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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집값 잡는 국토보유세, 이재명·추미애가 옳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국토보유세에 대한 허수아비 공격들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서울=오마이뉴스) 전강수 기자 =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기 위해 안달하던 무렵부터 필자는 그 세금을 폐지하는 대신에 새로운 국세 보유세로 국토보유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 왔다. 2017년에는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함께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해 제도의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한국의 부동산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나뉘는데, 재산세는 모든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반면 종부세는 일정 가액 이상 소유자에게만 부과되고 있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의 단점을 보완해 좀 더 이상적인 국세 보유세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창안한 세금이다.

국토보유세의 우수성

국토보유세는 과세 대상자가 극소수 부동산 소유자로 한정되는 종부세와 달리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되고, 인간 노력의 소산인 건물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며, 세수 증가분을 전액 사회적 배당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해 조세 저항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종부세보다 우수한 세금이다.

전체 부동산을 주택, 종합합산토지(나대지 등), 별도합산토지(상가·빌딩 부속토지)로 구분해 용도별로 차등과세하는 종부세의 과세방식을 용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과세방식을 바꾸면, 그동안 여러 유형의 부동산을 두루 많이 가진 사람들이나 토지와 상가·빌딩을 보유한 사람들이 누리던 세제상 우대 조치를 해소해 과세 형평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보유비용을 높여서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국토보유세는 토지보유세의 한 유형이다). 중립성·경제성·투명성·공평성 등 조세원칙에 비추어 볼 때도 매우 높은 점수를 받는다. 지대추구 동기를 억제해 저축을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알프레드 마셜, 레옹 발라, 아서 피구, 콜린 클라크, 윌리엄 비크리 등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을 인정하거나 적극 지지해 왔다.

심지어 세금 자체를 혐오하는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조차 이 세금을 모든 세금 가운데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상찬했으니, 그 이론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벼운 보유세는 투기의 근본 원인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이 좋은 세금이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부동산보유세의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시가총액)이 0.1%대에 머물렀으니 말이다(평균적으로 10억 원의 부동산을 가지면 1년에 백 수십만 원을 보유세로 냈다는 뜻이다). 지금도 한국의 부동산보유세 실효세율은 0.16~0.18% 수준으로 통계 수집이 가능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6개국 중 하위권에 속한다. 전 세계에서 보유세 부담이 최고로 무거운 미국에 비하면 1/7 내지 1/6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1960년대 말 이후 10년 혹은 15년을 주기로 부동산 투기가 발발한 데는 보유세 부담이 지나치게 가벼웠다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보유세 강화는 한국 부동산 정책의 오래된 숙제였음에도, 참여정부 이전 정부는 조세 저항을 우려하여 감히 이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과표 현실화와 종부세 도입으로 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정부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뿐,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그 약간의 성과조차 도루묵을 만들어버렸으니 통탄할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보유세 강화는 다시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했지만, 문 정부는 줄곧 '찔끔 증세', '핀셋 증세'로 대처하며 이 과제를 회피하다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국토보유세 공약 제시한 이재명·추미애 후보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각각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데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거꾸로 돌아가버린 보유세 제도의 수레바퀴를 다시 제대로 돌리려는 개혁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후보가 토지공개념 실현, 불로소득 차단,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여 전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이나, 추미애 후보가 국토보유세 도입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미국의 절반 수준까지라도 끌어올려서 불로소득 경제시스템을 걷어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국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그 권리에 맞춰 배당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을 보면, 두 후보 모두 국토보유세의 역사적 의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라의 근간을 바꾸려는 사회대개혁 정책에 저항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터. 예상대로 두 후보의 공약 발표 이후 여야 불문하고 여러 사람이 국토보유세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재형·이준석·정세균의 허수아비치기

윤석열 후보 대체재의 자리를 노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국토보유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 증가가 불로소득이라며 이를 환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불로소득이 아닙니다. 평가이익입니다. (…) 평가이익에 대한 과세는 이익이 없는 곳에 부과하는 세금의 탈을 쓴 벌금일 뿐입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부동산 보유를 처벌하는 법이 생겼습니까? 이는 사실상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빼앗겠다는 발상입니다. 로빈 후드처럼 국민의 재산을 마구 훔쳐다가 의적 흉내를 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를 어쩌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토보유세를 자본이득세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 최 전 감사원장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대통령 잘못 만나서 가격이 폭등하면 불로소득 환수대상입니까? 나중에 가격이 떨어지면 보상해줄 겁니까?"라고 하며 국토보유세를 자본이득세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이렇게 인식하는 것은 야당 인사들만이 아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지대에 대해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 국토보유세입니다... 착실히 안착하면 세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 후보는 '지대'를 부동산 자본이득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토보유세는 자본이득세가 아니다

국토보유세는 가격상승분을 대상으로 부과해 그 일부를 환수하는 세금이 아니다. 이는 토지가치 자체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재산세의 일종으로, 굳이 따지자면 자본이득이 아니라 임대소득의 일부를 환수하는 세금이다. 물론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서 자본이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본이득을 직접 징수하는 것은 아니다.

OECD와 같은 국제기구가 부동산보유세(recurrent tax on immovable property)와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부동산보유세는 매년 반복적으로 부과되는 반면, 자본이득세는 매각 시에 단 한 번 부과된다(대만의 토지증치세처럼 매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부과되는 자본이득세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두 세금은 과세 대상과 과세 방법이 전혀 다른 별개의 세금이다. 한국에서는 자본이득세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OECD나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는 부동산보유세의 장점을 강조하며 세제 개편 시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IMF 경제학자 노레가드(John Norregaard)는 선진국의 경우 부동산보유세를 국내총생산의 2% 이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상황에서 국내총생산 2% 수준으로 부동산보유세를 걷으려면 약 22조 원을 증세해야 한다.

도대체 최재형, 이준석, 정세균 세 사람은 어떻게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모른 채로 성급하게 국토보유세 비판에 나섰을까? 보유세를 자본이득세로 착각해서 "이익이 없는 곳에 부과하는 세금의 탈을 쓴 벌금"이라느니, "로빈 후드처럼 국민의 재산을 마구 훔쳐다가 의적 흉내를 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나중에 가격이 떨어지면 보상해줄 겁니까?"라고 의기양양하게 묻는 이준석 대표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변의 실력 있고 양심적인 경제학자에게 한 번이라도 검토를 부탁한 후에 발언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코미디를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 공동취재사진

대선 후보는 아니지만 국토보유세를 맹렬히 비판한 사람은 또 있다. 통계청장 출신으로 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유경준씨는 페북에서 "국토보유세 신설 계획은 부동산 세금의 기초 개념조차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난하며 이재명 지사가 종부세와 재산세가 둘 다 보유세인데 이를 모르고 주장했다고 매도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에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고, 토지분 재산세를 환급하는 내용이 포함되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부동산 세금의 기초 개념에 위배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KDI 출신 정통 경제학자로 통계청장을 지낸 사람이 썼다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다.

대한민국호의 미래 운명 좌우할 정책 수단

추미애 후보의 공약 발표문 말미에는 다음의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 사회 최대의 질곡인 부동산공화국 현상을 혁파하고 청년 미래 세대에게 다시 꿈과 희망을 돌려줘야 합니다. 지대개혁으로 강고하게 뿌리내린 특권체제와 불로소득 경제 시스템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한국 사회를 괴롭히던 부동산 투기는 잠잠해질 것이고,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과 양극화도 크게 완화될 것입니다. 필요 없는 땅을 사놓고 불로소득을 추구하며 안주하던 기업들도 활발하게 생산적 투자에 나설 것이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일자리가 생기고, 집값이 안정되며,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질 것이므로, 청년들은 안심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게 될 것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1호 공약인 "지대개혁"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추미애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주장대로 국토보유세를 징수해 사회적 배당금을 지급하면 불평등과 양극화가 완화되고 생산적 투자와 일자리가 증가하며 집값은 안정되기 마련이다. 지금 자신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울부짖고 있는 2030세대에게 이보다 더한 '기쁜 소식'이 어디에 있겠는가.

대한민국호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참으로 중요한 정책 수단이 무지하고 게으른 정치인들에 의해 마구 매도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시민들이 깨어서 이들의 무도한 행태를 저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답은 지금도 여전히 정답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7월 27일, 화 3:3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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