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덫에 빠진 한국 개신교 [print]

이데올로기적 교만과 무지에서 순수한 복음의 정신으로

(서울=뉴스앤조이) 백종국 기자(전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공중 권세 잡은 사탄의 교회 파괴 전략

한국의 개신교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부적으로 교회의 일치는 붕괴되었고 외부적으로 개신교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서 한국 개신교의 코로나19 대응 행태를 들 수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궁여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종교적 규례를 앞세운 주요 교단들이 현장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종교적 규례라는 딜레마를 자초하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개신교의 코로나19 대응이 일시적 위험이라면, 21대 총선을 앞두고 심화되어 온 한국 개신교의 이념 갈등은 훨씬 더 깊은 상처를 입히는 장기적 위험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탄핵을 거부하는 정치적 투쟁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이 투쟁의 처음 주체는 야당이었으나 지금은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한국 개신교인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점차 교회 내에서 이 정치투쟁의 정당화를 시도하는 이념들이 복음을 대치하고 있다. 갑자기 불거진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의 이데올로기 논쟁이 바로 그 이념의 덫이다.

복음의 역사를 파훼하려는 이 사탄의 전략이 싹트게 된 토양이 있다. 바로 한국 개신교의 교만과 무지이다. 혹은 한국 개신교의 반지성주의라고도 한다. 이로 인해 한국 개신교가 한국 사회의 영적 지도자가 되기는커녕 계속 무익한 갈등을 조성하는 집단이 되고 있다. 교회와 사회 모두에게 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개신교는 하루속히 이념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교회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한국 개신교의 교만과 무지

주님의 은총으로 복음이 이 땅 위에 전파된 이후 한국 개신교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통계청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인들의 숫자는 967만 명으로 주요 종교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집계에 따르면 374개의 교단에 5만 5000개 교회와 11만 명의 종사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폭발적인 교세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에 있어서도 개신교는 높은 성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2007년의 독실한 장로 대통령은 두말할 나위 없고 전·현직 장관 56명 중 32명(58%), 국회의원 296명 중 194명(66%)이 기독교인이었다. 기독교 인구가 신·구교를 합쳐도 전체 인구의 3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독교인이 정치적으로 과대 대표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폭발적인 교세 성장과 정치적 영향력 증가는 한국 개신교에서 영적·사회적 교만이 발생할 토대를 제공했다. 한국 개신교의 교만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 차원은 자주 목격되는 목사들의 사회적 교만이다. 지난 세기 초반에는 목회자들이 교회 공동체 내에서 가장 개명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이었다. 따라서 만인 제사장이라는 개신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은 영적·사회적 지도자로 존중 받았다. 최근에 이르러 평신도들의 학력 수준도 높아졌다. 한국 개신교는 이제 말씀 그대로 복음적 분업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모든 영역에서의 권위자로 자임하고 있다.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들이 포함된 회중 앞에서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편견을 하나님 말씀으로 선포하면서도 회중들의 아멘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차원은 적지 않은 교회들의 이데올로기적 교만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이데올로기의 대부분은 인류 역사에서 최근세, 즉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개발되었다. 자유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가 대표적이며 이러한 범주 안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되는 수많은 허위의식들이 파생되고 있다. 진실로 이데올로기는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비교하기가 민망한 창조 세계의 초등 학문이다. 하나님나라가 아파트라면 이데올로기는 그 안에 서식하는 바퀴벌레에 불과하다. 복음을 이데올로기로 포장하는 일은 바퀴벌레 안에 아파트를 욱여넣으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그리스도의 복음과 동일시하려는 주장들이 한국 개신교 목사들의 성명서라는 명목으로 난무하고 있다.

교만은 무지와 동행한다. 교만하면 무지하게 되고, 무지하기 때문에 교만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목사들의 시국선언이 이러한 현상의 전형적 사례이다. 이들에 따르면 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본주의를 파괴하고 공산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평화통일 대북 정책, 소득 주도 성장 정책, 토지공개념 강화, 친환경 에너지 사업, 탈원전 정책과 4대강 보 철거,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 등이 공산화의 증거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수자 보호를 위한 각종 조례와 법령 개정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한국 기독교가 봉기하여 정권 퇴진 운동을 할 것이라 선언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교만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요구는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이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정책들은 현 정부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 앞에 제시했던 선거공약들이다. 그리고 국민 다수가 이 정부를 선택했다. 물론 선거공약이라도 잘못된 것은 차후에 교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선거공약 대부분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현 정부의 선거공약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에 반대되는 공약을 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면 될 일이다. 이미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지나친 일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자본주의라는 주장 또한 큰 오해다. 1948년 헌법 제정 이래로 한국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실용적으로 섞여있는 혼합경제이며 사회적 시장경제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헌법학자 다수의 의견이며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탈원전과 토지공개념 강화가 공산화의 증거라는 주장도 언어도단이다. 탈원전과 공산화는 아무 관련이 없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전제로 한 혼합경제 정책이다. 공산화를 하려면 최소한 생산수단의 국유화 정도는 주장해야 한다.

교만과 무지로 닫히는 복음의 문




한국 개신교의 교만과 무지는 한국 사회에 활짝 열렸던 복음의 문이 점차 닫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의 종교 통계를 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종교 활동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의 경우는 그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보고서들을 보면 주요 교단들의 교인 감소세가 뚜렷하며 상대적으로 교회와 목사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단이나 가나안 교인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교만과 무지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정치 투쟁이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로 진보적인 젊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축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32%가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로 젊은 층이 이같이 답했다.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은 21%에 그쳤다. 그러나 장로나 권사들이 포함된 보수층이 교회의 지도층이므로 목회자는 이들의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인다. 목회자의 이러한 태도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교회 젊은이들을 가나안 교인으로 만들면 교회는 얼마 안 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둘째로 한국 사회가 한국 개신교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보면 한국의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점차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63.9%로서 신뢰한다는 응답의 두 배가 넘는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에 대해서는 가톨릭이 30.0%, 불교가 26.2%인데 비해 개신교는 18.9%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에 개신교의 신뢰도가 26.1%로서 불교에 비해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급격한 하락세이다. 복음 전파를 지상명령으로 삼는 한국 개신교가 어떤 점에서 실수하고 있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이념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념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한국 개신교는 순수한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교만과 무지를 회개해야 한다. 목사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신도 중 관련 전문가를 목회로 초청하여 하나님나라를 향한 복음적 분업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사의 권위가 교회 운영의 기술이 아닌 영적 영향력에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 교인들이 목사의 설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어설픈 정치 평론이 아니라 영적 위안과 평화이다. 교회는 우파와 좌파와 중도가 함께 하나님을 섬기는 공동체이다. 정치 평론은 하나님나라의 실천으로서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구현을 강조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설교에 섞는 일을 삼가야 한다.

이념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한국 개신교는 대화의 장을 활짝 열어야 한다. 사실 다수의 개신교회는 현 상황이 억울할 수 있다. 극우적 정치 집회를 강행하는 일부 정치 목사들로 인해 혹은 구태여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소수의 교회들로 인해 대다수의 건전한 교회들이 함께 욕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대다수의 교회들도 문제적 소수의 행태를 그저 지켜보기만 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이 문제아들의 목소리가 한국 개신교의 다수가 아니라는 점만이라도 한국 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 새로운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현재의 교단 지도부는 나이 많고 극우적인 남자 성도들의 놀이터다. 신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남녀노소 성도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연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강퍅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바로가 스스로를 강퍅하게 한 것은 하나님이 그에게 벌을 내리시기로 작정하심으로 나타난 저주의 결과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사탄의 덫에 걸려 복음의 문을 가로막고 있으면 하나님께서는 다른 방법을 통해 영광을 받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겸손하게 마음을 낮추고 건전한 지식을 갖추자. 바퀴벌레 같은 이데올로기를 섬기지 말고 영원하고 아름다운 하나님나라를 섬기자.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_
올려짐: 2020년 5월 01일, 금 4: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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