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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굳세게 버티는 신영철, 추락하는 법원의 권위
'촛불 재판' 개입 신영철 대법관 굳히기 돌입하나...전국 법관회의 20~21일 열려


▲ ‘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위에 회부된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 박상규 기자 = 1980년대에는 노래 <잊혀진 계절>이 있었다면, 2009년 대한민국 대법원에는 잊혀지는 신영철 대법관이 있다. 이른바 '촛불 재판' 개입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과 함께 자진 사퇴 압렵을 받아온 신영철 대법관.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신 대법관이 행위에 재판 관여 소지가 있고, 사법권 남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힌 게 지난 3월 16일. 벌써 1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신 대법관을 향한 비판 여론은 줄어들었거나 무뎌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슈도 많았다. 스포츠에서는 WBC대표팀과 김연아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언론계에서는 신경민 앵커가 MBC <뉴스데스크>에서 '낙마' 했으며,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도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신 대법관의 버티기 1개월, 이제 '굳히기'에 돌입하나

사람들의 눈과 귀가 다른 곳에 향하고 있는 동안 신 대법관은 '버티기'로 일관했고, 이제는 '굳히기'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신 대법관은 자리를 보전했지만 신뢰와 공정성이 생명인 대한민국 사법부, 특히 대법원의 권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우선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법관 기피신청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단체휴교 시위' 문자를 보낸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장모씨 등 2명은 대법원 상고심 주심을 맡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역시 촛불 정국에서 전경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만 원과 사회봉사 80시간이 선고된 김모씨도 신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재판이 배당되자 기피신청을 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 정정훈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을 보면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 돼있고 신 대법관이 이런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법관 기피신청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제기할 수 있는 행위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속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 대법관 기피신청, 법원의 굴욕이자 수치

법이 보장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법관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법원으로서도 '굴욕'일 수밖에 없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법관 기피신청은, 그것이 받아들여지든 거부되든 신청 당사자에게는 재판부에게 밉보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 신청 자체를 잘 안 한다"며 "그럼에도 기피신청을 했다는 건 그만큼 신 대법관에게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기피신청 대상이 된 개인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대법원 자체도 굴욕적인 일"이라며 "또 다른 이들에게 기피신청을 몇 번 더 받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 대법관이 빨리 자신 사퇴하는 게 법원을 지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문제로 인한 파문을 수습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의 판사들이 모임을 갖는다. 대법원은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75명이 20일부터 21일까지 충남 천안 상록회관에서 '전국 법관 워크숍'을 연다고 밝혔다.

전국의 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 2003년 '4차 사법파동'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법원 내부에서도 신 대법관의 문제가 중하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이 행사에서 판사들은 2개 분과로 나뉘어 '사법행정 운영방식 개선에 관한 사항'과 '법관 인사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주제는 신 대법관 사태 이후 법원 개혁 문제로 많이 제기됐던 것들이다.


▲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8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신영철 대법관 사퇴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전국 판사들 2003년 사법파동 이후 6년만에 '법관회의' 열어

행사에 앞서 대법원이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사법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각급 법원 의견수렴 결과'를 보면 일선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사퇴 거부는 정치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고, 재판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불신을 초래한다" "대법원장께서 국민 또는 법관에 대하여 사과 표명을 하는 방식으로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는 등의 견해를 밝혔다.

이렇게 법원 외부에서 치욕을 당하고 내부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지만 신 대법관은 꿋꿋하다. 그는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정기 선고에 참여했고, 지난 16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공판에도 참가했다.

한 마디로 대단한 버티기이자 집요한 끈기다. 신 대법관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땅에 떨어지는 건 대법원의 권위와 신뢰다.

그래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6일 논평을 내고 "사법부 내부의 징계절차와는 별도로 신 대법관은 스스로 사퇴하여 더 이상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법관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짜증은 높아진다.
 
 

올려짐: 2009년 4월 26일, 일 8: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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