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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악몽이 기적으로, 어두컴컴한 화물칸에서의 사흘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적의 사람들⑧] 3등 항해사 벌리 스미스를 만나다

(1950년 12월 23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부두에서 한 척의 배가 필사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60인승 미국 화물선인 그 배에는 정원의 200배가 훨씬 넘는 1만4000명의 피난민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항해는 훗날 '가장 작은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역사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치열하게 살아낸 메러디스 빅토리호 사람들, 이들을 추적해 한 편의 방송으로 만드는 기획안은 올해 '한국 콘텐츠 진흥원 방송 제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1년여에 걸쳐 방송 제작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 편집자말)

(서울=오마이뉴스) 추미전 기자 = 1950년 무모하기 그지없는 항해를 기적의 항해로 만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 가운데 현재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3명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로버트 러니와 멜 스미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3등 항해사 벌리 스미스다. 노후를 마이애미에서 지내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3시간여의 비행 끝에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벌리 스미스의 집 벨을 두드리자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이 멀리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생존해 있는 3명의 선원들 가운데 가장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라 마음이 놓였다.


▲ 2018년 한국 방문 당시 사진을 보여주는 벌리 스미스씨 ⓒ 추미전

그는 1950년 12월의 항해를 지금까지 잊고 있지 않았다며 입을 열었다.

"한번 상상을 해 보세요. 그 당시에 북한에서 살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나 트럭이나 배나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나라말도 못 하는 외국인들의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죠.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습니다. 이 항해를 하면서 그 사실이, 그들이 우리를 신뢰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피난민들이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피난민들은 우리가 그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했다면 피난민들을 배에 태울 수도 없었다고 벌리 스미스는 말했다. 만약 바다 한가운데서 그들 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망망대해에서 피난민들과 선원 모두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를 향한 신뢰 덕분에 무모한 항해는 기적의 항해가 될 수 있었다고 벌리 스미스는 힘주어 말했다.

배는 1950년 12월 23일, 오전 12시경 흥남항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3등 항해사였던 그는 기뢰를 피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항해사 모두 1분 1초도 눈을 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배가 들어올 때는 47명이 배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기뢰를 약간 건드려도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우리 배에는 200명 정도가 입을 수 있는 구명조끼가 있었고 각각 대략 100명을 실을 수 있는 2개의 구조선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배가 나갈 때는 1만4000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낮이긴 했지만 기뢰 표시 지도를 보며 피해서 항해를 해 나갔는데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그대로 끝인 상황이었습니다. 1만4000명이 12월의 아주 추운 북한 바다에 빠졌다면 모두 다 익사했을 것입니다. 라루 선장이 이 항해를 두고 '하나님의 손이 키를 쥐고 계셨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다 밑에 도사린 기뢰의 위험을 피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었을 겁니다.


▲ 인터뷰 중인 벌리 스미스씨 ⓒ 추미전

그는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배 화물칸 한쪽에는 우리가 미군에게 전달하기 위해 싣고 갔던 제트유가 담긴 드럼통이 있었습니다. 미처 내려주지 못하고 피난민을 태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항해 중 몇몇 비상식량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데우려고 드럼통 위에서 불을 지피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피난민들은 통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발견하고 깜짝 놀라 제지를 시켰죠. 운 좋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끝내 나지 않은 상륙허가

당시 선원들은 배의 목적지가 부산이라고 알고 있었다. 다행히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45년에 건조된 최신 선박으로 속도가 빠르고 수심이 낮은 곳까지 접근이 가능했다.

1950년 12월 24일 흥남항을 출발한 배는 해안선에 붙어 빠른 속도로 남쪽을 향했다. 다행히 그날 저녁 7시경이 되자 배는 부산항 오륙도 앞에 닿았다. 선원들이 안도하고 있을 때 군인이 탄 작은 배가 메러디스 빅토리호로 접근했다.

"우리가 부산으로 도착했을 때 (군인들이) 올라와서 '뭐 하고 있냐, 우리의 메시지를 받지 않았냐?'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말하는 거냐'로 묻자 '거제로 가라고 지시했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혼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배의 목적지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에서는 그걸 받지 못하고 부산항으로 들어온 것이다. 육지의 불빛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있었지만 부산항 입항 허가는 나지 않았다. 갑판 위 피난민들은 육지의 불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선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상륙 허가는 끝내 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아무도 육지에 오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대신 208리터 (55 gallons) 드럼통에 밥을 넣어서 올려줬습니다.우리는 그걸 GI드럼통이라고 불렀습니다. 물도 가져다줬죠. 그래서 우리는 물을 호스에 연결해서 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줬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갑판 위에 있는 사람들만 누린 혜택이죠. 지하 화물칸의 뚜껑은 차마 열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꼼짝없이 갇혀 있었죠."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갑판 위에 있는 한 임산부가 진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도 없는데 진통을 하자 2·30대의 남자 선원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다행히 주위의 여성 피난민들이 침착하게 아기를 받아냈다.

선원들이 임산부에게 베풀 수 있는 호의는 의무 부속실로 그들을 옮겨주는 것뿐이었다.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는 훗날 김치 1호라는 별명이 붙은 메러디스 빅토리호 출생자 손양영씨를 만나 김치 1호 이름에 대한 유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배 위에서 아기가 태어났어요. 우리는 그 아이에게 한국하면 가장 친숙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인 김치 1호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어요. 김치 1호라고 불렀죠. 그런데 아이가 계속 태어났어요. 김치 5호까지 태어난 거죠." -로버트 러니


▲ 벌리 스미스씨가 보관중인 김치 1호의 사진 ⓒ 추미전

피난민들은 결국 배에서 내리지 못한 채 부산항 앞바다에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흥남부두에서 피난민들이 배에 오르는데 하룻밤이 꼬빡 걸린 것을 계산하면 피난민들은 배 위에서 벌써 사흘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당시 화물칸의 상황이 걱정된 건 벌리 스미스만이 아니었다. 뉴욕에서 만난 3등 선박기관사 멜 스미스 역사 화물칸 아래 피난민들이 걱정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갑판에 있었다면 운이 좋았던 편이었죠. 화물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거로 추정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화물칸을 열 수가 없었어요" -멜스미스

배는 1950년 12월 25일, 오전 부산항을 출발했다. 정오 경이 되자 멀리 거제도가 보였다. 2·30대 미국인 선원 46명이 1만4000명이 피난민을 싣고 전장의 바다를 헤쳐온 항해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9월 20일, 월 2:4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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