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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1년 12월 04일, 토 4:14 pm
[종교/문화] 종교
 
평화의 사람들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 마지막 남은 정부군의 거점인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을 포위하고 진입을 앞둔 가운데 가니 대통령이 이미 카불을 벗어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한 직후 탈레반의 카불 진입도 시작됐다. 가니 대통령은 보안군이 카불을 지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국민을 버리고 도주했다.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이승만 대통령께서 바로 그런 일을 하셨다. 그분은 한강 철교를 절대로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자신이 서울을 빠져나간 직후 적의 추격을 우려해 한강 철교를 폭파했다. 하와이로 가시기도 했다. 우리에게 생생한 또 다른 예도 있다. 월남의 마지막 때이다. 월남의 티우 대통령 역시 가장 먼저 사이공을 탈출했다. 그들은 선장이 배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그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정치가들의 진면목이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생명이라도 바칠 것처럼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과 배치되는 순간 그들은 가장 먼저 국가를 버린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의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조차 그들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치이고 이것이 권력이 가지는 한계라는 사실을 차제에 기억해두자.

물론 조국을 버리고 타지키스탄으로 탈출한 가니 대통령은 자신이 살아야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허망한 생각이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 때조차도 나라를 지킬 수 없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재기할 수 있겠는가. 그가 도망칠 때 가지고 간 큰 돈으로 여생을 편하게 지내려는 것 뿐이다. 운이 좋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는 종교가 가지는 힘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이슬람의 진면목이 아니다. 이슬람 역시 평화의 종교이다. 탈레반은 종교를 앞세운 또 다른 정치가들일 뿐이다. 그들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지만 어느 종교든 폭력을 앞세우는 원리주의자들은 사실상 그 종교와 관련이 없는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탈레반은 수니파 이슬람이다. 당연히 시아파인 이란은 그들을 사이비로 취급한다. 하지만 같은 수니파에서도 그들은 싸이코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라기보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약을 팔아 돈을 버는 갱단들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약 카르텔을 조직한 군벌들의 모임으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적으로 보는 미국 미디어의 입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월남에서도 우리는 그랬다. 월맹은 나쁜 나라였다. 베트콩은 이 잡듯 죽여야 하는 해충들이었다. 그러나 월맹은 물론 월남에서도 국민들이 실제로 믿은 것은 월남이 아니라 월맹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민족의 자긍심을 지켜낸 위대한 지도자 호치민을 존경한다. 월남이 패망하면 망할 것으로 알았던 베트남은 지금 성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그들은 공산국가라서 못살고 비참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나라를 찾았다.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분명 경제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군벌들은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일종의 마피아와 같은 조직이다. 그런 그들이 종교적인 일치를 이루어 아프가니스탄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알 수 없다. 그들에게서 호메이니와 같은 종교지도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나라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작금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 종교와 국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종교는 생각보다 강하다. 맞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은 이슬람을 대표하거나 대변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력단체가 아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처럼 무력적인 방식을 택하게 된 것도 그 시작을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마스가 폭력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선택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들의 상황이 그들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도 ‘시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로마에 폭력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도 시카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폭력저항의 당위성이 유대인들에게도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시카리'는 물론 그 어떤 폭력적인 방식도 거절하셨다. 그분은 마지막 체포의 순간에 그것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 너희는, 내가 나의 아버지께, 당장에 열두 군단 이상의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시기를 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예수님은 더 큰 힘을 가진 천사들의 군대를 동원하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그분의 말씀대로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 폭력은 결코 폭력을 제거하지 못한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유발하고 마침내 공멸의 위기를 초래한다. 폭력이 이루는 평화는 결코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없다. 폭력이 이루어내는 평화는 오직 로마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로마를 제외한 침략을 당하는 나라에게는 평화가 아니라 참혹한 전쟁과 잔인한 수탈일 뿐이었다. 그 참혹한 폭력의 실상을 새삼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복음이 말하는 평화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고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하나님 나라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비폭력저항으로 이루는 평화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믿음 없이 바라보는 하나님 나라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약자의 변에 지나지 않는다.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만이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평화의 나라를 상상할 수 있다.

오늘날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지 못하게 된 것도, 상상조차 하지 못해서 평화를 말하면 공산주의를 떠올리게 된 것도 복음이 말하는 평화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평화 이해의 부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부재를 의미한다.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먼저 부인하는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의 모임이 되었다.

하나님은 십자가를 부활로 만드셨다. 그래서 초기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을 따라 순교를 선택했다. 그들은 칼을 사용하지 않았다.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 순교란 비폭력저항의 결과물이다. 바로 그 순교가 그리스도교를 생명의 종교로 만들었고 평화의 종교로 만들었다. 물론 단번에 죽는 것도 순교이다. 그러나 날마다 죽는 것 역시 순교이다. 날마다 죽는 것의 의미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욕망을 죽이거나 제거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를 도모하고 평화를 이루라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인용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애국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

이 말이 전광훈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명박과 최재형 장로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리스도교의 이름으로 사악한 자의 길을 가고 있다. 내 단정의 근거가 바로 평화 이해에 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사람들이다!
 
 

올려짐: 2021년 8월 23일, 월 2: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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