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위험 초래, 인권 침해 등 악용 방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미국 연방정부 기관에서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인권 침해와 관련이 있는 상업용 스파이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스파이웨어란 ‘스파이’라는 말 그대로, 사용자 몰래 기기에 접속해 정보를 빼가거나 기기를 조작하기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안보와 법 집행의 목적으로 자국민의 통신 기록을 비롯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상업용 스파이웨어가 확산하면서 특히 소규모 국가들은 강력한 정보 수집 도구를 갖게 됐다.

미국이 상업용 스파이웨어를 제한하려는 이유는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 인권 운동가나 언론인,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뿐 아니라,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하거나 외국 정부 등에 의해 부적절하게 사용된 상업용 스파이웨어를 금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 행정명령은 상업용 스파이웨어와 기타 감시 기술의 오용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발전을 이루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은 오는 29일~30일 화상으로 열리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주관하고 한국 등이 공동 주최국으로 포함됐는데,미국은 회의 둘째 날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진전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방정부 기관이 상업용 스파이웨어를 사용하려면 행정명령에 따라 상업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연방정부 기관 책임자가 해당 프로그램이 중대한 방첩 또는 기타 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에 따른 금지 프로그램 목록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1년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만든 이스라엘 업체 ‘NSO그룹’을 수출규제 명단에 올려 미국 부품과 기술에 대한 회사의 접근을 차단했다. 페가수스는 원래 범죄에 대응하는 정보기관을 위해 개발됐으나 일부 국가에서 불법 정보 수집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27일 10개국에서 미국 공무원이 사용하는 50개 기기가 상업적 스파이웨어에 의해 손상됐거나 표적이 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