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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내가복음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희’로 알려졌던 정은혜 작가의 ‘니 얼굴’이 개봉되어 화제입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랑하는 딸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아낸 서동일 감독의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장차현실 씨는 은혜 작가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울었다고 합니다. 20대 청년인 딸의 핸드폰에 단 한 통의 전화도 온 적이 없었고, 단 한 통의 전화를 한 적이 없는 핸드폰을 보면서 말입니다. 그런 딸에게서 그림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희망을 찾아낸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은혜 작가의 일상을 아버지는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아냅니다.”(지금 여기에서 일부 인용)

장차현실 씨는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인 또 다른 작가이다. 이 글을 읽으며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독과 아픔이 느껴진다. 특히 단 한 통의 전화도 온 적이 없고 한 적이 없는 정은혜 작가의 외로움이 아프게 다가온다.

내가 정은혜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픔을 느끼는 것은 내 핸드폰이 정은혜 작가의 핸드폰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은혜 작가처럼 단 한 통화도 오지 않지는 않는다. 내게 오는 대부분의 전화는 손자 녀석과의 영상통화이다. 대개 아침과 저녁 두 번 전화가 온다. 딸의 퇴근 시간이면 전화를 하는 적이 있지만 내 전화는 그 이외에는 울리지 않는다.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참는다.

그런데도 전화가 울리면 반가운 것도 아니다. 내게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채권회사로부터 오는 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법인 대표를 맡아주었다가 떠맡게 된 은행 빚들은 담보물의 경매가 끝난 후 채권전문회사로 팔렸다. 그 채권전문회사들이 전화를 한다. 할 말이 없다. 내가 쓴 돈이었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갚았을 것이다. 하지만 명목상의 대표였던 나는 그런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전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집의 초인종이 울려도 나는 움찔하게 된다. 유체동산 압류를 당한 이후 생겨난 트라우마다. 그래서 모르는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다. 택배나 배달이 와도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한다.

얼마 전에는 아내의 눈 수술 보호자로 함께 갔는데 수술 후 회복실에서 내게 전화를 했다. 당연히 나는 모르는 일반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전화가 갔던 모양이다. 딸의 전화를 받고 난 이후에 회복실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일은 항용 있는 일이다.

사실 나는 전화로 하는 각종 일들을 대부분 하지 못한다. 채권자들로부터 오는 전화 때문에 아내 명의의 전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 인증을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니 나는 자연스럽게 원시인처럼 되고 말았다. 어쨌든 전화가 울리지 않는 내 핸드폰 때문에 정은혜 작가의 이야기에 생생하게 실감이 났다.

내게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은 내 가난의 상징이다. 처음에는 핸드폰조차 없었고, 핸드폰이 생겼을 때는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잊히거나 회피 인물이 된 이후였다. 언젠가 글에 썼던 것처럼 가난은 노숙자들의 냄새보다 더욱 지독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 덕분에 나는 내가 사는 곳 모두가 광야나 골방이 되는 영적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 가난이 내게 복음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고 하셨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풍요로워진 세상 속에서 복음이 전파되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려운 일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예수님 당시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파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숙자 선생님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그분들을 능멸하는 일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난한 것이 예수를 믿지 않아서이고, 하나님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우리 시대의 신학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목사님의 글에 조용기 목사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그 글에서 그 목사님은 공과를 논하며 그 목사님 때문에 믿게 된 사람들보다 믿지 않게 된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정말 그것이 공과일까. 나는 조용기 목사 때문에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 조용기 목사를 통해 믿게 된 사람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직접 들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을 잊을 수가 없다. 조용기 목사는 거지 나사로와 부자의 이야기를 설교 하면서 나사로가 하나님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고 단언하는 것을 들었다. 그 내용을 듣는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아멘을 외쳐댔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님을 모르는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고, 하나님을 잘 알아 온갖 세상연락을 즐기며 살던 부자는 음부에서 고통 중에 있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긴 조용기 목사님 뿐이 아니다. 역시 유명한 김삼환 목사님의 설교 내용도 조용기 목사님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정용섭 교수의 설교 비평에서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예수 성공, 불신 실패”로 요약했다. 내가 늘 하던 이야기들이니 이쯤에서 그만두자.

어쨌든 나는 오늘날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을 안다면서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문제라는 내 생각은 확고하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천국에는 갈 생각이 없다. 이청준의 <그들만의 천국>은 나사로 이야기에서 부자가 갔던 음부임에 틀림없다.

단 한 번도 울리지 않고, 걸지 않는 정은혜 작가의 핸드폰은 정 작가의 가난을 상징한다. 사실 그래서 정 작가가 그리는 그림은 아름다울 것이다. 내가 복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무슨 심오한 깨달음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내 가난을 통해 정 작가의 외로움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그것을 공감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그 공감이라고 했다. 내가 복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내게 공감의 능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 공감의 능력은 예수님처럼 애간장이 끊어지는 공감은 아닐 것이다. 나는 권정생 선생처럼 이라크 전쟁 당시 죽어가는 이라크의 아이들의 기사를 보아도 열이 40도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처럼 정은혜 작가의 핸드폰이 내 마음에 울린다.

기회가 닿으면 나는 정은혜 작가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또 누구건 힘들거나 고통 중에 있는 사람 곁에 머물 것이다. 물론 그런 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복음은 말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복음이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내가복음을 나는 써야 하고 쓸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사도행전 29장이 될 것이다.

비가 많이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실의에 빠졌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주님께 기도를 드린 후 내가 도와야 할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사람은 언제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내 내가복음의 주인공들이시다.
 
 

올려짐: 2022년 8월 22일, 월 3: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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