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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빨갱이 욕설에도 침묵, 보수도 쉽게 폄훼 못하는 인물"
[인터뷰]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제작한 MBC 경남 김현지 피디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 MBC 경남

(서울=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 명문대 교수도, 식당 사장도, 심지어 일반 직장인도 이 사람을 찾아가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중년 사내에게 "세상을 지탱하는 건 바로 보통사람들이다. 죄송할 것 없다. 오히려 고맙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사람.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인 김장하씨다.

세밑, 연초 MBC 경남과 유튜브로 공개된 <어른 김장하>의 반향이 뜨겁다. SNS상에서 작품을 접한 이들의 감동어린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어른을 만났다는 반응이 다수인데, 한약방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고등학교를 만들고 장학금을 아낌없이 준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긴급 피난시설, 문학 및 예술가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 그는 단순히 후원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설 연휴 전국 방송이 확정된 <어른 김장하>를 제작한 김현지 피디를 1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MBC는 오는 23일과 24일(오전 8시), <어른 김장하>를 1부와 2부로 나눠 방송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

영화는 김장하 선생을 꾸준히 찾은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19세에 한약방을 차린 후 지역의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까지 단 한 번도 공식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고, 취재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조용히 돌려보내던 그를 기어코 글로, 영상으로 담아냈다. 해당 다큐는 2년 전 한차례 제작을 접었다가 김현지 피디가 김주완 기자에게 협업을 제안한 뒤 탄생한 공동의 결과물이었다.

"2019년에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김장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제게 말해주셨다. 처음엔 뻥이 심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진짜더라. 인터뷰가 안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획서부터 썼다. 회사 차원에서 막혔다. 그러다 2021년 MBC경남 이우환 대표이사가 기획서를 보고 해보자 해서 선생님을 찾아갔다. 당연히 인터뷰를 허락해주시지 않았다. 근데 그럴수록 투지를 불태우게 되잖나. 대표이사도 피디 출신이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처음 기획서를 쓸 때부터 인물 다큐였는데 선생님이 워낙 많은 일을 하셔서 다 다루면 구성이 산만해질 것 같더라. 핵심 인물이 필요했고 유일하게 선생님 관련 책을 낸 김주완 기자가 적절해 보였다. 그 기자님 성향이 누군가를 미화하거나 우상화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좋아 보였다. 그래서 전 영상 다큐를, 기자님은 책을 쓰기 위한 협업을 하자고 했는데 흔쾌히 수락하셨다."

다큐의 백미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인물을 밀접하게 담아냈다는 데 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장학생을 지원했는지, 지역 사회나 예술가들에게 얼마를 지원했는지 묻는 말엔 늘 침묵을 지키는 김장하 선생 특성을 잘 알기에 그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정과 말투를 세심하게 담으려 한 흔적이 보인다. 김현지 피디는 카메라를 잡은 강호진 감독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김장하 선생이 힘을 보탠) 형평운동백주년(백정을 중심으로 한 계급 타파 운동-기자 주) 추진위원단 출범 때부터 회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선생님이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이나 몇몇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보신 분들은 연출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강 감독님이) 한약방이 영업종료하기 한 달 전부터 근처에 잠복해서 찍은 장면들이다. 엄청 큰 렌즈로 당겨 찍기도 했는데 선생님께 두 번인가 들키기도 했다더라. 그때마다 '형평운동 하는 강호진입니다'하고 얼버무렸다더라(웃음)."

일각에선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보다 김주완 기자나 주변 인물의 분량이 더 많아 보인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 김현지 피디는 "다큐를 보시면 이게 김장하 선생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느끼실 것"이라며 김주완 기자를 관찰자로 삼은 이유와 등장인물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김 기자님도 은퇴했고, 머리가 하얗다. 꼰대가 될까 봐 걱정하는 세대잖나. 아마 많은 시청자분들도 그에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꼰대로 여겨지는 건 무서운데 어떻게 남은 생을 살지 말이다. 열정적인 젊은 시절을 거친 그의 고민과 시선도 담고 싶었다. 다른 등장인물도 유명세나 인지도를 생각해서 선정한 게 아니다. 실제로 유명세를 생각하고 선정한 인물이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재판관님밖에 없었다. 그분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김장하 선생님을 알리는 건 좋은 일이기에 이런저런 영상 자료를 참고하라 알려주셨을 뿐이다.

다른 인물들은 김장하 선생이 세우신 명신고등학교 출신이거나, 여성운동가, 환경운동가, 언론인 등 분야별로 한 분씩 선정했다. 누가 더 선생님과 오래, 깊이 인연을 맺고 있는지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아주 평범한 분도 김장하 선생에게 받은 영향이 클 수 있잖나. 그런 것도 담고 싶었다. 물론 주위에선 왜 이 사람, 저 사람 안 넣냐 말할 수도 있지만 자칫 그런 방식은 김장하 선생에 대한 지분 주장처럼 될 수 있었다. 그걸 피하고 싶었다."

다큐 후반부엔 김장하 선생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막말하는 익명의 시민 장면도 담겨있다. 불특정 인원에게 빨갱이라고 욕설을 듣는 모습을 담은 것과 관련, 김 피디는 "누군지 우리가 알아보려 했으나 선생님은 그냥 반응하지 마라. 무시하라는 반응이셨다"며 "그게 그분의 성품이다. 제가 진주에서 산 지가 10년이 됐는데 만나는 분마다 김장하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다"라고 말을 이었다.

"종종 사람들은 진보, 보수로 나눠 각자 진영을 대변하는 인물만 좋아하고 상대는 폄훼하는 경향을 보이잖나. 선생님은 그 어느 진영에서도 함부로 못하는 존재다. 진보 인사들도 섣불리 선생님을 자기네 사람이라 주장 못하고, 보수에서도 쉽게 폄훼하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정치색을 끼얹으려 엄두도 못 내는 존재다. 정말 존경스러운 건 그런 분임에도 평소에 한약방 문만 열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분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저도 찾아뵙겠다고 한약방에 전화를 처음 했을 때 선생님이 바로 받으셨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가도 차 한 잔 하고 가시게 하시며 맞아주시곤 했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다큐를 보시고도 김장하 선생 반응은 묵묵했다는 후문이다. 김 피디는 "지난해 12월 31일과 새해 1월 1일 경남 MBC에서 방영했는데 그때 선생님을 따르는 분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시청한다기에 촬영하러 갔다. 그때도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방송을 보시더라"며 "제작진이 식사 대접하러 모신 자리에서 고생했네, 수고했네, 그 한 말씀 해주셨다. 혹시나 수정할 게 있냐고 여쭤봤는데 허락도 안 받고 하신 거니 마음대로 하시라더라"고 일화를 전했다.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출연진 및 제작진. 왼쪽부터 김주완 기자, 김현지 피디, 김장하 선생, 강호진 촬영감독. ⓒ MBC 경남

평범함의 위대함

김현지 피디는 방송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김장하 선생이 산 타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말을 건네는 순간을 꼽았다. 60여 년 한약재를 팔고 환자를 돌보며 모은 돈을 두고 '남의 괴로움과 고통으로 번 돈인 만큼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표현한 김장하 선생은 평소 등산을 즐겨하기로 유명하다. 산을 탈 때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가면 된다'며 웃어 보이는 모습이 김 피디 뇌리에 각인된 것.

"매일 같은 일을 60년이나 반복해 오신 분이다. 촬영 초기에 문득 선생님이 되게 외로워 보일 때가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티끌 하나 없이 살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선생님이 하신 일은 사실 우리 사회가 했어야 할 일이다. 근데 그걸 23살 무렵 때부터 짊어지고 오셨으니 분명 외로우셨을 거다. 그걸 누구에게 푸시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거 없다 하고 마시더라.

한약방 마지막 영업을 하고 문 닫는 날 보니 그 가족이 너무 화목하더라. 아무리 밖에서 좋은 일을 해도 집에선 다른 평가를 받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은 안팎으로 참 훌륭하셨구나 싶었다. 그리고 차에 타시며 제작진에게 경례를 해주시는 장면 있잖나. 그때 너무 놀랐고 좋았다. 전까진 카메라를 시큰둥하게 보시곤 했는데 본인도 해방감을 느끼셨는지 웃으며 인사해 주신 거다. 너무 감사했다."

인터뷰 말미 김현지 피디는 지역 방송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이처럼 주목받는 일에 감사하다면서도 제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안도하고 있지만, 지역 미디어를 하며 이렇게 주목받는 건 쉽진 않다.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지역에선 지자체장들도 자기 지역 방송사보단 서울 쪽이랑 협력하고 싶어하는 현실이거든. 특히 후반 작업 팀을 지역에서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잘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나아가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끔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게하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고 싶다. 이 다큐를 만들며 만난 분들 모두 적어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셨다. 정말 작게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쉽게 반말하지 않는다든지 말이다. 저도 김장하 선생님을 뵙고 나서 뭔가 하나 달라져야겠다 다짐하곤 한다(웃음)."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 MBC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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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3년 1월 21일, 토 11: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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