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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제보자 '조성은 때리기'의 얄팍함
[取중眞담] 국정원의 공작?... 윤석열·국민의힘의 '메신저 공격'이 고루한 이유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절차상 문제점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편 박지원 국정원장은 조성은 전 부위원장과 만나기는 했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 기자로 일하다보면 이런저런 '제보자'를 만난다. 몇 해 전 어느 직장에서 벌어진 집단해고 사건을 취재하다 회사쪽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그분들 외제차 타고 다니는 분들이에요."

제보자인 해고 노동자들의 실상(?)을 은밀히 귀띔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취재 중이었는데 회사쪽은 피해자를 '승진에 눈 먼 사람'으로 묘사했다. 어렵게 피해 사실을 제보한 이는 '승진하지 못하자 제보로 보복한 인물'이 되고 말았다.

우린 너무도 잘 안다. 외제차를 탄다고 해서 노동자가 부당하게 해고돼선 안 되고, 행여 승진에 눈이 멀었다고 해서 그가 당한 성폭력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때려라.' 정치권의 이 고루한 문법이 다시 되살아났다. 대권에 도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가 조성은씨로 드러나자, 윤 전 총장 측과 그가 소속한 국민의힘은 연일 '조성은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전까지 연일 쏟아지는 의혹에도 보도를 주저했던 일부 언론 또한 조씨의 뒤를 캐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급기야 조씨가 고급 외제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조성은이 생각한 윤석열, 조성은이 생각한 조국


▲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개인적으론 조씨를 잘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정치부에서 일하던 2016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자리에 오른 조씨를 처음 알게 됐는데 이후 페이스북에서 몇 차례 댓글을 주고받은 게 그와 나눴던 소통의 전부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에도 따로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다만 오랜 기간 조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들을 봐왔고 그가 어떤 생각을 피력해왔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김웅 의원은 조씨가 제보자로 드러나기 전부터 '누가 제보자인지 알면 그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엄포를 놨다(두 사람의 말과 별개로 한때 제보자가 이재명 캠프 소속이란 거짓 '찌라시'도 돌았다). 물론 조씨가 평소 윤 전 총장을 비판해온 것은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특히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도 날선 비판을 쏟아내 왔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지적했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 또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과 비교했을 때 조 전 장관에게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다.

만약 조씨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자신의 제보로 가장 정치적 이득을 볼 인물이나 집단이 누구일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개혁'이란 화두가 다시 떠올랐고, 조 전 장관과 그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평소 조 전 장관 등을 혹평하던 조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제보로 애먼 사람들이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조씨 스스로도 이번 제보를 "사고"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씨와 <뉴스버스> 기자가 사적 자리에서 관련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취재를 진행한 기자가 조씨의 생각과 상관없이 보도를 진행했단 설명이다. 이는 <뉴스버스> 측도 인정("조성은씨는 보도를 원하지 않았지만, 보도할 정도로 취재가 됐는지에 대한 평가와 그 상황에 맞춰 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몫이지 취재원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정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냐는 것이다. 또한 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의 관계,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의 관계, 검찰 측이 생산한 고발장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이유 등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씨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어왔는지,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그가 무슨 차를 타는지는 모두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조씨의 정치적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의 휴대폰 속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는 사라지지 않으며, 그의 제보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가 외제차를 탄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승진을 갈망했단 이유로 부당해고나 성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손준성 보냄'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국정원 공작이 성립하려면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의원실에 도착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조씨가 만났다는 박지원 국정원장(조씨가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았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들여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별다른 증거도 없이 이번 사태에 '박지원'의 이름을 끼워 넣기 위한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게 다 중정·안기부·국정원으로 이어지는 한국 정보기관의 추악한 과거 덕분(?)이다. 그들의 화려한 전력 때문에 어떤 사안이든 국정원을 갖다 붙이는 순간 '공작 프레임'으로 엮기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을 공작으로 보는 게 적절할까? 과거 여러 사례를 떠올려보자. 정보기관에서 생산된 정보가 은밀히 권력기관에 전달되고 그것이 정보기관과 권력기관에서 원하는 시기에 세상에 터져 나와야 비로소 공작이란 말이 성립한다. 최소한 정보기관이 나서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라도 나와야 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 정보는 조씨의 휴대폰에 담겨 있다. 또한 <뉴스버스>는 제보자 의사와 별개로 보도 시점을 결정했다. 국정원이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기사를 트위터에 퍼 나르지도 않았다. 이게 정말 공작일까.

물론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씨를 만난 것을 놓고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할 순 있다. 그런데 만남 그 자체가 문제라면 윤 전 총장 역시 해명해야 할 점이 많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사주(방상훈·홍석현)를 만난 사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9월 13일, 월 9:2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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