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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고인 물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 농촌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이 보내주신 감을 한 박스 받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다른 목사님으로부터 고구마와 밤과 마늘이 들어있는 박스 하나를 받았습니다. 그 목사님에게 밤이 맛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밤을 한 자루 더 구해서 보내주셨습니다.

전에는 농촌 교회에 우리 교회의 헌금을 나누었습니다. 그때도 농촌 교회들에서 보내오는 다양한 농수산물들이 있었습니다.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아무것도 오가지 않는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그렇게 바리바리 쌓인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새삼 고린도후서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넉넉한 살림이 그들의 궁핍을 채워주면, 그들의 살림이 넉넉해질 때에, 그들이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평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경에 기록하기를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 한 것과 같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이 말씀을 더 실감나게 느끼게 된 것은 오래 전에 후원하던 고아원을 통해서 입니다. 대학생 시절 봉사를 통해 알게 된 고아원을 십 년 조금 넘게 후원했습니다. 대단한 후원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고아원의 재정이 어려웠을 때라 저의 그런 작은 도움이 크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래서 소천하신 원장님은 늘 그때를 말씀하시며 더 이상 돕지 못하는 가난해진 저를 도우셨습니다. 저는 불과 십여 년을 도왔는데 법인이 된 고아원은 저를 이십여 년 가까이 돕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가서 설교를 하긴 하지만 사실 그건 저에게 돈을 주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저는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습니다. 때론 그 도움을 거절하고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곳을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일을 통해서 위의 말씀을 늘 실감하고 있습니다.

위 말씀에서 인용한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라는 말씀은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은 한 사람 당 한 오멜 씩의 만나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한 오맬이 한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실에 대해 깊이 묵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양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식구는 이제는 뷔페나 무한리필 식당에 가지 않습니다. 먹는 음식의 양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희 딸들은 먹는 양이 형편없이 적습니다. 그래서 그냥 음식을 人分(인분)대로 시켜도 저는 곱빼기를 시킨 것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됩니다. 아내의 도움이 없다면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을 해보십시오. 저희 딸들은 성인인데도 이렇게 먹는 양이 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는 어린아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차이가 더 났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 식구처럼 적게 먹는 사람이 남긴 것을 많이 먹는 사람이 먹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식구 안에서 뿐만 아니라 식구들 너머까지 그런 나눔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개인들이 노력해서 얻기는 했지만 날마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거둘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들이 자기 몫에 대해 철저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바로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나는 것들이 모든 인류가 먹기에 충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절반 이상이 굶주리고 그 중 절반은 기아의 상태 속에 있습니다. 지구가 아무리 많은 식량을 생산해도 먹고 남아 버리는 쓰레기가 산더미 같이 쌓이는 곳이 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세상을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라는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제가 농산물들을 선물로 받고, 돕던 복지법인에서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은 일들이 사실은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만일 예전처럼 충분히 먹고 남은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면 이것을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의 몰락과 선물로 주어진 가난이 없었다면 저는 위의 말씀을 실감하거나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제 인생을 이끌어 가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손길을 통해 배운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배제한 채로 이 말씀을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비천하게 살 줄도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 안다는 의미입니다. 풍족하게 살 줄도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도움을 받는 것과 도움을 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욕망의 존재인 사람들은 주는 존재로만 살기를 원합니다. 물론 주님께서 친히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주는 것과 받는 것이 하나입니다. 주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이유는 주지 않고 받기 원하는 인간들이 주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는 주님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주는 것은 물론 받을 줄도 알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받는 사람이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복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받는 일과 주는 일이 하나라면 어떤 일이 쉽겠습니까. 사람들은 주는 일이 받는 일보다 더 쉽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받는 일이 주는 일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끼리만 주고받습니다. 주면 받고, 받으면 주어야 관계가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다릅니다. 아니 달라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라는 말씀을 이루고 그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나눔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누구는 부자고 누구는 가난하다는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덜 가진 사람에게로 흘러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날의 경제적 기준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이지만 저보다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제가 가진 것을 흘려보냅니다. 저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제게 흘려보내주는 것을 받아야 합니다. 이 일에도 거리낌이나 자존심을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물론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둘이 힘을 합쳐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더 행복할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교회에서는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교회란 소유가 물처럼 흐르는 곳입니다. 끊임없이 흘러 마침내 모든 사람의 소유의 높이가 똑같아지는 곳입니다. 마침내 온 세상이 그렇게 똑같아지는 것이 복음의 종착지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처럼 소유의 흐름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격언이 생각납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고인 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썩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려짐: 2022년 12월 05일, 월 3:0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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