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는 간략히 언급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밤 9시(현지시각) 미 하원에서 열린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야망을 포기시키기 위해 아시아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간략하게 언급한 반면,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테러지원, 시리아의 테러 활동 묵인 등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40분 정도 행한 국정연설에서 앞부분은 사회보장 제도 개혁 등 국내 문제를, 뒷부분은 이라크 전쟁과 테러 문제 등 국외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의 투표율이 6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고무받은 탓인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전선"이라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국민들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며 "이라크 군대가 스스로 방위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라크에서 미국의 철군 시한과 관련해서는 "따로 스케줄을 세우지 않겠다"며 "이라크 친구들은 미군이 계속 주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 개편 등 국내 문제에 치중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가 한국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날(2일) "북한이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UF6) 수출했다"고 보도했고 이는 미 행정부의 강경 방침을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미 행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언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위험한 물질의 이전을 탐지하고 막기 위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구상(PSI)에 60개국 정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야망을 포기시키기 위해 아시아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이에비해 이란의 농축우라늄 개발 계획과 테러지원, 시리아의 테러 지원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언어와 구체적인 행위까지 적시해가며 맹비판했다. 특히 이란에 대해서는 "테러 집단에 대한 핵심적인 지원군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유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세이모어 허시 기자는 지난달 24일 발행된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다가오는 전쟁'이라는 기사를 싣고 "부시 정권의 다음 공격 목표는 이란"이라고 보도했다. 허시 기자는 당시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미 특수부대원들이 30여곳의 군사 시설 및 폭격 목표물을 확인하기 위해 이란 동부지역에 잠입해 정찰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정연설로 볼 때 부시 행정부 대외 정책의 최 우선순위는 중동과 대 테러전에 있지 북핵 문제에 있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 이날 국정 연설의 주안점은 국내문제였다. 특히 그는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를 이대로 두면 2018년 이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질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꿔야 한다"며 "50년 전에는 16명의 노동자가 1명을 부양했지만 앞으로는 3명이 1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