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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무릎 꿇은 전두환 손자 "할아버지는 광주학살 주범, 사죄드린다"
광주서 5·18 피해자 앞에 머리 숙여 사죄 ...유족 "피 물려받은 손자 참회에 마음 풀려"


▲ 31일 전두환의 손자 우원(27)씨가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고교생 시민군 사망자 문재학(사망 당시 16세)의 묘소 앞에 무릎 꿇고 있다. 왼쪽은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83)씨. 문재학군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 소중한


▲ <소년이 온다> 문재학군 묘소 앞에 선 어머니와 전두환 손자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문재학(사망당시 16세)군 묘소 앞에 어머니 김길자(83)씨와 전두환의 손자 우원(27)씨가 서 있다.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문재학군은 고교생 시민군으로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지키다 전두환의 계엄군에 의해 숨졌다. 어머니 김씨가 "재학아 전두환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다"고 말하자, 우원씨가 무릎 꿇고는 벗고 있던 외투로 묘비를 닦고 있다. ⓒ 김형호

(서울=오마이뉴스) 김형호 기자 = 1980년 5월 광주 유혈진압의 장본인인 전두환의 손자가 31일 유족 등 5·18 피해자들 앞에 무릎 꿇고 할아버지 전두환의 만행을 대신 사죄했다.

전두환은 물론 그의 일가족 가운데서 나온 첫 사죄로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43년 만의 일이다.

전우원(27)씨는 이날 오전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고 문재학(사망 당시 16세)군 어머니 김길자(83)씨를 비롯한 5월 피해자들에게 "(광주) 학살 주범은 나의 할아버지 전두환이다"며 "저의 가족 대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분들과 광주시민들께서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다시 한번 가족을 대신해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는 양의 탈을 쓴 늑대 사이에서 자랐다. 3년 전부터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며 사죄 방문의 이유를 간략히 언급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5·18에 대해 궁금해 물어봤지만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대화 주제를 바꾸거나 침묵했다"며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은 영웅이고 민주주의를 지킨 위대한 시민들인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고 문재학군 어머니 "용기를 내줘 감사하다"


▲ 전두환의 손자 우원(27. 가운데)씨가 31일 오전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유족 등 피해자들 앞에서 할아버지의 만행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우원씨 오른쪽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으로 1980년 5월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하다 숨진 고교생 시민군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 ⓒ 김형호

우원씨의 사죄와 참회에 대해 유족들은 반겼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저는 문재학이 엄마입니다. (우원씨가) 용기를 내줘 감사하다"며 전두환의 손자를 안아줬다.

다른 유족과 부상자 등 피해자들 역시 "그 마음 변치말고 5·18 진실 찾기에 앞장서 달라" "용기를 내줘 고맙다. 앞으로는 약(마약)도 끊고 5·18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는 "전두환 손자의 사죄를 계기로 숨어있는 가해자들의 양심 선언과 진실 고백이 나와야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대면 사죄'를 마친 우원씨는 5·18기념문화센터 인근 5·18민주유공자 명단이 벽면에 새겨진 추모승화공간으로 이동해서는 "유공자 명단이 이렇게 공개돼 있는데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안내를 맡은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으로부터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끊임없이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유족들 상처를 주고,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다.

시민군 사망자 묘비 외투 벗어 닦은 전두환 손자

'5·18 피해자 대면 사죄'를 마친 우원씨는 곧바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로 가 참배했다.

헌화, 분향을 마친 그는 고교생 시민군 사망자 문재학군 묘소 등 5월 희생자들의 묘비 10여개를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닦았다.

5·18묘지에 동행한 문재학군 어머니 김길자씨는 "재학이 묘 앞에 전두환의 피를 물려받은 손자가 와서, 대신 사죄했다.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31일 전두환 손자 우원씨가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치고 민주의 문을 통해 묘지를 떠나고 있다. ⓒ 소중한

우원씨는 이날 오후 5·18민중항쟁의 상징과도 같은 광주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그리고 헬기사격 탄흔이 새겨진 전일빌딩 등을 살필 예정이다. 그는 4월 1일까지 광주에 머문 뒤 서울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새벽 입국한 그는 인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29일 밤 풀려나 곧바로 광주로 향했었다. 30일 하루 동안 광주에 머물며 5·18 유족과의 만남을 준비해왔다.

우원씨는 전두환씨 차남 재용씨의 둘째 아들로 미국 체류 중이던 지난 13일부터 돌연 할아버지 전두환을 '(광주) 학살자'로 규정하고 가족들에게 5·18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가족과 지인들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당시 그는 이전에는 공개된 적이 없던 전두환씨 일가 사진을 무더기로 공개하고는 "저희 가족은 '검은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며 '전두환 비자금' 의혹을 수면 위로 밀어올렸다.

우원씨의 일가족 비리 폭로를 두고 그의 아버지 재용씨는 앞서 일부 언론에 "제 자식은 아픈 몸"이라며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듯한 반응을 보였으나, 5·18유족회 등 광주 5월 단체는 "전두환 손자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우원씨의 발언과 사죄 행보를 시종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31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전두환의 손자 우원(27)씨가 남긴 방명록. ⓒ 김형호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4월 05일, 수 9:5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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