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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현장 경찰들 부글부글 "대통령·장관·시장·구청장, 경찰 탓만"
"위정자들, 경찰 뒤에 숨어"... 안전 관리감독·구조적 책임 꼬리 자르기


▲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안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손가영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정보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대통령실과 정부를 향해 쌓여왔던 일선 경찰들의 반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참사가 경찰만의 책임은 아님에도, 대통령실부터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용산구청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안전관리 책임을 가진 기관 모두 경찰만 바라보며 자기 책임을 은폐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 속에서 일선 경찰에게 책임을 묻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진행돼 또 다른 죽음을 낳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은 11일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계장 A씨가 오후 12시 45분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9일 핼로윈을 앞두고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안전 우려 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다른 직원에게 해당 보고서를 컴퓨터에서 삭제케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고 보고 A씨를 직권남용·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었다.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8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집무실을 포함해 서울청 정보경비부장실 및 112 상활실장실, 용산서 정보경비과장실 등 5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 6일 만이다. 8일 압수수색엔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 문화환경부 사무실을 비롯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등 소방 관련 7곳도 포함됐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회의를 주재에서 경찰 책임을 강하게 질타한 지 하루 뒤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특수본은 지난 11일 수사 브리핑에서 "형사 책임에 구체적인 판단은 법령 해석과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가능하다"며 "(행정안전부 등 책임 관계에 관해)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참사 당시 재난 정보 전달 체계인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을 드러낸 곳이다. 행안부는 참사 14일째인 지금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서울 용산경찰서. ⓒ 권우성

"집권자들, 참사마다 경찰만 탓하고 지나가"

"책임자들이 해바라기처럼 경찰만 본다. 현장은 또 이럴 줄 알았다는, 무감각하거나 억울한 분위기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책임자들이 경찰에 '너네가 책임져 줘' 하고 빠지는 건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참사는 경찰의 문제이나, '경찰만의' 문제인가?" (A 경장)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A 경장은 참사 책임에 대한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경찰에만 집중된 것을 두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재난을 포함한 시민안전에 대한 책임을 가진 기관들이 자신들만 쏙 빼놓고 "때리기 쉬운 경찰, 그 중에서도 현장 경찰들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A 경장은 "비행기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지구대·파출소만 먼저 보낼 것이라고 항상 예를 들어왔다. 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만 책임을 묻는 상황의 예"라며 "112 번호의 본질적 의미는 국가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데 그게 마치 경찰만의 일, 지구대·파출소의 일로만 (정부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일하는 B 경찰관(경감급)도 "경찰에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본값, 즉 애초 기본 (안전 관리) 인원을 배치할 생각을 왜 못했는지를 보지 않고 있다"며 "관계 기관 회의를 했다는데 경찰서에서 성·마약 범죄 부서만 참석하고 경비·교통 쪽은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그럼 그쪽 논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데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경찰청 수뇌부, 용산구·서울시 등은 과연 어떻게 대비했고 무엇을 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파출소는 인파가 아닌, 신고자가 있는 지점을 찾아가 수습할 수 있을 뿐이고, 112 신고에 늦게 출동하면 징계를 받기 때문에 누적되는 신고에 대응하는 것만도 바쁘다"며 "파출소는 기준 인력의 80%만 채우고 있는 등 워낙 인력이 부족하고 이태원 같은 일명 '험지' 파출소엔 특히 연차가 낮은 경찰관들이 대부분이기에 지구대 차원의 책임론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B 경찰관은 "기본값이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일 저녁 6시, 밤 10시 시점에서 현장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사실 없음에도, 초반부터 112 신고 녹취록 등을 가장 먼저 공개하면서 현장 경찰부터 집중 조명했다"며 "기동대 출동도 현실적으로 112 신고 전화로 가능하지 않고 서울청 아니면 그보다 높은 기관의 역할이 필요한 데다, 경비인력을 세울 땐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조가 선행되는데, 이런 실질적인 안전 책임 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논의에서 쏙 빠졌다"고 말했다.


▲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경찰과 지자체 대응 여부를 감찰,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경찰청 현관전광판에 ‘이태원 사고 고인을 깊이 애도합니다’는 추모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 권우성

"수사 별개로 국민들에 모든 정보 공개하자"

현재 '현장활력소' 등 경찰 내부망에도 현장 경찰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지만 모든 책임을 경찰에 돌리며 꼬리자르기를 의심케 하는 정치권의 행태에는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재난안전법 66조에 따라 지역축제의 안전관리계획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수립하고 수행해야 하며, 핼러윈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더라도 정부에는 모든 재난에 대한 예방책임이 부과돼 있고, 경찰은 요청에 따라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지원기관이다"라고 썼다.

A 경장은 나아가 책임과 진상 규명엔 수사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난 안전 대책 등의 문제는 특히 형법상 법률 적용을 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발생하고 그 과정도 지난하기에 수사와 별개로 모든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진상 규명 자체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 경장은 "수사만으로 책임자를 찾을 수 있진 않다. 검찰의 공소제기,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하는 문제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떤 법적 판단이 나올지도 모르는 문제"라며 "본질적 접근을 위해 경찰을 포함해 행정안전부, 지자체, 소방, 대통령실 모든 기관이 어떻게 대비했고 무엇을 했고, (참사 때) 뭘 하고 있었는지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국민들이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경장은 특히 "안전 관리가 왜 관심 밖이었느냐"를 물으며 "수사는 밀행성이 생명인데 축제 시작 전부터 술 취한 사람, 마약범 등을 잡아낼 것이라고 공고하고 마치 나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처럼 간주해 범죄 예방에 꽂혔다면, 이 흐름에 누군가의 잘못이 있을 것이고 책임이 규명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A 경장은 현장에선 지난 11일 용산서 정보계장의 사망에 대해 꼬리 자르기식 수사나 정부가 '경찰 단독 책임론'을 조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찰관 개인이 극한으로 몰렸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회의에서 경찰청 상위기관의 책임에 대해 "엄연히 책임이란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정확하게 가려주길 당부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은 당일 발언 대부분을 경찰 책임 강조에 할애하며 "일선 용산서가 몰랐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안전사고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나라인데!" 등이라 질타했다.

참사 초기 정부는 경찰 책임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격앙된 경찰 질타에 기자들이 '대통령실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하자 대통령실은 "제도 미비와 무관하게 많은 신고가 있었고 현장에 경찰이 있었는데 과연 적절한 대처였는지, 엄정한 진상 확인을 위한 문제제기가 아닌가"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경찰책임론이 윤희근 청장을 지목한 건지, 이상민 장관을 지목한 건지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누구를 특정해서 얘기한 것은 아니"라며 "전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짚어주는 게 주된 취지"라고 밝혔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올려짐: 2022년 11월 14일, 월 11: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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