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상고의 감동 스토리... '역전의 명수' 탄생 50주년 [print]

[책이 나왔습니다] <군산 야구 100년사> 개정판을 내면서

(서울=오마이뉴스) 조종안 기자 = 전북 군산은 금강의 연원이 담긴 '용당포 전설'을 비롯해 '오성산 전설', '중바위 전설', '내초도 금돈시굴 전설' 등 많은 설화가 전해진다. 전설(傳說)이란 예로부터 특정 지역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 20세기 전설처럼 전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역전의 명수' 감동 스토리가 그것이다.


▲ 군산시 중앙로에 내걸린 군산상고 우승 환영 현수막

유난히 무더웠던 1972년 7월 19일. 그날 저녁 야간조명등이 휘황하게 비추는 서울운동장에서는 한국 고교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향연이 펼쳐졌다. 제26회 황금사자기 결승전 경기였다. 창단 4년의 신출내기 군산상고는 영남의 강호 부산고에 1-4로 뒤지다가 9회 말 대역전극(5-4)을 펼치면서 우승, 밤하늘에 나부끼는 황금사자기를 가슴에 품는다.

그날의 역전승은 한 편의 드라마이자 다시보기 어려운 명승부였다. 무명의 선수들이 불굴의 투혼으로 일궈낸 승리는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역전의 명수' 닉네임이 따라다니기 시작하였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끝까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불어넣어주기도 하였다.

역전의 명수 신화는 경기 때마다 득점, 타이, 역전, 재역전 등 파란과 이변을 연출하며 탄생하였다. 승부 근성과 패기로 똘똘 뭉친 역전의 명수들은 해마다 전국규모 대회에서 짜릿한 명승부를 보여주며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것. 그들은 경기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방전, 투지와 끈기로 접전을 펼치면서 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녔다.

군산상고의 감동 스토리는 1977년 정인엽 감독에 의해 영화(제목: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로 만들어진다. '야구 천재' 소리를 듣던 국가대표 출신 최관수가 감독으로 부임, 역경을 이겨내고 전국을 제패하는 과정을 그렸다. 진유영, 하명중, 강주희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그해 7월 16일 명보극장에서 개봉, 하루 4000여 명이 관람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최관수 감독 재임 기간(1970~1979) 우승 6회 준우승 5회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은 선수들은 국내 명문대학과 실업팀, 프로팀 등으로 스카우트되어 중심타자로 활약하였다. 당시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록도 있다. 1982년 초 창단된 해태타이거즈팀의 절반이 넘는 선수가 군산상고 출신이었던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군산 야구 100년사' 출간


▲ 군산야구 100년사 사진모음 ⓒ 조종안

기자는 지난 2012년 군산의 야구가 걸어온 발자취를 취재하기 시작하였다. 서랍 구석에서 잠자던 관련 콘텐츠가 하나둘 모았고, 이듬해 1월에는 당시 김준환 원광대 야구부 감독을 시작으로 군산상고 레전드들을 인터뷰하였다. 취재 중 기증받은 사진을 널리 공유하고자 군산시에 전시회를 제의했고, 2014년 12월에는 인터넷 언론에 연재했던 기사들을 모아 <군산 야구 100년사>(329쪽)를 출간하였다.

책 출간 후에도 숨겨진 정보들을 계속 추적하였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군산 최초 야구인(양기준)이 동생(양기철)과 함께 3·1운동에 앞장서 참여했다가 나란히 옥고를 치른 사실을 알아냈고, 대구 복심원판결문, 1919년 7월 12일 자 <신한민보>(재미한인단체 발행) 기사, 양기준의 한지의사 면허 교부서(1932년 조선총독부) 등을 찾아 유족에게 전했으며, 독립유공자 서훈 받은 소식도 접하였다.

1960년대 초부터 군산에 초등학교 네 팀과 중등부 두 팀, 군산상고 야구부를 창단, 그래서 '군산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용일 전 KBO 총재권한대행을 1년에 1~2회씩 만나 그의 구술(숨겨진 이야기 중심)을 녹취하였다. 주 내용은 1972년 황금사자기 결승전 관람하고 계단에서 만난 김상만 대회장과의 대화, '일본 야구계의 전설'로 통하는 장훈(張勳) 선수와의 인연 등이다.

새로운 정보 정리해 개정판에 업데이트


▲ <군산야구 100년사> 개정판 표지(152x225) ⓒ 조종안

기자는 5~6년 동안 모은 새로운 콘텐츠를 정리, 2020년 초부터 '군산투데이'와 '전북의 소리'에 연재하였고, 급기야 개정판(490쪽)까지 내게 되었다. 계획은 작년에 출간하려 했으나 역전의 명수 탄생 50주년 의미를 더하기 위해 1년 늦췄고, 발행일도 7월 19일에 맞췄다.

개정판에는 군산의 첫 야구인 양기준 선생과 전의용 조선체육회 야구심판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비롯해 장 훈 선수가 군산을 세 차례 방문한 배경, 그와 이용일 KBO총재권한대행과의 특별한 인연, 1920년대 초 군산에 존재했던 10여 개 정구단과 군산농업학교, 군산공립보통학교, 군산소학교 등에서 열린 각종 대회를 관련 사진과 함께 업데이트하였다.

그동안은 1907년 황성신문의 '휘승청패(徽勝靑敗:휘문이 황성기독교청년회 야구팀을 이겼다는 뜻)'가 국내 최초 야구경기 기사 제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구규칙(野球規則)>(1947년 최상준 저) 발견으로 1년 앞당겨졌다. 책자에 소개된 1906년 2월 17일 치 <황성신문>에서 '타구성회·打球盛會'(황성기독교청년회-덕어학교 경기에서 덕어학교 승리) 제하의 기사를 발견한 것.

1947년 한글로 작성된 최초야구 규칙과 경기용어집(<야구규칙>)의 주요 내용, 1925년 2월 25일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 체육잡지 <조선체육계(朝鮮體育界)>(제3호)에 실린 전의용의 '최신야구규칙(最新野球規則)', '야구야화(野球野話)', '야구선수의 어깨(肩) 양성법', '싸인은 몇 가지나 쓰일까' 등도 개정판에 삽입하였다.

전의용(1897~?) 심판원은 서울 출신으로 1930년 군산으로 이주한다. 이어 군산야구팀 선수 겸 매니저와 부의회 의원으로 활약하며 지역 체육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그는 조선인 야학 및 빈민층 구제, 달동네 생활환경 개선 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복 후에는 언론인으로 활동하였고, 대한체육회 이사와 대한야구협회 회장(1964~1966)을 역임했으며, 1970년 국가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고, 책도 초판보다 160여 쪽 두꺼워졌음에도 어딘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인구 27만을 힘겹게 턱걸이하는 지방의 자그만 항구도시에서 야구 한 종목만의 100년사 집필 결과물에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다'는 말이 있다. 미래 학생들의 향토사 교육과 군산의 체육, 군산의 야구 발자취 정리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조선인사 흥신록,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한국근현대인물자료, 2019년 12월 6일 자 (한국야구사 재발견), 동아일보(1920년대), <군산 야구 100년사>(2014년 12월 발행)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7월 25일, 월 4: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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