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무조건 반대 말고 합리적 우려 담아내야" [print]

박종운 변호사 "혐오 표출은 선교 전략으로도 좋지 않아"

(서울=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 = 교계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허위·왜곡·과장 정보가 넘쳐 난다. 한국의 차별금지법과 관계없는 해외 사례를 들고 와서 무조건 '이렇게 될 것이다'며 공포를 조장하거나, 종교의자유·표현의자유가 타인의 기본권을 해치면서까지 무한정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호도한다. 차별금지법이 최종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도 횡행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대담이 열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백종국 이사장)은 9월 12일,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를 초청해 '차별금지법 제정 의의와 보완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에서 법제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평등법제정추진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윤실은 이번 차별금지법 포럼을 준비하며 찬반 양쪽 진영을 모두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박종운 변호사가 기조 발제를 맡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국민연합(진평연) 쪽 인사 한 명,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사 한 명을 초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진평연에서 응하지 않아 찬반 토론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9월 12일,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와 박종운 변호사가 함께하는 차별금지법 대담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기윤실 동영상 갈무리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

박종운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교계의 오해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먼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교회가 동성애자를 목사 혹은 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발의된 차별금지법에는 '진정 직업 자격'(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자격)에 한해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안에도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성원의 자격을 제한한 경우"에 한해 단체 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박종운 변호사는 "교회 목사 채용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교회가 속한 교단이나 교리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교단 헌법상 동성애자에게는 안수를 주지 않고 직원으로도 채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 그 교단에 속한 교회는 당연히 이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이 법안이 종교의자유·표현의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자유라고 해서 무한정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반동성애 진영은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소수자 및 앨라이(지지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사랑이 아닌 혐오와 증오로 느낀다. 박종운 변호사는 "교회에서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본다고 설교하는 게 아니라, 거리에서 동성애는 가증스럽고 동성애자는 다 지옥에 떨어진다고 주장하면 듣는 사람은 혐오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혐오가 묻어난 반동성애 운동은 결국 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복음주의도 그런 식으로 반낙태·반동성애 운동을 했다. 이런 방식은 모 아니면 도다. 그들의 운동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동성애 찬성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교회와 시민사회가 멀어지고 교회의 사회적 선한 영향력도 축소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 번째 큰 오해는 장혜영 의원안에 나온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기업이나 학교를 경제적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법이라고 주장한다.

박종운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에서 언급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른 법에도 일부 도입된 것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 배상금 하한을 500만 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런 차별을 받았을 경우 위자료로 적어도 500만 원은 책정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이 조항은 법원이 조심스럽게 판단을 내릴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박종운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을 무작정 반대하는 대신, 개신교계의 합리적 우려가 법안에 잘 담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후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찍은 것.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 꼭 필요무조건 반대 대신 대안 고민하자"

박종운 변호사는 국제 인권 기구에서도 권고하듯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혜영 의원안은 현실적으로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 힘들 것 같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권고한 평등법을 조금 수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신교가 무작정 반대만 말하고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스스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은 종교 기관이 정부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적 색채를 띤 기독교 교육기관이다. 신학대학원이 아닌 4년제 사립대학에서 진행하는 채플도 종교 영역과 비종교 영역이 만나는 대표적 지점이다.

박종운 변호사는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리 조문에 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조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개신교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적정한 선에서 차별금지법 총칙에 잘 녹여 내면 좋겠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기본적으로 종교 안에서 발생하는 일은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종교와 공적 영역이 만나는 곳에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박종운 변호사는 그동안 해 오던 대로 하면서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공격적 선교 방법에 대해서도 재고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기독교가 혐오와 증오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동성애자를 대하는 것은 그들을 선교 대상으로 생각할 때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자고 하는 건데, 어떻게 그들이 우리 말을 믿고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선교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9월 24일, 목 5: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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