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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현대 교회의 '설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길의 가장자리에서] 누구와도 나누지 못했던 설교에 대한 고민

(서울=뉴스앤조이) 김동환 목사(길섶교회)

1. 설교는 선포일까?

이번 연재 글에서는 '설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설교를 한 지 10년이 됐고 지금도 매주 설교를 하고 있지만,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막막합니다. '설교가 뭐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설교는 이런 것입니다'라는 명료한 답이 곧바로 나오지는 않더군요.

신학교에 다닐 때는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케리그마)하는 행위다' 같은 몇 가지 모범 답안을 배웠는데요. 구체적인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제도권 개신교 신학교에서는 설교를 '복음의 선포'로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설교는 일종의 '선포'일까요?

설령 교회가 처음 시작된 1세기에 공동체 예배 안의 메시지를 예수님에 관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선포로 인식했을지언정, 2000년이 지난 현대사회의 종교 모임에서도 설교는 여전히 '선포'여야 하는지는 조금 고민해 볼 일입니다. 이미 기독교의 내용이 대략 어떤 것인지 정보가 오픈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선포하는 행위'가 그렇게 의미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도권 교회에서 전도사·목사로 몇 년간 지내 보면서, 선포는 참 잘하는데 말과 행동이 너무 뒤틀려 있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삶과 분리된 선포만 계속 듣다 보니 목사인 저도 회의감에 빠지곤 했는데 교회의 현실을 알고 있는 성도분들은 오죽했을까요. 어떤 분들은 설교 자체를 없애야 교회 개혁이 되지 않을까 제안하시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설교는 개신교 전통에서 중요한 시간이라 아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교회를 찾는 첫 번째 기준도 설교인 경우가 많아서, 설교 없는 예배가 성도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그러니 차라리 설교를 새롭게 정의하고, 설교자에게 필요한 매너나 규칙을 다시 점검하고 논의해 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설교는 무엇이·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2. 확신 없이 설교하기

10년간 신학을 공부하고 설교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목사들을 가르치는 신학 교수들은 확신이 없는데, 왜 정작 목사들은 설교할 때마다 확신이 차고 넘칠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신학 교수 중에서도 공부량이 많지 않은(?) 분들은 확신에 가득 차 있기도 했는데요. 대체로 연구를 성실히 하는 분들은 자기 의견에 과도한 확신을 갖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생인 제가 물어보는데도 "이런 부분은 저도 잘 모르니 전도사님이 조사해 보고 알려 주세요"라고 대답하는 교수님도 계셨지요. 제가 볼 때는 그분이 가장 실력 있는 교수님 중 한 분이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신약학부에는 트롤스 엔버그 피터슨(Troels Engberg Pedersen)이라는 교수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철학과 신약학을 함께 연구해서 바울서신에 나타난 스토아철학의 언어들을 조사하고, 그 연관성을 토대로 바울서신·요한복음 등을 해석한 세계적인 신학자인데요. 어느 인터뷰 영상에서 피터슨 교수가 신학을 하나의 '추론 작업(Guess Work)'으로 소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어떤 해석 틀을 가져왔을 때 성경을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지 테스트하는 추론 작업이 곧 신학이라는 것이죠.

목사들은 신학 전문가들의 추론 작업 중에서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론을 선택해 설교라는 틀에 맞게 재가공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니 좋은 설교란 해석의 엄밀성과 내적 정합성을 높이는 작업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설교는 교회 공동체를 위한 다양하고 적실한 2차 추론 작업이므로 '확신'의 언어를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을 이렇게 하니까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요. 좀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보유한 자료를 갖고서는 아무도 하나님을 '과학적 사실성'을 갖춘 확신의 언어로 묘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교자는 하나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역시 설교를 듣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나님을 모르는 한 사람일 뿐이지요. 다만 노력할 뿐입니다. 수많은 성경 해석 중에 지금 우리 신앙 공동체에 유의미해 보이는 해석을 선택해, 하나님을 새롭게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도전하는 그런 노력 말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자기 설교에 초월적 확신을 갖는다는 것은, 추론의 중간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듣는 사람에게는 즉시적인 안정감도 가져다주고, 마치 하나님을 순간적으로 느끼는 듯한 효과도 불러오고, 위로도 줄 수 있을지언정, 그런 설교자는 약간의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고요. 저는 '확신'하는 설교자는 확신하는 만큼의 강도로 '속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3. 설교의 재정의

그러나 신학이 하나의 추론과 가설 위에서 하나님을 추적하는 인간의 작은 노력이라면, 설교자는 항상 불안해하고 자신감 없이 설교해야 할까요? 그러면 교회가 망하겠죠. 저는 현대사회 상식에 맞는 교회가 늘어나기를 소망하지, 교회가 다 망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저도 설교하는 사람이고, 교회에 진심인 사람이니까요.

다만 설교가 일말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100%의 진리를 전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설교자 또한 하나님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난 뒤, 그럼에도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하나님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성경 해석을 준비해 왔다고 고백하면 어떨까요? 전문 신학자 집단의 이야기를 참고해 우리 교회 공동체에 소개하고 싶은 새로운 성경 해석 중 하나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설교를 재정의하는 것이죠. '전문 신학자 집단'의 이야기라고 하니까 좀 있어 보이는데, 그냥 신학자들의 이야기, 책, 유튜브 강의 등을 교인들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해 보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에게 직접 계시를 받는 설교자는 없으니까요(있다면… 부럽습니다).

물론 신학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 설교자 개인이 삶 속에서 느끼는 것, 개인적 실천 등을 설교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또 교회 구성원에게 들은 이야기나 그분들의 성경 해석을 소개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예배 안에서 성경 해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일은 설교의 최종 편집자인 설교자의 권한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최종 편집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설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료의 원천은 전문 신학자들의 '집단 지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가끔은 주관적 해석도 좋고, 신학 전문가가 아닌 분들의 참신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매우 좋지만, 해석의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결국 오늘날 신학 전문가들이 내놓은 여러 결과물을 살피고 요약·정리해 주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설교를 이렇게 엄밀하게 준비하고자 노력하지만, 실제 설교를 듣는 분이 어떤 포인트에서 신앙의 도전을 받을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설교 내용에 일부 동의해 긍정적인 도전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듣는 분이 설교 내용 중 일부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자기만의 콘텐츠로 소화할 수도 있고, 설교 내용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경우에는 반대 내용을 토대로 새롭게 성경을 해석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종교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성령의 조명하심', '하나님의 영의 활동을 통한 신앙의 도전'은 설교 중 어떻게 작동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설교자가 충실한 해석을 소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듣는 분들은 그 내용을 우상화하지 않고 다양한 비평의 자유 안에서 구도求道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하나님께서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은혜를 내려 주시지 않을까요?




4. 설교자의 직업 전문성

이런 맥락에서 최근 1~2년 사이에 제가 설교 과정에서 새롭게 갖추게 된 매너는 '내용의 출처를 말하자'입니다.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참고한 책·주석이 무엇인지, 어떤 유튜브 영상을 봤는지 곁들여 준다면, 듣는 사람이 설교자를 우상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듣는 이야기가 설교자의 머릿속에서 처음 창조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지요. 설교자가 모든 이야기의 창조자가 아닌, 일종의 편집자라는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날 들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면, 설교자가 참고한 원자료들도 찾아보며 더 심화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겠지요.

이렇게 했을 때, 설교자는 설교를 듣는 이와 하나님 사이의 벽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교자가 자신을 절대화하지 않고 자신의 '기능'을 정확히 짚어 주는 것입니다. 설교자와 설교의 내용은 설교를 듣는 이들이 하나님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자, 성경의 이해를 돕는 보조 장치로 머물러야 합니다. 설교자의 인기가 올라가거나 설교자에게 특별한 권위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설교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표현을 사용하자면 '설교의 내용을 충실히 준비하면서도 확신의 언어는 없앨 수 있는가', '확신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설교 시간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새로운 성경 해석으로 도전하면서도 설교자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 낼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 나갈 때, 설교자의 직업 전문성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설교자는 기본적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십니다" 등등 신접한 사람들이나 할 만한 표현들을 사용한다면, 제가 볼 때는 '전문가'라고 하기는 어렵고, 위와 같은 표현들을 활용해 설교를 허위 포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설교자는 일종의 시간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경의 단어·문장 사이의 의미들을 추적하고자 여러 사고실험을 수행하고, 신학자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데이터를 가져와 성경의 몰랐던 부분을 함께 알아 가고, 다시 돌아와 오늘날 우리에게 이 본문이 어떻게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나눈다면, 설교자가 전문 신학자가 아니더라도 해석의 가이드이자 이야기의 최종 편집자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설교자의 '직업 전문성'이란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설교를 '목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다만 목사가 좀 더 많은 빈도로 설교를 하고, 또 그에 대한 급여를 받는 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신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직업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회 구성원의 설교라면 당연히 그런 엄밀성을 과하게 요구해서는 안 되겠지요. 오히려 좀 더 편하게, 평소 생각하던 신앙적 고민이나, 개인적 성경 해석 또는 책이나 강의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어떠한 형식 없이 소개하는 시간을 보내도 공동체에는 충분히 축복과 힘이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설교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설교뿐만 아니라 세례·성찬 등 교회의 모든 일 중 '목사만'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구성원이 해서는 안 되는 교회 일이라는 게 있을까요?) 다만, 신학을 전공하고 설교를 반복적·정기적으로 하는 분에게는 그만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5. 설교 피드백을 편안히 나누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지만, 개척교회를 해 보면 설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은데도 설교에서 뭔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부족한 점은 눈감아 주고서라도 교회로 오는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교회의 정신이 마음에 들어도 사실 설교에서 막히는 게 있다면 그 공동체에 들어가 함께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설교 실력을 계속 키워 나가고 싶은데요. 사실 어렵습니다. 설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글로 고민을 남기고 있는 저도 친구 목사님들과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남의 설교에 대해 뭐라 말하지도 않고요. 괜히 말했다가는 관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목사의 말을 비평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목사들끼리도 결코 설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설교 실력을 키울 기회가 적습니다. 이 글을 계기로 뭔가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료 설교자 혹은 전문 신학자 집단에게 설교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설교에 대해 편하게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교회 공동체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교회 안에서 설교 피드백을 수시로 받고, 설교자가 자기 객관화를 잘해서 자기 설교의 장단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어떤 부분을 키워 나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오늘 설교 정말 재밌다고 할 줄 알았는데 재미없다고 하면 살짝 충격받고요. 오늘 설교는 정말 난이도를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어렵다고 하면 또 살짝 충격받기는 합니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이런 말을 해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물론 매주 혼나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피드백을 받는다고 해서 다음 주일예배 설교에 바로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저도 피드백을 받고서는 항상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실제로 바뀌는 데 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래도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조금씩 노력하면,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설교자의 실력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3월 20일, 월 1: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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