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94표 반대 1표 압도적 지지, 하원 통과도 무난할 듯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급증하는 아시아계 주민 대상 폭력에 대응하는 법안이 22일 상원에서 채택됐다. 이날 본회의는 ‘코비드-19 혐오 범죄 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을 표결에 부쳐, 찬성 94표대 반대 1표,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했다.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 향후 최종 입법 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법안은 관련 당국이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에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먼저 연방 법무부 내에 해당 사건 검토를 급행 처리하는 직위를 새로 두도록 했다. 또한 지역 경찰이 관련 사건에 대응하는 것도 법무부가 지원한다. 혐오 범죄 자료 수집을 촉진하는 조항도 있고,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핫라인’ 전화도 설치하도록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급증했다. 지난달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ㆍ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측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동안 미 전역에서 3800건에 가까운 혐오 사건이 접수됐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중국계가 42%로 가장 많았고, 한국계가 15%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결국 아시아계 사회의 요구에 따라 의회 내 아시아계 정치인들이 대응 입법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법안 발의자는 일본 후쿠시마 태생 이민자이자 민주당 소속 메이지 히로노 의원이다. 태국계의 상원의원인 태미 덕워스 의원도 이에 동참하여 법안 처리를 이끌며 백악관에도 관련 조치를 촉구해왔다.

히로노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에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시아계 사회를 위해 우리(정치권)의 연대를 표시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22일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이제 하원에서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대통령이 서명해 입법을 완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원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에는 그레이스 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비롯,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미 관련 입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이번 상원 채택 법안에 공화당도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하원에서도 반대할 요인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조만간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 대응 문제를 국정 과제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보건후생부 주도로 전담 소위원회를 설치하고, 법무부가 부처 간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지시 사항을 공개했다. 같은 달 11일 대국민 연설에서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옳지 않고, 미국적이지도 않다”면서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