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된 결혼, 속물적인 현실 사회를 그리는 풍자극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5일 총 8부가 한꺼번에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이색적인 배경으로 욕망으로 점철된 인물들을 다룬다. 가정에 헌신하며 살던 평범한 주부가 남편을 죽게 한 여자한테 복수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대기업 임원 남편과 공부 잘하는 딸까지, 완벽했던 결혼생활을 이어갔으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된다. 드라마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축은 결혼정보회사다. '블랙의 신부'라는 제목 속 '블랙'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최상위 등급을 의미한다. '렉스'는 '결혼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이뤄지는 비즈니스'라는 확고한 논리와 고객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서비스로 업계 최고에 오른 곳이다. 자산 가치에 따라 블랙, 시크릿,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로 클래스가 나뉘고, 결혼이 사랑이 아닌 비즈니스가 되는 세계.

극 중에서 혼자 남겨진 주인공은 친정엄마 때문에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렉스'에 가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모두가 탐내는 '블랙' 등급의 신랑감의 신부가 되기 위한 욕망의 경주에 뛰어든다. 이 신랑감은 초혼의 실패를 딛고 자신에게 득이 되는 재혼 상대를 찾고자 한다.

김정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결혼이 누군가에겐 사랑의 완성이라면 누군가에겐 신분 상승, 재력과 권력의 유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를 찾는 사람들은 후자다. 상류층 인물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색다른 소재를 국내 시청자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희선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뛰어든 서혜승으로 분했다. 대학교 겸임교수이자 강남 중산층의 주부였던 서혜승은 외도에 이어 이혼 요구까지 당한 충격을 추스를 틈도 없이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누려왔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 딸과 함께 다시 삶을 꾸리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그녀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의 가정과 인생을 파괴한 진유희를 '렉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진유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서혜승은 '블랙'을 향한 욕망의 경주에 참전하게 된다.

배우 이현욱은 렉스의 최상위 결혼 대상 '블랙' 이형주 역을 맡았다. 이형주는 자수성가한 벤처기업의 회장이자 2조 자산가. 외모와 학벌, 재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다. 모두가 탐내는 '블랙' 등급의 신랑감인 그는 이혼을 경험한 후, 쉽게 변하는 사랑 대신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의 등장은 최고의 회원들을 가진 '렉스'도 술렁이게 만들었다.

배우 정유진은 서혜승과 지독한 악연으로 얽힌 진유희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대기업 법무팀의 변호사인 진유희는 최상류층에 속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나아가는 '악녀'이다. 진유희는 서혜승의 남편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다가 불륜이 드러나자 그를 성범죄자로 내몰았다. 몇 년이 흘러 우연히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서혜승과 다시 만나면서 갈등을 빚는다.

배우 차지연은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의 본능을 자극해 '렉스'라는 왕국을 일군 최유선 대표를 맡았다. 흙수저 출신으로, 행복의 조건은 돈이라고 확신하며 결혼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한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새아들 차석진과 상속 전쟁을 펼친다.

배우 박훈은 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새어머니 최유선과 상속 전쟁을 펼치는 차석진 역을 맡았다. 그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가입한 〈렉스〉에서 과거 헤어졌던 첫사랑 서혜승과 마주하고 억눌러왔던 욕망을 깨닫게 된다. '블랙' 등급의 신랑감으로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그는 서혜승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순정파가 된다.

한편 드라마는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4위에 진입했다가 1위에 올랐다. 비영어권 TV부문에서는 8위를 차지하였다. 7월 19일 일본 1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3위,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며 32개국에서 10위권에 집입했다. 한국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연예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