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29]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은 황제의 새옷? [print]

* 본 기사는 광고성 댓글이 너무 많아 순서를 무시하고 앞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편집자)

미 언론-빅3, 일제차 시장 선점 '시샘'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최근 국제 원유가가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70불선에 육박하고 자동차 가솔린 가격이 서민들의 가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가자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가솔린 차량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한정된 석유자원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를 부채질 하는 요인이다.

가솔린과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미국에서 5년 전 7781대가 팔렸으나 지난해에는 8만3153대가 팔려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하이브리드 차량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고 있으나 2007년쯤이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5~15%를 차지하고 2010년 전후로는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미국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을 재빨리 선점하고 나섰다.

도요타-혼다 등 일제 하이브리드 미국시장 선점


▲ 일본산 도요타 프리우스
특히 시내주행에서 갤런당 60마일(리터당 25.5km)을 뛰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1997년 일본에서 선보인 이래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 되었다. 프리우스는 지난해에 미국에서만 5만3991대가 팔렸으며, 올해에는 7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2010년까지 5종의 하이브리드를 더 늘려 60만대의 하이브리드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선두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일본산 2005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이에 뒤질세라 혼다는 도요타 보다 한발 늦은 1999년에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를 내놓았고, 지난해 '시빅' 하이브리드를 출시해 미국시장에서만 2만5575대를 판매하면서 도요타의 뒤를 쫓고 있다. 혼다는 추가로 중형 '어코드'를 내놓았다.

이들 두개의 일본 자동차 메이커가 일찌감치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르자 지엠-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메이커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판매율은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의 강력한 대일 무역공세로 시장점유율을 74%(98년)까지 끌어올렸던 것을 정점으로 등락을 거듭하다 올 상반기에는 58.7%로 떨어진 상태.

반면 올해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시장 점유율은 24%에서 31%로 상승했다. 특히 도요타의 경우, 현재같은 판매증가 추세라면 내년 중에는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을 더욱 당황케 하는 것은 일본 자동차와의 마진율 차이다. 지엠(GM)의 지난해 대당 평균가격은 2만1400불로 도요타의 2만3000불에 비해 1600불이나 낮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도요타사의 순이익이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의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을 정도.

이 같은 마진율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미국의 빅3 자동차 메이커들은 마진율이 높은 대형 트럭과 SUV 차량 판매에 주력해 왔으나 이조차도 가솔린 가격의 급등으로 올해 초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인 지엠은 8월 중순까지 북아메리카에서만 25억불의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지엠-크라이슬러, 뒤늦은 추격전

이 같은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지엠은 대형 트럭과 SUV차량을 낮은 가격으로 팔아치우는 한편, 차량들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개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엠은 지난 달 26일, 크라이슬러와 기술 합작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계획을 협의하기 시작한 이후 8개월 만에 성사된 것으로 뒤늦게나마 도요타와 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따라 잡기 위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지엠은 시보레 타호(Tahoe)와 지엠시 유콘(Yukon)을, 크라이슬러는 닷지 듀랑고(Durango) SUV를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개조해 2007년에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때쯤이면 이미 수십만 대의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이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미국산 포드 이스케이프
미국의 <카 앤드 드라이버> 매거진에 따르면, 지난해 도요타와 혼다 등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의 총 판매량이 8만3620대 인데 비해 미국산 하이브리드의 판매는 포드 '이스케이프' 2993대와 시보레 '실버라도' 1500대를 모두 합해 일제 차량의 5%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과거처럼 정부와 의회를 동원해 일본에 대한 강력한 통상압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의 언론과 자동차 전문 잡지 등이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을 공격하고 나섰다.

일본 회사들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경친화적이고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기보다는 마진을 겨냥하여 성능 위주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

미 언론 "일제 하이브리드, 환경친화적 개념 벗어나고 있다"


▲일본산 2006 렉서스 하이브리드 SUV
미 언론들은 최근 도요타가 내놓은 고급 하이브리드' RX400h'에 대해 "이 차량이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라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엎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 차량이 시내주행의 경우 31마일, 고속도로 주행의 경우 27마일 밖에 달리지 못해 갤런당 최고 6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프리우스와 비교해 연비 차이가 크고 공장도 가격도 RX330보다 4000불 더 비싼 5만3185불에 달하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7월 30일자에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환경보호를 의미하는 녹색이 아닌 달러 지폐의 색깔인 '녹색 차량'으로 바꾸었다"면서 "RX400h는 하이브리드의 연비절감이라는 목표를 잊어버린 '황제의 새 옷'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이 같은 뉴욕타임스의 비판에 대해 도요타사는 "이미 최고 연비의 프리우스를 내놓았고, 이번에는 연비가 과히 나쁘지 않은 고급 하이브리드를 내놓았을 뿐"이라며 미국 언론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반응이다.

미국 언론의 일제 하이브리드에 대한 비판은 고급 하이브리드 뿐 아니라 중형 세단에도 가해지고 있다. <컨슈머 리포트>는 지난 5월호에서 중형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전기 엔진에 대해 "'그린 터보차저 차량(돈의 힘으로 가는 차량)'"이라며 "어코드의 전기엔진은 연료절감이 아닌 가속성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 뉴스>도 지난달 26일 "중형차 이상의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가솔린 엔진 차량에 비해 가속 성능은 월등하지만 갤런당 1~2마일의 연비만 절감되고 있어 하이브리드 흉내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앤드류 보이드 혼다 대변인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주요고객들에게 연비는 차량 선택의 한 부분일 뿐 주목적이 아니다"면서 "어코드는 보다 나은 성능뿐만 아니라 더 나은 연비도 함께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의 '일제차 깎아내리기'는 반사행동적 시샘?

사실 미국 언론의 일제 하이브리드에 대한 비판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만약 똑같은 평가 기준을 미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가령 고속도로 연비가 갤런당 31마일이고 시내에서 36마일인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경우 혼다 어코드 보다 하이웨이 연비는 6마일 낮지만, 반대로 시내에서는 6마일 높다. 연비만 기준으로 할 경우, 고속도로를 주로 달리는 고객은 혼다 어코드를, 시내 주행을 주로 하는 고객은 포드 이스케이프를 고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시보레 '실버라도' 하이브리드의 연비와 가격을 접하게 되면 미국 언론의 일제차 비판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역비판을 면할 수 없다. 2004년 기준 3만 불대의 가격인 실버라도의 경우, 하이웨이 연비 21마일에 시내주행 연비 18마일에 불과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

이렇게 보면 미국 언론들의 '일제차 깎아내리기'에는 일제차의 가솔린 차량 시장 잠식에 이어 하이브리드 차량시장까지 선점당한 것에 대한 반사행동적 시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현재 성능과 중고 가격에서 미제차를 앞지르고 있는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격을 불문하고 미국 시장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슷한 연비의 미제 이스케이프에 비해 3500불 이상 가격이 비싸 매기가 뜸하던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주문자가 쇄도해 순번을 정해놓고 팔다가 이조차도 없애 버리고 "퍼스트 컴, 퍼스트 세일"을 하고 있다. 뉴욕, 뉴저지 등 일부지역에서는 1~2년 된 도요타 프리어스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중고차가 신차보다 500~1천불 높은 가격에 팔리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 법안, 일제 하이브리드 판매 가속화시킬 듯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8일 부시 대통령이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 법안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을 렌트하거나 구매하는 사람은 최고 3400불까지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 국세청은 에너지 법안의 후속조치로 세금공제 혜택을 받게 될 7개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발표했는데, 이 중에는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시빅' 외에 연료절감 효과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혼다 인사이트', '혼다 어코드', '도요타 하이랜더', '렉서스400h'등 일제 차량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미국산은 '포드 이스케이프' 뿐이다. 이번에 세금 공제 혜택에 들지 않은 하이브리드 차량과 연비가 높은 가솔린 차량들도 곧 실시될 국세청의 2차 평가에서 공제 혜택 차량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세청은 에너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도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자들에게 '클린 퓨얼'(청정연료) 프로그램에 의한 2000불 가량의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해 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절감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매가격에 따라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연비절감 효과를 내지 못하는 차량은 세금 혜택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환경오염을 줄이는 대체 에너지 개발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고, 연일 솟아오르는 가솔린 가격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연비가 높고 환경친화적인 하이브리드의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이래저래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는 외부적 여건들로 인해 일제 하이브리드 차량은 당분간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두자리를 고수할 전망이다. / 김명곤 기자


<박스 기사>

어떤 종류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되나?

하이브리드 차는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합한 형태로 만들어 진다. 하이브리드 차는 고속도로 주행 시 연비가 높은 일반 차량과는 달리 신호등에서 자주 멈추어야 하는 도심지 운행에서 연비가 높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신호등 앞에서 정차했을 때 자동차의 운동에너지가 전기 배터리에 자동 충전되며 이 에너지가 자동차를 재 가속할 때 모터를 돌려 주행토록 한다.

단,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에 발전기, 배터리, 전동기 등을 탑재하게 되어 차량의 무게가 커지고 가격 또한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하이브리드는 10년 정도 경과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되는 데 이때 차량에 따라 2천~3천불 가량의 비용이 든다.

한편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에 대해 비판이 일자 그렘밴이라는 전기 공학자는 최근 연비가 뛰어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lug-in hybrid)를 개발했다. 이 차는 기존의 도요타 프리어스에 자체 개발한 18개의 벽돌사이즈 배터리를 추가, 최고 연비가 갤런 당 250마일에 이르도록 했다. 그러나 이 플러그인 배터리 자동차의 흠은 배터리를 재충전해야 되기 때문에 번거롭고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또 CS에너지사는 강력한 리튬이온(Lithium Ion)배터리를 사용해 갤런당 230마일짜리 차량을 개발해 내년중 선빌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구매자가 기존 차량을 플러그인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당 1만2000불을 들여야 한다는 것.

현재 부시 행정부는 수소연료 자동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자동차 개발은 수십 년 내에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설사 차량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수소연료를 판매하는 가스 스테이션 설비 등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추진돼야 하는 등 쉽지 않은 난제가 놓여 있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6: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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