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희생도 반전 주제와 맞물려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 만명의 미국민들이 24일 백악관 남쪽 잔디밭과 DC 일대에서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반정부 사인과 배너들이 물결치는 가운데 2천여명에 이르고 있는 미군 사망자와 엄청난 수의 이라크인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통렬히 비난했다. 또 연설에 나선 연사들은 부시 대통령이 걸프해안을 강타한 두 허리케인의 이재민들에게 써야할 자원을 전쟁에 낭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궐기대회를 마친 시위대는 백악관 주위를 행진하면서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고 간혹 전쟁을 지지하는 사인을 치켜든 친정부 시위대와 마주치기도 하였다. 주최측은 10만 명의 참가 집회와 행진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으나 공원당국은 워싱턴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의 참가자수 집계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LA 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열렸으며,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열렸던 이전의 시위들과는 달리 이날 시위들은 반전이라는 하나의 이슈로 통일됐다. 시위 주최측은 마이크를 통해 "부시와 체니와 백악관은 잘 들어라.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을 즉시 불러 들이라"고 외쳤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콜로라도와 텍사스에서 허리케인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체니 부통령은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다.

시위 주최측은 "부시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그것은 미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대표하는 우리의 평화적 운동을 그가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정부 대변인 대나 페리노는 "이 시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대통령은 미 국민의 가장 소중한 권리의 하나가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권리라고 믿고 있으며,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전진해 나아갈 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신디 시핸-제시 잭슨-램지 클라크 등 반전운동 거물들 대거 참여

이번 대회의 연사 중에는 지난해 4월 이라크에서 전사한 병사의 어머니로 캘리포니아에서 온 반전운동가 신디 시핸이 포함돼 있었다. 시핸은 올여름 텍사스 크로포드 부시의 농장 앞에서 노숙을 하며 반전 시위를 벌여 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탔다.

그녀에게 쏟아졌던 관심에 대해 시핸은 "나는 변화의 촉매가 되기를 바랄뿐이지 변화의 촛점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제시 잭슨 목사와 배우 제시카 랭, 랄프 네이더 그리고 부시의 탄핵을 위해 서명했던 램지 클라크 전 법무부 장관등 반전운동의 거물들의 연설도 있었다. 잭슨 목사는 이라크가 신형무기를 보유했다든가 알 카에다와 연루되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이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을 군중들에게 상기시키고 "미 국민은 지금과는 다른 정책, 지금보다는 더 나은 지도력을 가질 권리가 있다" 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크게 두 단체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진보적인 정치적 목표를 구현하려는 '응답 연대(Answer Coalition)' 과 반전운동에 촛점을 맞추고 잇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연합(United for Peace and Justice)' 이다.

이번 시위를 준비하는 몇 달 동안은 이라크전 반대가 주제였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걸프 해안을 연이여 강타하자 시위대측은 "전쟁이 아니라 제방을 쌓아라" 라며 국내 문제를 연결시켰다.

오하이오 켄트 주립대학 교육학과 쉐리 리프그렌 교수는 '뉴올리언스와 이라크문제를 묶는 하나의 이념이 있다고 본다"며 "그것은 가난한 자들과의 전쟁을 중지하라" 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생명을 잃고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곧 인류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 김온직-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