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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 국제
 
한국은 왜 미국 일방주의에 침묵하는가
[소셜 코리아] 미국의 전략산업 투자 강제·가파른 금리인상에 세계 경제 휘청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대상인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에너지부가 인프라법에 근거해 책정한 보조금 중 1차분으로 28억달러(약 4조)를 12개 주의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남종석 기자 = 2008년 금융 붕괴와 장기침체 이후 미국은 '재산업화의 길'을 택했다. 산업이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국가 경제적 힘의 바탕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바마는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고,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은 중국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으며, 블랙리스트의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광범위한 지원 계획을 입법화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핵심 배터리 소재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80% 이상 조달해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는 중국에서 수입하지 말라는 의미다.

지난 7월 미국 상원은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 지원,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 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법이다.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경쟁 국가에 반도체 설비를 증설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미국에서 제조하되,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는 신규투자를 하지 말라는 규정이다. 미국이 배터리와 반도체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자국이 지닌 시장 잠재력과 영향력을 무기로 전기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주력 기업들이 미국 내에 투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 기업들이 핵심 대상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미래산업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를 선도하고, 배터리 분야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다. 세계 전기자동차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미국의 최근 행보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한 것 같지만 이는 비단 전략적 경쟁자를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법은 동맹국들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자력 생산기반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규정함으로써 미국에 전략산업 신규투자를 하도록 강제한다.

반도체나 배터리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국내 초국적기업들이 선진국에서 현지 생산을 하는 것은 판로개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는 이를 넘어선다. 미국의 관심은 주력 생산 설비를 자국에 투자하고 이들 분야에서 자국 중심의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 텍사스는 투자처로서 대체 관계가 된다는 의미다.

자유무역 질서 교란하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미국의 독주가 산업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대응에서도 미국은 동맹국들의 상황에 무관심하다. 미국은 올해 3월 이후 다섯 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0~0.25%이던 금리는 3~3.25%로 상승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미국의 가파른 금리상승은 달러 강세를 촉진했고, 해외로 투자됐던 자금은 미국으로 몰렸다.

각 국가들은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덩달아 금리 인상을 해야 했고, 그 결과 경기둔화는 뚜렷해졌다. 신흥공업국, 저발전 국가들은 자국 경제에 부정적임을 알면서도 화폐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저발전 국가들은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로 수입 제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채무 불이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국가들은 그저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 유럽의 국민들은 미국과 나토가 주도한 대러시아 대리전에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 군수산업, 석유 메이저, 곡물 메이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집단이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이 결과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주도하는 4자 안보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대중국 견제에 열심이지만 엔화의 가치는 끝없이 추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방주의에 침묵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주의 가치동맹, 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미국의 산업정책이 갖는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바이든은 자국의 이익 실현의 관점에서 일련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이 취해왔던 동맹국과의 동반성장 및 호혜주의와 대조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주의적인 정책 개입을 공공연히 떠든다. 유럽, 일본, 한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동맹을 사고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함께하는 것 자체를 동맹으로 착각한 듯하다.

오늘날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과시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산업 투자유치 전략 때문에 동맹국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할 수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자국 산업 보호는 자유무역 질서를 더욱 교란한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임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국익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교역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한국은 다자주의를 옹호해야 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미국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입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0월 26일, 수 2:0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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