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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홍준표만 확인해 봤다니... 알수록 놀라운 사기 사건
[인사이드아웃] 가짜 수산업자와 그들만의 카르텔 그리고 언론인들


▲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9.4 ⓒ 남소연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해서 밀어줬고, 조 후보자는 대선 준비를 위한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소위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초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이 내놓은 의혹 제기의 근거는 "1년에 한두 번 본다는 5촌 조카에 10억 원의 거금을 맡긴 것이 의문스럽다"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유력 일간지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조국 펀드'란 제목을 달아 이를 대서특필했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의와 불공정, 국민 기만의 아이콘"이라 몰아붙였던 김 전 의원.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의 친형 김아무개씨는 지난 4월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43)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86억 원이란 거액을 맡겼다. 최근까지 검경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먼저 가짜 수산업자 김씨를 김 전 의원에게 소개해 '게이트'의 문을 연 이는 <월간조선> 취재팀장 출신인 송아무개(60)씨였다. 이어 사기 사건에 깊게 연루된 김 전 의원 형제, 고급 승용차 등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이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아무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검경 수사 결과 확인된 유력 인사만 해도 이 정도다.

송씨에게 김씨를 소개받기까지 김 전 의원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친형 김아무개씨와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 등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사이가 가까워진 뒤로 김 전 의원은 현직 의원 시절 김씨에게 고급 승용차를 두 달간 제공받았고, 김씨의 사무실이 있다는 포항을 방문, 김씨의 안내로 친형과 함께 관광을 다녔다고 한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김씨가 생활운동단체인 3대 3 농구협회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정봉주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및 연예인, 유명 농구선수들과 함께 축하 영상을 보낸 바 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김씨와 얽힌 정계 및 법조, 언론 인사들의 면면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얼핏 한국 사회 고위층에 만연한 뇌물 및 접대 의혹이라 넘긴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유력 일간지 및 종편 언론인들이 줄줄이 연루돼서일까. 피해액 등 사건 규모에 비해 비교적 언론보도 자체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찰 수사가 구체화됐고, 이후 드러난 사건의 진상은 '놀랄 노'자였고, 그 이면은 부조리극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특히 사기 전과자인 김씨가 유력 매체인 <월간조선> 출신 송씨를 매개로 한국사회 고위층에 파고드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또 이들 고위층이 김씨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접대 및 금품 수수 관련 정황은 마치 관행과 다를 바 없다는 듯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들만의 카르텔


▲ PD수첩 "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예고편 ⓒ mbc

'사기 사건이나 당한 바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 MBC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 송씨가 답한 문자

지난 17일 방송된 '가짜 수산업자와 황금인맥' 편과 앞선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송씨는 김씨 사기극의 피해자인 동시에 결과적으로 조력자였다. 송씨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2017년 4월 법정구속(징역 10월) 됐고, 이후 대구교도소 '감방 동기'로 김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2008년부터 갖가지 '생계형 사기' 및 변호사 사무장 사칭, 부동산 사기 범죄를 저질러 7년간 도피 생활을 했던 인물. 피해자들로부터 수억을 가로챈 혐의로 2년형을 선고 받고 먼저 복역 중이던 김씨는 입소한 송씨와 친분을 쌓는 과정에서 자신이 '배 수십 척을 거느린 수산업자고 1천 억대 부친의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소개했다. 송씨가 자신의 말을 믿자 김씨는 출소 후 오징어 관련 사업의 투자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송씨는 김씨에게 총 2년 7개월 동안 약 17억 4천여 만원이란 거금을 투자하는 한편 김씨를 자신의 지인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MBC에 따르면 과거 특보로 일했던 김무성 전 의원을,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박영수 특검을 직접 소개한 것도 송씨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수천 억대 자산가이자 청년 사업가로 소개한 김씨.

정계와 언론계 유력 인사 인맥을 늘리는데 특히 주력했다던 김씨는 이후 닥치는 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이랬다. 김씨는 늘 수천만 원대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유력 인사들에게 용돈 명목으로 건넸다. 고가의 명품 시계 및 골프채도 척척 선물했다. 특히 자신이 애용하는 이른바 '슈퍼카'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대여 명목으로 빌려줬다. 대학원 등록금을 대납해 준 의혹까지 있다.

그 과정에서 술자리 유흥은 기본이었다. 하룻밤에 수백, 수천만 원을 술값으로 썼다는 김씨는 TV조선 엄성섭 앵커에게는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박영수 특검과 함께 일했던 이방현 검사 또한 서울남부지검에서 포항으로 발령 받은 이후 김씨로부터 술자리 접대를 받고 고급 승용차를 빌리는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김씨에게 인맥을 소개한 송씨와 김 전 의원의 이름값이 투자자들이나 고위층 인사들로 하여금 일종의 후광효과를 부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김씨를 수 천 억대 자산가와 전도유망한 청년사업가로 소개하자, 김씨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확인하는 이는 드물었다고 한다. 사기 행각을 이어가기 위해 김씨는 사무실이 위치한 포항에서 남의 배를 빌려 김 전 의원 친형을 접대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투자자들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초면부터 선물 공세에 나서는 김씨가 미심쩍어 명함 속 회사로 확인 전화를 해보니 "길거리"였다고 털어놨던 홍준표 의원 같은 이는 극소수였다. 검경에 소환조사를 받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유력 인사들 모두 김씨에 대한 검증은 소홀한 채 김씨가 제공하는 선물과 향응, 접대를 만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일개 사기꾼이던 김씨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맥 문화와 접대 문화를 파고들어 '그들만의 카르텔'에 손쉽게 진입했던 것이다.

2018년 이후 수년간 사회 유력층을 상대로 한 접대와 선물에 집착한 김씨. 그가 뿌린 돈은 전액 투자자들의 것이었다. 김씨 변호인에 따르면 116억에 달하는 피해액 중 남은 돈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투자자들의 돈이 김씨가 유린한 '그들만의 카르텔'에 흘러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사회 유력층의 '그들만의 카르텔'이야말로 110억대 사기꾼을 탄생시킬 수 있던 근본 배경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일부 언론인들의 자격


▲ 피해액만 100억 원이 넘는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에 <조선미디어> 출신들이 관련돼 있다. ⓒ 고정미

"면목 없습니다. 여권 정권의 사람이란 사람이 찾아온 적 있습니다. Y(윤석열 전 검찰총장 추정)를 치고 우릴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작입니다."
- 지난달 13일 경찰 출석 직후 기자들을 만난 이동훈 전 논설위원

윤석열 캠프 대변인으로 입성한 지 10일 만에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이렇게 여권 발 정치공작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위원은 어떤 언론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그의 뜬금없는 정치 공작설은 이후 면피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김씨 사건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들이 바로 언론인들, 특히 <조선> 출신 언론들이다(관련기사: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인가, 조선미디어 게이트인가 http://omn.kr/1ua2o)이다. 송씨는 김씨 게이트의 문을 연 장본인이다. 엄 전 앵커는 성접대 의혹까지 받고 있고, 또 다른 TV조선 기자 역시 엄 전 앵커와 함께 김씨에게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뜬금없이 정치공작 주장까지 펼쳤다.

이들이 김씨와 관련해 직접 대가성 기사를 쓴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 언론인들이 김무성 전 의원과 함께 너른 인맥과 네트워크를 제공해 김씨가 게이트를 열어젖히는데 일조하는 동시에 금품 및 향응 등 사익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인들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회의 공기'라 불리는 이들 언론인들의 위선과 기만일 것이다. 일례로 김무성 전 의원이 '조국 펀드' 주장을 펼쳤던 '조국 사태' 당시 <조선>의 엄 전 앵커와 이 전 논설위원, <중앙>의 이 논설위원 모두 기사와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조 전 장관 일가족을 강하게 질타했던 인물들이었다.

이들의 언어는 조 장관을 향해 "불의와 불공정, 국민 기만의 아이콘"이라던 김 전 의원의 주장보다 훨씬 더 준엄하고 날이 서 있었다. 그랬던 언론인들이 뒤로는 '그들만의 카르텔'을 통해 김씨에게 향응과 접대,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재수사를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지난해 연말 <뉴스타파>와 한 인터뷰에서 유력 언론인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도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및 확대 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금품 수수와 접대 등 일부 유력 언론인들의 일탈과 위선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박영수 특검까지 경찰 조사를 받으며 충격을 던져 준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가 실정법 위반을 넘나드는 일부 언론인들의 이러한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8월 23일, 월 7: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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