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 파산위기 대형은행 인수… 연준, 주요국과 유동성 공급 공동 행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잇따라 폐쇄된 데 따른 여파가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스위스 규모 1위 은행 'UBS'가 파산 위기에 놓인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기로 했다. CS는 미국의 중소은행이었던 SVB와 시그니처은행 보다는 규모가 훨씬 큰 세계적인 투자 은행으로, 이 은행의 폐쇄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위스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서 두 은행의 인수를 추진한 것이다. 인수 금액은 32억5천만 달러.

금융 불안감 해소를 위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공동 행동에도 나섰다. 연준을 비롯해서 캐나다와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6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19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달러 자금을 제공하는 스와프 라인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7일 만기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연준에 따르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이 조치는 20일부터 최소 4월 말까지 이어진다.

유동성 공급 강화란 인출할 수 있는 화폐가 충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은행에 대한 부실 평가가 나오게 되면, 사람들이 맡긴 돈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예금을 인출하게 된다. 사람들이 몰리면 대량예금 인출 사태 '뱅크런'이 발생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도 이 때문에 폐쇄됐다.

연준은 과거에 실리콘밸리 은행의 부실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21년 연준이 SVB의 위험 통제를 검토한 결과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으나 SVB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SVB에 대한 연준의 우려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연준은 SVB의 위험 통제가 대형 금융 기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상원 은행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에 소속되어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이 제로 파월 연준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워런 의원은 19일 NBC 뉴스에 출연해 파월 의장에게는 통화 정책과 규제를 다루는 두 가지 임무가 있는데 둘 다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파월 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CBS 인터뷰에서 이번에 폐쇄된 은행에 대한 감독의 궁극적인 책임이 연준과 파월 의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임무가 규제 완화라고 생각했던 것이 명확하고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런 의원은 19일 미 재무부 감사관실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에 서한을 보내 파산한 은행들에 대한 최근의 관리•감독을 점검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재무부와 연준, FDIC 감찰관은 30일 안에 의회에 예비 보고서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산한 SVB의 파산 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 매각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19일까지 입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인수자가 나오지 않자 재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FDIC가 매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은행을 분할에서 매각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