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45] "4.0 만점의 게바라, 졸업후 갈 곳이 없다" [print]

불체 청소년 급증 심각...'드림법안'이 유일한 희망

미국 의회는 3월부터 1천100만명에 달한다는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본격 심의한다. 911 테러사건 이후로 미국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크고, 이와 비례하여 '물건너 온'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 경계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주들이 합법 체류비자가 없는 외국인들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불허하여 면허증 없이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 불체자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합법 비자 소지자들에게만 건강보험가입이 허용되고, 각종 세금 공제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불체자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졸업후 갈 곳이 없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하는 있는 측은 부모의 불법체류 때문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청소년들이다.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어떤 긍정적 조치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 나이에 원치않는 '범법자'가 된 이들 불체 청소년들의 실상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이 쓰릴 정도로 안타까울 뿐, 아직 어떤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해상과 육지를 통해 밀려드는 남미계 불체자들의 집합소인 플로리다 지역을 중심으로 몇몇 사례들을 들어 보기로 하자.

엄마 따라 멕시코를 탈출하여 미국에 온지 11년, 파비올라 게바라가 지난 6월 사우스 데이드 고교를 졸업할 때의 학점은 거의 4.0만점에 가까웠다.


▲ 미국내의 수많은 우수 불체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에서 등록금 감면혜택들을 받지 못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소원하던 주립대학의 간호학과에는 지원 조차 할 수가 없었다. 대학교를 갈 만한 돈도 없었고, 불법이민자로 학자금 융자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기 돈을 낸다 해도 플로리다 주민에게 주는 등록금 할인을 받을 수 없어서 3배나 비싼 등록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그녀 엄마의 가정부 급료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녀는 AP통신 1월 2일자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졸업 후 갈 곳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학교 다니면서 공부에만 전념했었다. 그런데 졸업 후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정부로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밭에서 콩을 따는 농부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 스러웠다.

플로리다 지역 명문 고교를 졸업한 한 한국인 동포 자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진석(가명)군은 우수한 고교 성적과 SAT(미국 학력평가시험)점수로 플로리다 지역 대학을 비롯한 여러 명문대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그는 당초 플로리다 지역의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할 수 있는 점수였으나 불체신분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만 했다. 궁리끝에 차선으로 동부지역 명문대에 입학하려 했으나 학교측에서 끈질기게 합법비자를 요구해 왔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희망과는 다른 3순위의 중부권 대학에 등록했으나, 형편이 썩 좋지 못한 그의 부모는 연 3만여불에 이르는 학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법은 불법이민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융자라든가 장학금 혜택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996년 개정 이민법은 공립학교와 대학들이 불법이민학생들에게 주의 합법적 주민들에게 적용하는 수업료 감면혜택을 적용하는 것도 억제하고 있다.

엄청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히스패닉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플로리다주는 캘리포니아나 뉴욕, 텍사스주 등 불법이민자가 많은 주들처럼 주민용 등록금을 불법이민자들에게도 적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입안되어 올 3월에 상임위에서 심의될 이 법안은 플로리다의 학교를 3년 이상 다니고 미국에 영주할 의사가 있는 불법이민학생들에게 플로리다 주민에게 주는 등록금 감면혜택을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드림법안' 통과에 실낱같은 희망...올해 통과될까?

현재 게바라처럼 부모를 따라 어린 나이에 미국에 들어와서는 불법신분 때문에 고교졸업후 좌절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해마다 미 전역에 걸쳐서 약 6만 5천명에서 9만명에 이르고, 플로리다에서만도 매년 우수성적에도 불구하고 체류신분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약 4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비율로 따져 보면, 2001년 911일 이후 지난 4년여 동안 미 전역에서 약 30~40만명의 청소년들이 음지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청소년들이 불체상태에서 직업 전선에 나서는 경우, 저임금에 시달릴 것은 뻔하고 탈선 가능성도 농후하다.


▲ 불체 학생 문제를 보도한 AP 통신 1월 2일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히스패닉 민권 단체인 ‘유나이티드 라틴 아메리칸 시티즌 연맹’(League of United Latin American Citizens)의 헥토르 M 플로레스 회장은 AP통신에 “이 땅의 아이들에게 그들 부모의 죄 값을 대신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 아이들은 미래에 미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상담전문가와 재정보조담당자들의 모임인 버지니아 ‘국립 대학진학 상담 조합’(NACAC)의 공공정책 국장 데이빗 호킨스는 총 1천7백만명에 달하는 18세 이하의 불법 체류학생 중에서 고교를 졸업하는 많은 수의 학생이 재정 능력이 안되어서 대학교육과 취업계획을 포기한다고 전했다.

호킨스는 “그들은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도 없고 대학진학도 할 수 없는 지옥같은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그들은 잘해봤자 지하경제의 일원이 되는 거고 어떤 경우는 사회의 짐이 되며 최악의 경우는 범죄의 길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불체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리차드 더빈 민주당 의원, 척 헤이글 공화당 의원, 리차드 루거 공화당 상원의원 등의 지지를 받고있는 '드림 액트'(DREAM ACT)의 의회 통과다. ‘외국인 소수자 교육에 관한 법안’인 드림액트는 16세 이전에 입국해서 5년 이상 미국 내에 거주한 불법이민학생 들에게 임시로 합법적 지위를 부여해 대학 학자금융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데 2001년 하원에 상정된 이후 계속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불법이민에 대한 하원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로레스를 비롯한 불법이민학생 옹호그룹은 부시행정부와 하원이 이민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금년을 이 양당 공동발의 법안 통과의 호기로 보며 기대를 걸고 있다.

플로레스는 또한 이들 외국출신 학생들은 교사직과 간호사직 등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연령에 이름에 따라 꼭 필요하지만 공급이 달리는 분야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텍사스에서는 1만명, 캘리포니아에서는 2만명의 영어와 스페인어를 하는 이중언어 교사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플로리다 주의회에서도 프레데리카 윌슨 의원(민주당, 마이애미)의 발의로 연방 법안과 비슷한 법안이 제안되어 작년까지 4년째 부결되었지만 금년 봄에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시민권-영주권 요구에 풀썩 주저 앉아 우는 학생들도

윌슨 의원은 이를 60년대 흑인 민권투쟁에 견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아이들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미국시민이 아닌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이들은 겨우 다섯,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서 공립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나는 우리가 오히려 이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이들은 모두 가치있는 사람들이 되기를 원한다. 지금 상황은 내가 아프리칸-아메리칸으로 싸워야 했던 옛날의 그 수많은 민권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 불체 학생 문제는 911 테러 사건이 벌어진 이후 미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 올랐으나, 좀처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AP 통신 2003년 12월 1일자 보도)

마이애미 데이드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초급대학) 노스 캠퍼스의 호세 비센터 총장은 <선 센티널> 1월 2일자에 “지금도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의 상담실에는 거주민 혜택 등록금 적용을 받기를 간청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한다. 주민에게 적용되는 등록금은 일년에 보통 2000불 정도이고 비 주민의 경우는 6,000불 정도이다.

그는 “이들 중 어떤 학생들은 영어도 완벽하다. 어떤 때는 고교 수석졸업자나 최고 우등생도 입학하는데 그래도 장학금을 못 받고 비 주민용 등록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학생들은 미국시민권이나 영주권 증명을 요구받으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울고 만다”고 말하며 그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파비올라 게바라도 다른 친구들이 대학입학 허가서를 받고 그 기쁨을 같이 나누고자 했을 때 자신의 불법신분을 감추며 느끼던 수치심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상대에 대한 질투를 느끼기에 앞서 그저 스스로의 처지가 괴로울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요즈음 사촌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는 다행히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더 이상 플로리다 의회의 법안 통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되었다. 그녀의 엄마가 미국인과 재혼한 덕분에 신분 문제 해결과 간호학사 학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의사가 되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우스 데이드에 사는 오스카 로잘리스(18)에게는 그런 행운도 없다. 10년 전 그의 아버지가 죽은 후 엄마와 함께 온두라스에서 미국에 온 그에게는, 지금 자기가 원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현재 축구도 대학진학의 꿈도 다 포기한 채 형과 함께 공사장에 다니는 것도 모자라 파트타임으로 식목원에서도 일하고 있다. 그는 “학업 성적으로는 대학교에 갈만했지만 '돈 성적'으로는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올려짐: 2006년 3월 10일, 금 1:3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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