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교육 권한은 주정부에 있다" 판결

(마이애미) 안태형-김명곤 기자 = 미국의 학부모들이 최근 성교육의 권한에 대한 소송에서 지역교육위원회에 패소했다.

<올랜도 센티널> 6일자에 따르면, 제 9차 연방 항소법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권리가 학부모들에게 있지 않고 각 주에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성교육의 권리에 대한 주 교육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사건은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학부모들에 의해 제기된 소송에서 비롯되었다. 팜데일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7세에서 10세의 어린 나이의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앞선 것으로 여겨지는 성적인 설문에 답하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설문의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자녀들이 이에 답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그렇다면 이 설문지는 도대체 어떤 정도의 성적 질문이 담긴 것일까. 다음은 팜데일의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10개의 설문으로, 학교측은 각각의 설문에 대해 등급을 매기도록 요구했다.

- 은밀한 부위를 너무 자주 만진다
- 섹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 다른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생각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섹스에 대해 생각한다
- 내 몸 안이 더럽다는 생각때문에 몸을 씼는다
- 그들이 섹스를 하고싶어할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다
- 섹스에 대해 생각하면 무섭거나 화가 난다
- 내 몸에서 섹스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 섹스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화가 난다

법원 "성교육은 학부모들의 ‘독점적’ 권리 아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이 설문 내용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송의 위헌여부에 대한 것이었음을 명백히 했다. 이번 소송의 재판관들은 대법원이 헌법에 의거해 자녀들의 양육, 보호, 통제에 대한 권리를 부모들이 지닌다고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이 권리를 ‘독점적’으로 지니지는 않는다고 판결한 것.

다시 말해, 각 주가 (특정 교육의 내용이) 사회에 대해 도움이 될지 아니면 해가 될지에 대해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킬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성적학대와 가정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질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개인적이고 종교적인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성에 대한 문제를 자녀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양육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캐슬린 파커 같은 교육 칼럼니스트는 "상식적으로 성적인 문제에 대해 자녀들을 교육할 권리는 부모들의 가장 기본적인 양육권이다"면서 "각 주가 (성교육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전제는 우스꽝스럽고 위험스런 논리"라고 반박한다. 특히 그녀는 "갈수록 주정부가 가족의 자치권 뿐 아니라 개인적인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녀의 성교육의 권리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육위원회는 수년간 성교육에 대한 서로의 권리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특히 7세에서 10세에 이르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때문에 추후 주정부와 학부모간의 성교육의 권리에 대한 싸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