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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붙든 광주시민들, 재판장에게 편지 전달한 이순자
[현장] 취재진·경호원 뒤섞여 차에 못 오르고 '허둥지둥'... 광주시민 항의 속 겨우 빠져나가



▲ 거센 항의 받으며 광주법원 떠나는 전두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참석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학살자, 전두환! 이놈아!"
"차에서 내려 사과하고 가라, 인마!"

11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을 거부한 채 유유히 법원 안으로 들어갔던 전두환씨(관련기사 "이거 왜 이래!"... 전두환, 취재진 밀치고 짜증내며 등장). 하지만 재판을 마치고 차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5.18 피해자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다.

이날 오전 12시 30분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전씨는 법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이 진행하는 재판에 출석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은 약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으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전씨 측의 주된 주장이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관련기사 : 전두환 명예훼손 첫 재판 종료…공소사실 전면 부인).

전씨는 재판에서 재판장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동혁 부장판사는 재판 초반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알리고, 생년월일·직업·주소·본적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씨는 "잘 안 들립니다"라고 말했고, 헤드셋(청각보조장치)을 쓰고야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 중간 전씨는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내 이순자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씨 옆에 앉았다.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이씨는 재판장에게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 부장판사는 "신뢰관계인이 재판부에 글을 줬다, 재판부에 당부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나"라며 그 자리에서 편지를 자세히 확인하진 않았다.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 꿇어라!"


▲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전두환 차량 앞에 드러누운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우며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 유성호

전씨의 재판은 오후 3시 45분께 마무리됐지만, 한동안 전씨는 법원을 빠져나오지 않았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은 오전 전씨가 들어갔던 법원 후면 출입구에서 한 동안 대기하며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오후 4시 10분께, 입구에 주차돼 있던 전씨의 차량이 갑자기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씨가 나오기로 한 곳이 바뀐 것이다. 주변을 지키던 경찰도 갑자기 법원 전면 출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도 급히 달려 자리를 옮겼다.

법원 전면 출입구는 이미 경찰로 가득했다. 오후 4시 30분께 법원에서 전씨가 아내와 함께 나왔다. 경찰 너머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을 꿇어라!" 등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전씨는 경호원의 엄호 속에 차량으로 향했으나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섞여 잠시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당황한 듯 뒤를 돌아보기도 한 그는 취재진을 겨우 밀쳐낸 경호원에 의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전씨에 이어 아내 이씨도 겨우 차에 올랐다.

하지만 한동안 전씨의 차는 법원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변을 둘러싸 항의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씨뿐만 아니라 경찰을 향해서도 "독재자를 보호해주는 경찰이 어딨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항의하는 이들을 막아 세워 겨우 조금씩 이동하던 전씨의 차는 약 20분이 지나 법원을 벗어났다. 그 시간 동안 전씨의 차엔 피켓과 종이더미, 우산 등이 날아들기도 했다. 전씨의 차가 법원 인근을 완전히 빠져나가자 일부 피해자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광주 5.18단체 "학살 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재판 직후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씨는 '5.18 학살 책임자 전두환 구속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두환은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광주시민에게 즉각 사죄해야 하며 역사 앞에 즉각 회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 당시 군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한 사실은 조비오 신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광주시민들에 의해 목격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서도 공식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전씨는 이를 부인하고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라며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린다. 광주시민들은 성숙하고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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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19년 3월 15일, 금 11: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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