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금지 지침 내려… 의회 일각 "미 전역서 사용 금지해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백악관은 27일 연방정부 전 기관에 30일 안으로 모든 정부 기기와 시스템에서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연방정부 직원들이 정부 소유의 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60일 안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 명령을 내리도록 명령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크리스 드루샤 연방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의 말을 인용해 “이 지침은 미국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호하고 미국인의 안전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백악관과 국방부,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 기관에서 틱톡이 금지됐다. 이제 나머지 연방 기관도 모두 틱톡을 삭제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내 사용자가 1억이 넘는 틱톡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손전화 앱으로 아주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틱톡을 둘러싼 보안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바이트댄스(ByteDance)’라는 중국 모회사가 미국 내 틱톡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또 이들 자료를 중국 정부로 넘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기 매문이다.

의회는 틱톡에 대한 조사에 직접 나서왔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갤러거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초에 틱톡 측 일부 인사와 면담했고,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는 틱톡의 저우서우즈 최고경영자(CEO)가 3월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해 틱톡의 개인 정보 보호와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 등에 관해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측은 이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기지 않고, 미국인을 감시하지도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상공을 떠다니다 격추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국가 안보 우려가 더 커졌다.

일부 의원은 연방정부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미 전역의 모든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하원 외교위원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내 모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민권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틱톡에 대한 의회의 금지 조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미 미국 내 수많은 주와 지역 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틱톡 사용을 제한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에서만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 세계 각국이 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놓고 있다.

27일 캐나다 정부도 틱톡이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을 초래한다”라며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사이버 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집행위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