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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PD의 전화... 쉬운 비판이 민망하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JMS편

(서울=오마이뉴스) 김성호 기자 = 전화가 걸려왔다. 약속을 미루자는 이야기다. 몇 주 전부터 잡아둔 약속이었다. 보름에 걸친 여행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 약속 때문에라도 막 귀국한 참이었다. 그럼에도 약속을 미루자는 게 어딘지 기꺼웠다. 그에게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또 그 바쁨이 얼마나 반가운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였기 때문이다.

조성현 PD가 다큐에 막 착수하던 때, 또 한창 제작에 들어가 있던 시기, 나는 몇 차례쯤 그와 만난 일이 있다. 나는 기자로, 그는 PD로 같은 주제를 다룬 적이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간 서로를 인정하게 된 참이었다.

나는 일을 그만두고 책을 내었고 그는 다큐를 찍었으니 서로의 결과물을 어떻게 보았는지도 관심이 있던 터였다. 출국 전 그가 보내온 예고편만 보고도 제법 기대가 되었으나 솔직히 지금과 같은 파급은 예상하지 못했다.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한국을 뒤흔든 사이비 다큐... PD의 우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파급을 일으켰단 걸 입국하자마자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찾은 어느 사무실에서 만난 친구부터가 대뜸 이 다큐를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아는 이의 작품을 다른 누군가가 먼저 말한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였다. 그리하여 만나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 다큐에 대해 물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알고 있었고 또 그중 반절 이상이 한 편 쯤은 본 상태였다. 대세로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들에게 조만간 그와 만날 것이라 하였더니 대신 물어봐달라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 많은 수가 건전한 관심이며 또 가치 있는 비평이었다. 다큐 한 편이 일으키는 바람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가, 또 그 바람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자못 궁금하였다.

약속을 미루자는 전화를 끊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받자마자 그가 대뜸 물어왔다. 혹시 다큐를 보았느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그는 곧 기자 백여 명이 참석하는 간담회에 설 것이라 했다. 그 앞에서 나올 질문들, 이미 수많은 기사며 평론으로 나와 있는 비판들에 대하여 먼저 의견을 묻고 싶다 했다. 요컨대, 그의 다큐는 묘사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내가 그에게 전하려 한 답이라 하겠다.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인터뷰로 재구성한 JMS의 추악한 실체

모두 8편으로 공개된 이 다큐는 모두 네 개 사이비 종교를 다룬다. 하나는 정명석을 교주로 한 기독교복음선교회이고, 다음은 오대양부터 유병언의 구원파에 이르는 이야기이며, 다음은 김기순의 아가동산, 마지막은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다. 이들은 기독교를 근간으로 파생돼 마침내 이단이며 사이비로 지목됐다는 점, 하나하나가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이력이 있다는 점, 나아가 교주가 법정에 서고 유죄판결까지 받은 일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겠다.

첫 편은 기독교복음선교회다. 교주 정명석의 이름 약자인 JMS로 더 널리 알려진 이 종교는 1978년 기독교 일파로 출발했으나 2000년대 들어 한국 주요 기독교 종파 대부분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는 수많은 성추문으로 얼룩지고 교주가 징역형까지 받아 충격을 던졌다.

다큐는 정명석으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그중에서도 모자이크 없이 카메라 앞에 앉은 메이플은 이 다큐가 거둔 성공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남다른 미모로 보는 이의 관심을 잡아끄는 데다, 정명석과 JMS로부터 당한 피해를 직접 증언하기를 피하지 않는 용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메이플 외에도 여러 명의 피해자가 얼굴을 가리고 등장해 제가 겪은 일을 증언한다. 이 과정이 던지는 충격은 다큐를 이끄는 결정적 힘이라 해도 좋겠다.

다큐는 여기에 더하여 JMS를 추적해 온 이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한다. 특히 반JMS 활동단체 엑소더스는 이 다큐 이전에도 상당한 명성을 가진 조직으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 엑소더스 창립자 김도형 단국대 교수가 있다. 그는 KAIST 학생이던 1995년 지인 소개로 이 단체에 입회했고 1999년부터는 반대 활동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고소고발과 테러, 배신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내야 했으나 여러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교수의 활동으로부터 여러 보도와 방송 제작이 이뤄졌고 지난해 증언 에세이가 출간됐으며 드디어 올해 <나는 신이다>로 커다란 파급이 일어나기에 이른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신이다>는 김도형 교수를 비롯한 반JMS 활동가, JMS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 또한 한때 JMS에 몸담았던 교인들의 인터뷰로 총 3편의 다큐를 전개한다. 이들의 증언을 통하여 다큐는 차츰 JMS의 실체를 드러낸다. 종교의 탄생부터 확장, 교주의 도주와 검거, 끊이지 않는 피해까지를 하나씩 재구성해내는 것이 주된 줄기를 이룬다. 방식은 관련자 인터뷰와 기록물 편집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봐도 좋겠다. 관련자들이 직접 겪은 체험담만으로도 그 실체가 상당부분 드러나 인상적이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 넷플릭스

어렵게 찍은 다큐, 쉬운 비판이 미안하다

JMS가 미치는 피해는 현재적이다. 정명석이 김 교수의 오랜 추적 끝에 성범죄로 구속돼 처벌을 받았으나 그의 종교는 여전히 와해되지 않은 채 한국에서 세를 갖추고 있다. 유사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법과 질서가 이들을 충실히 제어하지 못한단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메이플을 위시한 피해자들의 증언은 바로 이에 대한 우려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다큐는 그 화제성만큼 선정성 시비에 시달렸다. 피해자가 직접 성범죄 순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게 하고, 음성 녹취를 그대로 공개하며, 벌거벗은 이들이 나오는 실제 화면을 모자이크 없이 보여주는 등이 모두 논란이 됐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철저히 제거했다면, 직접 묘사 없이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지금과 같은 파급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하여 나는 매우 부정적이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다. 듣는 것과 읽는 것 또한 다르다. 만약 다큐가 실재했던 성범죄, 음란한 분위기를 간접적 묘사 쯤으로 대체했다면 관객은 범죄의 심각성이나 조직의 분위기를 그만큼 체감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가운데 아주 오랜 싸움을 벌여온 이들이 동의한 연출방식에 대하여, 이제와 그를 보고 선정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얼마나 쉽고 무책임한 일인가. 또한 다큐 속 정명석의 행태를 보건대 그곳에서 있었던 성착취를 얼마나 제한적으로 삽입하고 있는가 말이다. 자극적 연출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이 다큐가 달성한 미덕을 위한 필요적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당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더 다가서고 더 깊어지지 못했단 건 아쉬워

이 다큐에 대하여선 차라리 다른 방식의 비평이 주어져야 마땅하다. 그건 선정성이 아닌 깊이에 대한 것이다. 너무 자극적이라는 편한 비판보다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더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다큐는 철저히 외곽을 맴돈다. 피해자의 증언 등으로 현상을 부각할 뿐 사이비 종교의 성장과 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분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정명석은 어떻게 거대해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새어나오는 추문이며 합리적 의심을 어떻게 억누르며, 방대해진 조직 내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는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정명석이 감옥에 있는 동안 더욱 커진 교세며, 이를 주도한 이들이 누구인지, 또한 JMS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른바 모태신앙을 가진 이들에 대해서도 그려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사이비가 번성하는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며 심리적 특징도 표면적으로만 다뤄질 뿐이다. 사회적 금기를 그토록 훼손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하여 공권력이 이를 적극 제지하지 못한 이유는 또 무엇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현상에 대한 분석, 인간성에 대한 탐구, 부조리에 대한 포착이 충실히 이뤄지지 않았단 점은 이 다큐의 명확한 한계다. 따라서 사이비의 본질과 그들이 운영하는 시스템, 사회에 미치는 해악까지를 기존의 인식 이상으로 깊게 만드는 다큐가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그러나 이 다큐가 달성한 선명한 미덕 하나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건 사이비가 사이비인 이유를 보는 이에게 어떻게든 납득시킨다는 점이다. 정명석이 어떤 인간인지를 까발려서 알게끔 한다. 앞서 알려진 내용이 많다 하더라도 매체의 한계 때문에 충분히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던 게 현실이다.

결국 <나는 신이다>, 특히 JMS편은 지금껏 사이비와 관련한 한국 콘텐츠 가운데 가장 파급이 큰 작품이 되었다. 그 안에는 다큐를 연출한 조성현 PD를 비롯해 메이플과 같은 증언자, 무엇보다 김도형 교수와 같은 이들의 수고와 용기가 자리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성공히 마땅한 결과라 여긴다. (<코리아위클리> 제휴 <오마이뉴스>)
 
 

올려짐: 2023년 3월 13일, 월 3: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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