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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호산나칼럼] 시골교회 부활절 풍경 한토막
부활신앙을 사는 사람은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사람

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참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언론에서도 성탄절이나 부활절이 되면 큰 교회나 교단 대표들의 '성탄절 메시지'니 '부활절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세상이 큰 것 중심이다 보니 작은 것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활절메시지도 큰 교회 아니면 교단 대표들에게만 듣고 중계하는 것은 보았어도 작은 교회들, 시골교회 목사들의 부활절메시지를 들어 본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활절 소식을 작은 농어촌 교회에서 스스로 전합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농어촌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 성인 40명 남짓 되는 작은 교회입니다. 교회가 작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사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25일 세화오일장에 나가 부활절에 쓸 달걀을 10판을 샀습니다. 아이들과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동네 어르신들도 초청하여 점심 대접을 할 때 예쁘게 포장하여 내놓을 것입니다.

교회 일로 장을 볼 때면 운전사가 되기도 하고, 짐꾼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 시골목사는 사찰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사실 농담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삶은 달걀을 잘 삶아서 예쁘게 포장하니 먹기도 아깝습니다. 물론 포장은 청년들이 와서 해주었습니다.

26일 토요일 늦은 밤.

아내와 함께 청포묵을 쑵니다. 묵을 쑬 때 잘 저어주어야 하는데 양이 많으면 팔이 제법 아프거든요. 제주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묵이라서 그런지 인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동네어르신들을 초청해서 식사대접을 할 때에는 꼭 청포묵을 아내와 직접 만듭니다. 아마, 많은 교회가 있지만 목사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내놓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은 교인들 공동식사 때에 텃밭에서 농사지은 것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교인들이 맛나게 먹어주면 그게 그렇게 행복합니다. 청포묵이 잘 굳으면 참기름과 깨, 간장, 김을 넣고 잘 버무려 놓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교인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동네 어르신들은 청포묵 보시면 막걸리 생각 좀 나실 것 같습니다.

27일 부활절 아침.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오히려 비가 오면 밭일을 못나가니 교인들이 더 많이 오기 마련입니다. 성가대 칸타타도 준비되어 있고, 이번 부활절에는 세례 받는 분도 두 분이나 되시고, 성만찬식까지 있으니 예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급적이면 예배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설교시간을 줄여서 핵심만 이야기합니다.

추상적인 것에 머물게 하는 신앙은 거짓

이번 부활주일메시지는 도시 교회식으로 바꾸면 이랬습니다.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부활신앙을 사는 사람들은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 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죽음의 문화에는 나눔, 평화, 섬김이 없습니다. 죽음을 죽이시고 예수가 부활하셨듯이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죽이고 생명의 문화를 꽃 피워야 합니다. 생명의 문화,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전쟁에 반대하고, 굶주리는 이웃들에게 구체적인 물질을 나누고, 우리보다 더 낮은 이들을 섬기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신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신앙을 추상적인 것에 머물게 하는 것은 아무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포된다고 할지라도 거짓입니다. 신앙은 구체적인 것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실직자, 외국인노동자, 노숙자, 독거노인, 버려진 아이들 모두가 섬김의 대상입니다. 그 곳에 예수 그리스도는 계십니다. 그 곳으로 가십시다. 거기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납시다."

예배를 마친 후 점심을 준비한 후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왔습니다. 여신도들이 언제 그렇게 많이 준비했는지 기본반찬에 잡채, 샐러드, 족발, 꿀떡, 봄나물, 된장국 등을 내놓았고, 거기엔 지난 밤 만든 청포묵도 들어 있습니다. 겉절이는 제가 텃밭에서 농약 한번 안주고 키운 배추로 담갔습니다.

동네 어르신들 중에는 교회 안 나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부활절은 잔칫날인데 뭔가 맨송맨송하지 않습니까? 잔칫날 술이 빠지면 흥이 없는 법이니 막걸리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이미 청년들하고 장로님들이 과일안주에 막걸리를 받아다 노인정에 넣어드릴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속으로 '굿!'했습니다.

동네어르신들이 날씨만 좋았으면 게이트볼 한번 할 터인데 하며 아쉬워하시면서 돌아가신 후에 회계집사님이 오셔서 동네어르신들이 헌금을 하셨다고 합니다. 슬며시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뭔가 제대로 자리 잡혀 가는 것 같아서입니다.

'나 참, 교회에서는 막걸리대접하고, 교회도 안 나오시는 분들이 헌금을 한다?'
어떤 분들은 "이거 사이비목사 아니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죄라고 정죄하면서도 정작 더 큰 죄, 하나님의 이름을 가장한 죄 같은 것에는 침묵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만 들면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부시는 복음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추악한 전쟁에 대해서 합리화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것이 복음주의의 핵심이 아닌 것은 차치하고라도 미국식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분들의 경우는 부시를 위해 기도하고, 적극 지지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하지만 철저하게 강대국을 의지하는 보수교회들, 그래서 같은 동족인 북한을 매 주일마다 저주하는 교회가 엄연히 한국 땅에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사이비일까요?

몇 년째 부활절이면 동네 어르신들과 식사도 나누고, 오랜만에 막걸리도 한잔씩 따라 드리고 하니 참 좋아하십니다. 이제 부활절 때만이 아니라 좀더 자주 동네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마련해야겠습니다. 이상, 작은 농어촌교회의 부활절풍경 한 토막이었습니다. / 김민수 목사(제주 종달교회)
 
 

올려짐: 2005년 3월 28일, 월 12:5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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