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ssage sent by the Priest who trampled on Jesus' face 022019 [print]

예수 얼굴 짓밟은 신부가 한국 보수 개신교에 보낸 '메시지'
[리뷰] 17세기 일본 가톨릭 수난기 속 믿음에 대해 묻는 <사일런스>



▲ 17세기 일본 가톨릭 선교자, 신자들의 수난기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2016) 한 장면 ⓒ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서울=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 분)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분) 신부는 그들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 분)가 일본 선교 도중 배교(믿던 종교를 배반함)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목숨을 걸고 일본에 밀입국 한다.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가 건너간 17세기 당시 일본은 가톨릭 복음, 신앙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고, 수많은 신부들과 신자들이 신앙을 끝까지 지키다 끔찍한 죽음을 맞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신부들이 죽음을 당한 후,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일본에 남아있는 유일한 신부가 되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지만 배교를 한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를 따라 일본에 잠입한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키치지로를 의심한다.

과연 그가 진정한 기리시탄(크리스천)일까? 그를 믿어도 될까? 하지만 다행히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키치지로의 인도 하에 무사히 일본의 기리시탄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당도했고, 신부를 애타게 기다리던 일본 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한다.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를 택한 신부


▲ 17세기 일본 가톨릭 선교자, 신자들의 수난기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2016) 한 장면 ⓒ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내 인생엔 영화와 종교 외엔 없다"라고 말한, 이 시대 살아있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2016)는 가톨릭, 그리스도 신앙에 대한 박해가 혹독 했던 17세기 일본, 목숨을 걸고 선교 활동에 나선 예수회 신부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고문 도중 배교를 했다는 페레이라 신부의 소식을 들을 때부터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끊임없이 신을 의심하고 다시 그 마음을 거두는 행위를 반복한다.

자신들의 존재 때문에 수많은 신자들이 고초를 겪을 때마다 신부들은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그의 응답을 듣길 바란다. 그러나 신부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신은 침묵을 이어가고, 로드리게스 신부는 과연 신이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까지 품는다.

"신음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침묵을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로드리게스 신부는 결국 그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를 따라 배교를 택했다. 그리고 이노우에 수령(이세이 오가타 분)과 일본 관료들이 원하는대로 그리스도를 배격하는 충실한 불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페레이라, 로드리게스 신부가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일까.

<사일런스>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로드리게스 신부를 배신하고, 또 로드리게스에게 고해성사를 청하며 자신의 죄를 씻길 원하는 키치지로가 매우 비중있게 등장한다. 성경에서 예수를 배반 했다는 유다 같은 존재다. 처음에는 키치지로를 믿지 않았던 로드리게스 신부도 살기 위해 배교를 밥먹듯이 하는 키치지로를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배교를 하지만 그야말로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신부를 관아에 넘기고도(키치지로는 자발적이 아니라 협박에 의해 밀고했다고 하지만) 또다시 고해성사를 청하는 키치지로를, 로드리게스는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키치지로는 묻는다. 자신처럼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사람도 그리스도의 품에 안길 수 있나고. 고해성사를 받아주며 그의 죄를 씻어주고자 노력했던 로드리게스 신부도 어느 순간 그 물음의 답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 17세기 일본 가톨릭 선교자, 신자들의 수난기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2016) 한 장면ⓒ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고통 속에 의심은 피어나고, 부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려 드는 이노우에 수령과 일본 관리들은 서로에 대한 이간질을 통해 배교를 강권한다. 옛날처럼 선교사와 신부들을 죽이면 오히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는 속성을 파악한 이노우에 수령은 로드리게스 신부를 순교 시키는 대신, 로드리게스가 보는 앞에서 신자들을 무참하게 죽이면서 그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이것은 페레이라 신부를 배교시킬 때도 유용하게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 때문에 끊임없이 죽음을 맞는 신자들의 고통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었던 페레이라와 로드리게스 신부는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예수의 얼굴을 짓밟는 선택을 감행한다.

로드리게스 신부보다 앞서 배교를 택한 페레이라 신부는 일본은 그리스도의 말씀이 제대로 전파되기 어려운 지역이라 토로한다. 하지만 대다수 나라가 기독교(가톨릭, 개신교 포함)를 국교로 채택할 정도로 그리스도의 신앙이 깊숙이 자리 잡은 유럽 또한 기독교가 정식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신자들의 희생과 죽음이 있었다.

일본 기리스탄들의 굳건한 믿음

그렇다면, 17세기 일본 영주들은 왜 그토록 그리스도 신앙이 널리 퍼지는 것을 두려워 했을까. 그들이 엄청나게 독실한 불교 신자라서 기독교에 반감을 가졌다기 보다는, 그리스도 신앙이 가진 평등 사상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로드리게스 신부의 믿음을 흔드는 통역관(아사노 타다노부 분)의 대사처럼 불교는 번뇌 망상에서 해탈 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진일보 된 사상이다. 하지만 이노우에 수령과 통역관과 같은 상류층이나 부처의 말씀을 제대로 접할 뿐, 피지배계층에게는 지배계층에 순종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또한 가톨릭 교회가 제대로 자리잡기까지, 신앙을 지키다 죽음을 맞은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로드리게스 신부를 배교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페레이라 신부는 일본에 그리스도 신앙이 제대로 퍼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천주와 그리스도를 향한 일본 기리스탄들의 믿음은 굳건했고 진실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 순교자들과 달리 배교를 택한 이들은 예수를 배신한 사람들일까. 페레이라, 로드리게스 신부는 예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 적이 없다. 다만, 아무런 죄가 없는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밟았을 뿐이다.

끝까지 신앙에 대한 믿음을 지키려고 했던 로드리게스 신부가 신앙을 포기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동안 로드리게스의 어떠한 기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은 비로소 로드리게스가 그토록 염원하던 음성을 내린다.

"나를 밟아도 좋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진짜 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자신을 배반한 유다도 사랑하고 용서 하였던 예수 그리스도는 진실로 그리 하셨을 것 같다.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 17세기 일본 가톨릭 선교자, 신자들의 수난기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2016) 한 장면ⓒ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종교인구 1위를 기록하는 한국 보수 개신교 교회는 '네 이웃을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한국 가톨릭 교회와 일제의 탄압 속에도 독립운동을 통해 교세를 확장했던 한국 개신교 역사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 신도들의 공격적인 전도 방식과 반동성애, 보수 단체 집회에 앞장서며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배격하는 오늘날 한국 보수 개신교의 현실은 가톨릭 선교자, 신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 했던 과거 한국, 일본 위정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예수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가지고자 했던 로드리게스 신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포기할 때, 비로소 간절히 원하던 신의 음성을 듣게 되었고, 신의 존재를 증명하였다. 그리고 비로소 예수를 믿지 않은 사람들, 예수를 배신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불신, 부정과 회개를 반복하며 비로소 신의 존재를 증명한 선교자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가톨릭, 개신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믿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물음을 안가져다주는 작품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올려짐: 2019년 2월 23일, 토 3: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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