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eeklyfl.com :: [여기는 플로리다 31] 올랜도 다운타운의 '꽃 피는 동백섬'

[여기는 플로리다 31] 올랜도 다운타운의 '꽃 피는 동백섬' [print]

[여기는 플로리다 31] 240여종의 동백꽃으로 유명한 '해리 루 가든'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올랜도 다운타운 북쪽으로 조금 벗어나 위치한 윈터파크(Winter Park)시는 미국내 대도시들이 하나씩은 품고 있을 만한 '고전' 빌리지다.

마이애미로 치면 코랄 게이블스, 탬파의 하이드 파크와 같은 동네인 윈터파크는 시 형성 초기부터 주로 백인들이 주거지를 형성해 온 곳으로 신 시가지와는 사뭇 다른 정취가 있다.

이같은 동네에서는 아이비 덩쿨이나 이끼가 외벽을 덮은 오래된 성같은 집, 땅과 주택 바닥 사이에 공간이 있는 구식 스타일의 작은 집, 블록 도로, 거대한 오크 나무에 치렁치렁 매달린 스패니시 이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주민들도 토박이들이 많아 음식점과 상점들은 정겹게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애착을 갖는 박물관, 미술관, 동네 공원 등이 오밀 조밀하게 형성돼 있다.

윈터파크 내 루 가든(Harry P. Leu Garden)도 이중 하나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50에이커 부지에 50년여년 넘게 자란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원은 부지 주인이었던 루 부부가 1960년대에 올랜도시에 기증했다.

▲ 올랜도 다운타운의 숨은 진주 루 가든 . 240여종의 동백 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 속 2층집이 해리 P. 루가 살던 저택이다. 루는 1961년에 저택과 50에이커 부지를 올랜도 시에 기증했다.

산업자재 공급과 건축으로 부를 축적한 해리씨는 이층 목조 주택이 있는 이곳을 본래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했다. 해외 여행을 즐겼던 루 부부는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희귀종 식물을 구해다 별장 정원에 심었는데, 특히 다양한 종류의 동백나무를 발견하는 족족 사다 심었다.

이로 인해 루 가든은 240여종의 동백나무를 갖춰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미국 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백나무 정원이 됐다. 또 루 가든은 해마다 1월 중순께 동백꽃 쇼를 열기도 한다.

▲ 지난 1월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동백꽃 쇼’.

여기도 동백, 저기도 동백...

올해 루 가든은 15일과 16일 양일동안 정원내 동백꽃은 물론 여러 식물 협회에서 내놓은 동백꽃 송이를 그 이름과 함께 각각 작은 유리병에 꽂아 정원내 가든 하우스 전시관에 나열해 방문객들의 심사를 받아 '인기 꽃'을 선정했다.

방문객들은 가든 하우스에서 수백송이의 동백꽃을 감상한 뒤 건물 좌측으로 연결된 정원으로 들어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열대식물, 숲, 대나무숲, 팜나무, 장미, 텃밭, 나비 정원 등을 즐길 수 있다.

각종 동백 나무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어른 팔 두께의 대나무 숲을 거닐다 보면 올랜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핏빛 동백, 붉으스름한 동백, 흰 동백, 분홍 동백, 노랑 동백, 혼혈 동백, 수국 흉내를 낸 동백, 장미꽃이 되다만 동백, 나팔꽃으로 착각하게 하는 크고 작은 동백들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걷다보면 제법 널따란 공터가 나오고, 동쪽을 향해 방향을 잡은 커다란 '꽃시계'가 시간을 알려준다.

▲ 오후 3시 48시간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꽃시계.

동백나무는 공원 곳곳에 심겨져 있지만 특히 3군데 가장자리에 군집으로 모여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번복되는 추위탓인 지 동백나무 상당수가 아직 꽃봉오리를 만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올해 동백꽃 관람은 앞으로 2-4주 동안(1월 중순부터 말까지)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 루 가든은 정원 뿐만 아니라 2층 목조주택을 박물관으로 조성해 일정 시간마다 집 내부를 관람시켜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집은 7명의 자녀들을 거느렸던 첫 주인 미즐씨가 1886년 5칸 방이 있는 이층집을 지은 것이 그 시초이다. 또 두번째 주인이자 뉴요커였던 던칸씨는 본 부인과 이혼하고 무성영화 배우와 결혼하기 위해 1902년부터 4년 동안 잠깐 이곳에 살며 증축했다.

세번째 주인인 우드워드씨는 190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주택을 개조해 겨울 별장으로 사용했고, 1928년부터 8년간 주인없이 방치된 주택과 부지는 올랜도 토박이 사업가인 해리씨가 1936년에 사들여 정원을 조성, 1961년에 시에 기증하기 까지 당시 지역내 볼거리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박물관인 2층집은 국립사적지로 등록돼 있다. 사적지인 만큼 집 내부는 세월의 흔적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으며, 그동안 집을 거쳐간 주인들의 사진과 애용품등이 빛 바랜 채 그대로 들어 앉아 있다.

▲ 해리 루 부부가 살던 2층 고옥. 안팎으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건물이다.

해리 루 가든은 정원이니만큼 애완동물 출입 불가 외에는 별다른 까다로운 규정이 없다. 다만 동네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한 나이든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방문객들은 정원이 지닌 세월의 흔적을 소중히 여기는 배려가 필요하다.

젊은 연인들뿐만 아니라 성인 부부, 노년 부부들이 즐겨 찾는 이 도심지 속 정원은 바쁜 삶을 잠시 정지시키고 심호흡을 하기에 매우 적절한 곳이다. 다운타운을 바로 곁에 두고 이만한 장소를 갖고 있는 올랜도 주민들은 행복하다는 찬사를 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사시사철 변하는 정원을 산책하고, '달빛 산책', '영화 데이트', '음악회' 등 이벤트도 가끔 즐기고 싶다면 40여불 정도의 1년 가족 멤버십을 구매해 볼 만도 하다.

입장료: 7불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7월은 휴관)

주소: 1920 N. Forest Ave. Orlando, FL 32803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6: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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