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제기한 '윤석열 장모' 의혹들... 윤 총장은 왜? [print]

[주장] '수사에 성역은 없다'는 검찰총장의 말을 생각한다


▲ 2018년 10월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유성호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국감장에서 이런 말씀하시는 게 적절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엔 친인척과 관련한 사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이 사건이 고소가 들어왔거나 소송에 걸린 게 있습니까? 300억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돼 있을 텐데.

증거가 있습니까? 국감장에서 정말... 몇 십억의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민사소송을 걸든지 형사고소를 할 텐데, 저는 그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용을 모릅니다. 신동아에 뭐가 났다고 직원이 갖고 왔길래 저는 안 봤습니다. 그럼 해당 검찰청에 왜 수사가, 안 되냐 물어보시든지 해야지 이건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2018년 10월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하게 '역정'을 냈다.

당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언짢은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드리기 죄송한 얘기지만 장모 최모씨 사건, 300억 잔고 증명 위조, 30억 당좌수표 부도사건 이거 아십니까?"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장 의원은 준비한 PPT 자료를 제시하며 사건을 요약 정리했다.

윤 총장이 보기 드물게 불쾌감을 표시한 이 날 국감에 이어 이듬해 7월 열린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최씨에 관한 의혹은 다시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녹취 제보를 근거로 "후보자의 장모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해서 상당히 괴롭혔던 정대택이라는 사람 혹시 아십니까?"라며 이렇게 물었다.

"2017년 1월의 일입니다. 즉 박근혜 정부 말기에 청와대가 윤석열 후보자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취득했고 그 방면으로 정대택이라고 하는 사람을 접촉해서 자료를 받아 갔다 이런 녹취록입니다. 이런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윤 총장은 "잘 모릅니다"란 취지로 짧게 발언했고, 박 의원도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이후 윤 총장 취임 이후 이 사건은 다시 수면 아래로 묻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접촉했다는 정씨의 일방적 주장만이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 상에서 간간이 회자될 뿐이었다.

"사실 이 의혹 저희가 처음 제기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 중앙지검장 때나 그리고 검찰총장 된 뒤에도 이미 나왔던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별로 조명을 받지 못했고 언론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묻겠습니다. 윤 총장님, 장모님 관련된 사건, 제대로 들여다보셨습니까? 정말로 한 점의 의혹도 없습니까?"

9일 MBC <스트레이트>의 진행자인 조승원 기자가 윤 총장에게 한 질문이다. 이날 MBC는 <스트레이트>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 편을 통해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MBC <스트레이트>가 제기한 세 가지 의혹


▲ 9일자 MBC <스트레이트> 방송 ⓒ MBC 스트레이트

이날 MBC가 짚은 '윤석열 장모 의혹'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사건. 2013년 부동산업자 안아무개씨는 2년 전 기준으로 감정가가 170억 상당인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한 야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손을 잡았다. 일종의 '동업투자' 와중에 최씨는 총 350억 원에 달하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이 증명서는 MBC가 확인한 것만 총 4건이었다.

이 위조 서류는 실제 땅 매입 대금의 잔금 지급일 연장 요청이나 추가 자금 등에 사용됐고, 그 과정에서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후 땅 매각과 관련해 동업자 안씨와 소송전에 돌입한 최씨는 2016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안씨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가짜 잔고증명서의 존재와 서류 위조를 시인하기도 했다. 특히 최씨는 자신이 김아무개씨에게 위조를 부탁했다고도 증언했다.

이렇게 최씨가 법정에서 사문서 위조를 명백하게 시인했음에도 검찰은 이 사안을 수사하지 않았다. 관건은 윤 총장이 이 사실을 알았거나 관여했느냐다. 최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내가 손해만 보고 어쩌고 얘기했을 거 아니야, 나도 변명을 해야 되니까, 사위한테라도"라며 윤 총장이 사건을 인지할 수 있던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둘째,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 최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의료재단 영리법인에 2억을 투자하고 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요양급여비 사기·부정수급 사건으로 병원 운영자 부부와 재단 공동이사장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병원이 문을 닫게 됐다. 하지만 오로지 최씨만이 검찰 수사를 피했다. 검찰 수사 1년 전인 2014년 5월 최씨가 "갑자기 이사장에서 물러나겠다"며 공동이사장인 구씨에게 받아낸 '책임면제 각서' 때문이었다.

"(이 각서는) 구씨와 의료재단 측의 직인이 찍혀 있고, 각각의 인감증명서까지 붙어 있습니다. '최씨는 병원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민·형사적 사항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 이후 재판에서 최씨는 이 각서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1년 뒤 닥칠 검찰의 수사에 대비라도 한 듯 최씨는 돌연 문제의 사업에서 발을 빼며 각서까지 받아둔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하지만 각서를 받아두었다고 해도 범죄 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 이용주 기자)

이 각서 한 장으로 최씨가 수사와 재판을 피한 것도, 10억을 투자한 구씨와 2억을 투자한 최씨가 일종의 공범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실형(2년 6개월, 집행유예)을 받고, 한 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 자체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의료재단 측 변호인은 "설립 자체가 잘못돼서 요양급여를 받은 게 사기라고 된 건데 사실 의료법 위반은 같이 (적용)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전했고, MBC와 만난 한 변호사 역시 "사실관계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지나치게 선택적으로 기소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소권 남용일 수 있다, 재량의 남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됐던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의 분쟁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들. 정씨와 최씨가 함께 채권투자에 나선 것은 2003년. 법무사 백모씨 입회 하에 "이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약정서를 썼지만, 이후 50억 넘는 수익금이 생기면서 최씨가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했다. 약정서를 쓰는 과정에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는 것. 법정 공방 끝에 정씨가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결정적 증거는 최씨에게 유리한 법무사 백씨의 증언이었다.

하지만 2008년 8월 정씨가 출소한 이후 백씨가 말을 바꿨다. 백씨는 약정서 내용을 안 지킨 것은 최씨였고, 법정공방 당시 최씨가 백씨를 거액의 금전으로 회유했다는 양심선언이 담긴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백씨의 자수서를 근거로 정씨는 최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검찰은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한 반면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MBC와 만난 최씨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관건은 이 모든 의혹에서 윤 총장이나 부인 김건희씨가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일 터. 안씨의 재판 과정에서 잔고 증명서 위조를 포함해 어머니 최씨에게 조언을 해준 투자 전문가가 딸 김건희씨의 지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안씨는 MBC에 김씨가 어머니 최씨의 투자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하고는 한두 번 만난 게 아니라 (김건희 자택) 밑에서 수십 번 만났죠. '우리 같이 잘해보자고. 우리 엄마는 돈 융통을 잘 못 한다. 내가 다 해줘야지. 융통하는 것을 내가 다 한다'고 해요. 그런데 진짜로 그렇게 하더라고요."

이에 대해 MBC는 "김건희씨는 안씨와 딱 한 번 만나 인사를 나눴을 뿐, 도촌동 땅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가족을 통해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 총장의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정대택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던 윤 총장의 말은 달랐다.

그리고, 2012년 윤석열 중수부 1과장의 인터뷰

하지만 윤 과장은 13일 관련 내용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과장은 "진정인은 지난 10년간 장모를 괴롭힌 사람으로 그것 때문에 장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1심에서 1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라며 "심지어 인터넷에 제 부인을 '꽃뱀'이라고 표현한 글도 올렸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은 "진정인은 자신이 사법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자기를 기소한 검사나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진정하는 등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가 (지금의 부인인 김씨와) 교제하다가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비방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과장은 "진정인이 고소한 사건들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 등에 전화를 하는 등 사건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며 "현직 검사가 어떻게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윤 과장은 "대검 중수부장이 진정서와 관련된 얘기를 하길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감찰과에서 많이 조사한 모양인데 아직 소환통보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의 2012년 6월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기사 중 일부다. 당시 정대택씨는 "최아무개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경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하여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과장이 압력을 행사한 사건으로 총 12건을 제시했다.

당시 정씨는 윤 총장을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서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제출하며 "자신이 고소한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한 반면, 윤 과장의 장모가 고소한 사건은 기소한 것은 윤 과장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법무부로부터 진정을 이첩받은 대검은 정씨를 조사하며 감찰에 나섰지만, 결과는 '혐의 없음'이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정씨를 모른다고 했던 윤 총장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

사실 윤 총장 장모 최씨에 대한 의혹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윤석열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그동안 본질과는 다르게 정치 공방의 소재로 흘러가곤 했다"라는 이용주 기자의 말마따나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 지난 10여 년 음으로 양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사건들이다. 진행자 조승주 기자는 마무리 멘트로 <스트레이트>가 최씨 관련 의혹을 끄집어낸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윤 총장은 과거 정부에서나 지금도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면서 누누이 "수사에 성역은 없다"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라고 해서 이 원칙에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의혹이 크고 많으면 일단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윤석열 총장이 장모 최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스트레이트>에 침묵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하지 않았고, 또 누군가가 '덮는 수사'로 이익을 취하거나 누군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해법은 간단하다. 여러 증거나 증언, 정황이 윤석열 총장과 그의 가족을 가리키고 있다는 취지의 MBC 주장이 틀렸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간단하다. 아직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도 버젓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0년 3월 21일, 토 5:3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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