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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교리와 박해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며칠 전 나는 신학이 다르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신학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신학보다는 교리라고 말하고 싶다. 교리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안내하는 좋은 표지판이 될 수 있다. 나는 그것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앙이 교리로 환원되면 결국 그리스도교는 박제된 신앙만을 볼 수 있는 곳이 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런 교회들 안에서 그런 그리스도인들을 보고 있다.

"기독교는 더 이상 핍박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다. 사람들이 실존의 방법, 모방적 삶으로 기독교를 완전히 폐지시켜 버렸다. 기독교는 단지 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교리는 고난과 핍박을 불편하게, 흥분하게,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교리는 이 세계에서 어느 방법으로든 중요하지 않다. 교리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것에 관하여, 세계는 로마서의 경건만큼이나 관용적이다. -<키에르케고르의 콤플렉스와 사이버 신학사상>에서 인용

이 짧은 내용에서 키에르케고르는 정곡을 찌른다. 그가 말한 것은 핍박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교가 핍박을 받지 않는 보다 더 정확한 이유는 그리스도교가 단지 교리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우리가 길거리에서 요즘 날마다 듣는 말이다. 사탕 한 알이나 작은 포장된 과자를 호치키스로 찍어 매달아놓은 전도지를 돌리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배웠고 그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말아 바로 교리다.

그러면 생각을 해보라.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을까. 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해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들은 단순히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혹여 그런 말을 했더라도 지금 전도지를 돌리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유대인들에게 ‘믿다’라는 의미는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믿다’라는 의미와 다르다.

그들은 믿음과 관련하여 ‘알다(야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깊이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어는 부부관계를 암시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일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를 믿으라는 말을 했다면 그 의미는 오늘날 제자도에 관한 책에서 발견하는 ‘예수 살이’ 내지는 ‘예수 따르미’와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곧 예수처럼 사는 것이고 예수처럼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었고 동시에 예수처럼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입으로 복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말했다. 나는 그것을 성육신과 대조한다. 성육신이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나타난 사건이다. 예수처럼 되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처럼 말씀이 된다. 성육신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곤란하다면 말씀의 육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은 말씀의 육화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전도지를 돌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예수 믿으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교리의 함정이다. 교리는 그리스도인들을 변화사키지 못한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에게서 말씀의 육화를 앗아간다. 말씀의 육화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르가 한 “교리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것에 관하여, 세계는 로마서의 경건만큼이나 관용적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는가. 세상은 교리에 대해 관용적이다. 그렇다. 세상은 그리스도교가 교리가 되기를 바란다. 교리는 생각과는 달리 복음을 잠식한다. 본질을 왜곡한다.

그런데 오늘날 개혁을 외치거나 바른 교회를 세우겠다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한 개혁 사이트에서 “말씀의 검”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의 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의 의미대로 말씀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그가 휘두르고 있는 것은 말씀이 아니라 사실은 교리였다. 그리고 그렇게 교리가 한 바탕 휘두르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세상이 환영하는 교리의 부활이다. 말씀의 육화가 아니라 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 결과물이 무엇이든 세상이 그에 대해 관용적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좋아한다. 그의 신학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내게 그의 글이 어렵다면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 어려운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의 그 어려운 내용들의 결과는 언제나 단순하다.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윤리를 밝히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하우어워스를 좋아하고 그의 책을 읽는다. 그 내용은 정확하게 복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결코 사변적인 교리로 끝나지 않고 그리스도인들을 관념의 세계에 그대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복음에 불을 붙이고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으로 나가게 한다.



그러나 세상으로 나가게 한다는 것을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무모하게 세상으로 나가 폭력적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고난과 핍박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고 양심이 살아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한다. 그것은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복음을 보여주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세상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김장하 이사장은 1944년 사천에서 태어나 1962년 한약종상(한약업사) 자격을 획득했으며, 사천에서 10년간 한약방을 하다가 진주로 이전해 지금까지 50년 동안 운영해 왔다. 김 이사장은 평소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을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왔다. "돈을 모아 두면 똥이 되고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고 한 그는 오랫동안 장학 사업과 함께 문화예술, 시민‧환경운동, 지역 언론 등을 지원해 왔다. 특히 2000년에는 남성문화재단을 설립, 지역문화 도서 발간 사업, 장학사업, '진주가을문예' 지원사업 등 진주를 비롯한 지역의 문화 진흥에 힘써 왔다.

이런 많은 일들을 해왔음에도 그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자신이 하는 일들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 때 바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복음이 전달되는 방식은 바로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그리스도인 지원자들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이와 같은 삶을 자신의 일상으로 만들어야 했다. 거기에서 나아가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행동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드러날 때 비로소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

교리는 이 모든 것들을 무력화하는 악마의 도구가 된다. 복음은 교리로 환원될 수 없다. 만일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육신이 된다면 복음이 복음이 되고 그리스도교는 다시 생명의 종교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말씀을 체화한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은 미워하고 박해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세상의 박해가 다시 시작될 때 그리스도교는 다시 생명의 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가 될 수 있다.
 
 

올려짐: 2023년 2월 26일, 일 9: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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