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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저러다 오래 못 가지... 거듭되는 대통령의 무리수
[소셜 코리아]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만의 것인가... 겁박 효과 오래 가지 않아


▲ 2022년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박정은 기자(참여연대 정책위원장) =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거리였다.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아는 것이 빈약한 데다 말투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다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대중을 의식한 정치적인 화법을 구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를 고려한다면 발언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인 모습을 보건대,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비속어 파문을 자초하더니, 특정 국가나 특정 세력, 특정인을 '위협'이나 '적'이라 규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내 탓'은 결단코 없고 '사과'도 없다. 알아듣기도, 수습하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는 것도 여전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그 말들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껏 누리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자신들의 부적절한 언사를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처럼 대응한다.

얼마 전 대통령실은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한 정치인을 고발했다. 무속인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하는 등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나 보도한 이들도 고발했다. 대통령의 권위에 흠이 되거나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 지나치리만큼 발끈한다.

급기야 여당의 당 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통령실의 이진복 정무수석이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니.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겨냥한 대상에게 어떻게든 일이 생기게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마치 조폭 영화의 대사 같은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형사처벌을 시도하는 것을 포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대단히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이 겨냥하는 것이 비단 안철수만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여당 대표를 자기 뜻대로 세우려 한다면 과연 국정운영 방식인들 다를까.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


▲ 2022년 11월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부부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는 가운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뒷모습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실제 겁박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각종 매체는 분주히 자기 검열을 하고 입단속을 한다. 합리적인 의혹 제기조차 망설인다.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들이 대통령실로부터 공격당하다 주저앉는 사례가 줄 잇는다. 전무후무한 잔혹극 앞에서 당내 정치인들도 죄다 말을 잃어버린 듯 납작 엎드려 있거나 줄 서기에 여념이 없다.

돌이켜보면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당시 윤석열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라"는 말까지 듣던 이였다. 그런데도 당선 이후 집권 여당에서는 내내 윤심을 둘러싼 권력다툼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당대회는 윤심 자랑대회로 전락했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지지율은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이 대통령 부부에 관한 의혹 제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배경에는 다른 것이 있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검찰을 위시한 사정기관이 언제든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법 리스크'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 권력이라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거기에다 권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감사원이 있고,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엄청난 공권력이 존재한다.

참고로 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정보 조사 감독의 권한이 있는 자리에는 이미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그리고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비웃듯 향후 5년간 검사 정원을 22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건희 의혹, 해명이나 조치 없어


▲ 2022년 4월 1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현수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촉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겁박의 효과가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과거 불법행위 의혹으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김건희씨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김건희씨에 관한 의혹들은 사실에 근거한 해명이나 걸맞은 조치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형사고발로 되돌아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그것이다. 김건희씨 모녀의 불법행위 혐의 등을 제기하는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명예훼손 고발을 사주한 것이다. 검찰은 고발장을 전달받은 검찰 출신 김웅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보고서를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이 김건희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의겸 의원을 고발했다. 전형적인 입막음 조치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되기 전의 불법행위 혐의에 대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조직인 대통령실이 나서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볼 문제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재판에서는 김건희씨가 연루되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들이 나왔다. 그 내용은 대통령의 해명과도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오로지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선거 기간 카메라에 찍힐까 목덜미를 잡히면서까지 꼭꼭 숨으려 했던 대통령의 배우자가 정치인 뺨치게 자신을 과시하는 행보에 나설 정도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막을 수 있고 강제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다. 팽팽해진 줄을 언제까지 계속 잡아당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러다가 오래 못 가지." 검찰을 행동대장으로 두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무리수가 거듭되고 있으니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국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2월 14일, 화 5: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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