이들을 가해자 쪽에 위치시킬 위험이 있는 일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에 영향을 줄 만한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박유하 교수는 위안부들을 성노예로 착취한 것은 일본군이 아니라 포주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위안소업자와 위안부가 착취관계였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위안부와 일본군이 동지적 관계였다고 서술했다.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인 위안부들을 포주들이 착취했다는 이상한 논리 구조는 일본군과 포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도록 만든다.

누구의 명예인가


▲ 2014년 7월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강일출, 이옥선, 유희남, 박옥선 할머니와 나눔의 집 관계자들이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를 규탄하며 교수직 박탈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박 교수가 망언과 망발을 일삼으며 일본 아베정권의 대변인을 자청하고 있다"며 박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 유성호

위안부와 일본군을 동지적 관계로 규정하는 대목에서 박 교수는 그런 기억을 은폐한 위안부들의 행위를 거론한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일본군과의 개인적 추억을 "다 내삐렀어"라며 "그거 놔두면 문제될까봐"라는 위안부 피해자의 진술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그녀들에게는 소중했을 기억의 흔적들을 그녀들 자신이 '다 내삐렀'다는 점이다. '그거 놔두면 문제될까봐'라는 말은 그런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 그녀들 자신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해방 이후 내내 그렇게 기억을 소거시키며 살아왔다."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관련해 일본군에 유리한 사실을 은폐한 주체가 바로 '그녀들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기억이 해방 이후로 '소거'됐다고 주장했다.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던 위안부들이 그런 사실을 은폐하고 소거해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노비들 중에는 주인과 친밀한 관계를 갖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주인을 가르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주인과 노비 사이의 지배·피지배 관계의 본질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내삐렀다는 추억들은 위안부 강제동원과 성착취의 지엽적인 것들에 불과하다. 이 문제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런 부수적 기억을 소거한 것에 대해 박유하 교수는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박유하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국주의 군대의 동지로 규정한 데 이어 사실 은폐의 책임자로까지 지목했다. 이는 박유하 교수의 책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박유하 교수가 정년퇴임 후에도 명예교수로 일하게 됐다면서 '사회적 명예는 몰라도 소속 공동체에서는 명예가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박유하 교수가 꼭 신경 써야 할 명예가 누구의 명예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8월 30일, 화 8: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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