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자들 "전사자 희생 숨기기 어렵다는 것 보여준 것"

그동안 논쟁중에 있던 미군 전사자 시신을 담은 관을 촬영한 사진에 대한 공개를 불허한 미 국방성의 정책이 전격 변경됐다고 지난 29일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전 CNN특파원이었으며 델라웨어 대학 베글레이터 교수 등이 지난 1년동안 끈질기게 부시 행정부에 2001년 10월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미군 전사자들의 시신을 담은 관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라고 촉구한데 따른 것이다.

베글레이터 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정보의 자유' (Freedom of Information)를 침해하지 말라고 부시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하다 지난해 10월 델라웨어 연방 법원에 정식으로 제소했으며 결국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베글레이터 교수를 비롯한 일단의 비판자들은 미 국방성 관리들이 그동안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들의 시신이 군용 비행기에 의해 운구되어 도착하는 생생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숨기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며 이를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국방성에 의해 최근에 공개된 사진들에 나타난 관에는 거의 대부분의 전사자들이 어느 나라에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 있지 않았으며, 관에 부착된 전사자들의 사진이 변경되거나 가려져 있었다고 USA투데이가 2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방성 대변인은 역사적인 목적을 위해 임무를 수행한 군부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전사자의 사진이 일부 변경되거나 가려졌다고 해명했다.

전사자들의 시신이 담긴 관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지난해 4월 361구의 전사자들이 담긴 관이 도버 공군기지로부터 델라웨어에 도착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미 국방성은 일반 매체의 기자들이 전사자들의 관에 대한 사진 촬영을 불허해 왔으며, 군 사진병들에게만 이를 허용해 왔다.

이같은 방침은 1991년 걸프전 직전 당시 국방성 고위 비서관이었던 딕체니(현 부통령)에 의해 입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LA 타임스는 분석가들의 말을 빌어 당시 미국의 몇몇 방송들이 조지 H. 부시 대통령(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이 백악관에서 쾌활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장면과 함께 전사한 군인들의 관이 도착하는 우울한 장면을 한 화면에 동시에 내보낸 데 자극을 받은 국방성에 의해 이같은 방침이 세워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베글레이터 교수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성명에서 "이는 미국민들, 전시에 의무를 다하다 전사한 군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위해서 중요한 승리다"라면서 "이같은 중대한 결정은 장래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민들에게 전사자들의 희생을 숨기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고 말했다. / 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