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많은 지역서 번성... 자동차 인테리어, 가구, 단열재 등으로 유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주 전지역 어디를 가나 곱슬곱슬한 끈 같은 것이 나무에 치렁치렁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나뭇잎이 거의 없는 고목의 가지들에 매달려 있을때는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식물들은 비단 플로리다 뿐만 아니라 남버지니아에서 바하마, 라틴 아메리카 열대지역에 이르기까지 퍼져있는 공중 식물로, 이름은 '스페니시 모스'(이하 '스페인 이끼')이다. 스페인 이끼는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번성하며 주변 환경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은다.

전설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했을때, 미국 원주민들은 그들에게 이 식물을 '나무 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프랑스인들은 '스페인 수염'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이전의 탐험가들의 얼굴 털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에 온 스페인 사람들은 이 털들을 '프랑스 머리'라고 불렀고, 달리는 '회색 턱수염'으로 부르기도 했다.

19세기 하와이에서는 스페니시 모스가 하와이 여신을 가리키는 '펠레의 털'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끼'인가, '식물'인가

스페인 이끼는 엄밀히 말하면 이끼가 아니다. 이 생물은 다른 식물의 표면에 붙어 자라는 착생식물이다. 이는 다른 식물의 영양분과 물을 흡수해서 사는 기생식물과는 다르다. 스페인 이끼는 몸체를 매달고 미네랄을 모으기 위해 주로 남부 지역의 참나무와 대머리 편백나무의 껍질을 이용할 뿐이다.

스페인 이끼의 표면을 확대하면 은회색 비늘을 볼 수 있는데, 이 비늘들은 식물의 습기를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이 식물에서는 씨앗을 흩어지게 하는 작은 꽃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 꽃들은 바람을 타고 새로운 나무의 껍질 속에 착륙해 자리를 잡는다.

새들은 또한 이끼를 둥지 재료로 사용하거나 이끼 씨앗을 운반하기 때문에 스페인 이끼를 퍼뜨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파인애플과 스페인 이끼 사이의 관련성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두 식물은 선인장처럼 즙이 많은 다육식물과 열대 화초 식물을 두루 포함하는 브로멜리아드 과에 속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이끼처럼 착생식물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너무 번성해서 나무에 그늘을 드리우고 성장을 늦춘다. 그러나 새들의 둥지, 사슴과 칠면조의 먹이, 그리고 곤충, 거미, 뱀, 도마뱀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자연 환경에는 이로울 수 있다.

스페인 이끼는 통풍 효과 때문에 한때는 상업적으로 수확돼 자동차 인테리어, 가구, 매트리스 등의 속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또 이 식물은 건물 단열재, 멀치(잡초방지재료), 포장재로도 사용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드레스, 벽 회반죽 재료, 불쏘시개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일부 수목원에서 파는 이끼로 공예품, 화환, 꽃꽂이 등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