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대출 최고조... 신용카드 잔액 '제자리' 20년만에 처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국의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준비은행이 15일 공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전체 가계부채가 전 분기보다 1천480억 달러(0.9%) 증가한 17조5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 이후 2조9천억 달러가 급증한 것이다.

'가계부채'란 일반 가정이 가지고 있는 빚으로, 각 가정이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돈을 비롯해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한 금액 등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을 모두 합한 것을 말한다.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었다. 올 1분기 모기지 대출은 12조400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1210억 달러 증가했다.

1분기에는 이 모기지 대출뿐 아니라 신용 대출과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소매 카드 사용 등 거의 모든 범주에서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 내용은 인플레이션 여파 속에 미국인들의 빚이 전체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잔액은 1분기에 9860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1분기에 신용카드 잔액이 감소하지 않은 건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통 1분기에는 새해 결심도 하고 세금 환급 등을 받아 일부 부채를 상환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숨통을 틔우게 되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올해 전체로 볼 때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줄지 않는 이유와 관련하여 ‘렌딩트리’의 매트 슐츠 수석 신용 분석가는 CNN 방송에 인플레이션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출 증가는 전형적인 소비 행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보고서는 부채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지만, 가계는 평균적으로 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부채 유형에서 연체되는 비율이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 연체율은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보고서는 특히 "팬데믹 기간 많은 사람이 낮은 금리에 맞춰 재융자를 하면서 가계 재정 상태에 도움을 받았다"라며 재융자 유행은 끝났지만 그 영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갈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