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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고린도 교회, 우리의 이야기
[탐독의 시간] 권연경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

(서울=뉴스앤조이) 이현우 목사(자유인교회)

"이 편지는 고린도의 신자들을 '거룩함에 흠이 없는' 교회로 지키려는 몸부림의 결과물이다." [권연경,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IVP), 56쪽]

17년 전,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됐지만, 제 학부 시절은 참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교회에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신학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려야만 했습니다.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신학적 방황 못지않게 제 마음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교회 현실에 눈이 열리고 난 후였습니다. 권력과 돈을 탐하는 목사들, 혹은 분열과 갈등의 현장에 예수의 이름을 함부로 동원하는 평신도들. 그들의 존재를 목격한 뒤 순진했던 시절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저와 비슷한 증세를 보였던 젊은이들은 끝내 신학을 관두고 떠났습니다. 한편에서는 결국 목사 안수까지 받았지만 '이놈의 교회!'라며 스무 살에 시작된 황폐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살아가는 동료들을 보게 됩니다. 타락한 교회 현실에 진절머리가 난 나머지, 아무런 소망 없이 기계적인 목회 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을 이해합니다.

그런 동료들을 많이 생각나게 하는 특별한 책, 고마운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바로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IVP)입니다. 저자 권연경 교수(숭실대학교)는 분열과 갈등, 신학적 혼란과 윤리적 문제 등, 이른바 "교회 문제의 종합 선물 세트"(43쪽) 같은 고린도 교회를 지키려는 사도 바울의 애타는 심정을 탁월하게 그려 주었습니다. 절망하는 데 시간 낭비할 여력이 없었던 바울의 열정을 살피며, 교회 현실을 비관하는 일에만 열중했던 제 삶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를 너무나 사랑하다가 본의 아니게 늪에 빠져 마음 아파하는 분들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 - 욕망의 시대, 사랑에 뿌리내린 교회> / 권연경 지음 / IVP 펴냄 / 668쪽 / 3만 7000원

"은혜로 선택된 성도들이 교회에서 서로 경쟁하고 분쟁한다." (135쪽)

우리가 잘 알 듯, 고린도 교회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 및 사도와 신자들 사이의 긴장이라는 근본 문제"부터, 우상숭배와 음행의 문제, 그리고 "부활에 관한 신학적 혼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49쪽). 그런데 그 모든 문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고린도 교회가 "주변 사회의 기대나 가치에 휘둘"린다는 데 있었습니다(58쪽).

하나님께서 성도들을 부르신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귐'임에도, 고린도 교회는 당시의 "세속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경쟁적이고 위계적인 가치와 그 지혜에 대한 집착"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입니다(95쪽). 복음의 능력으로 세속 사회와 구별돼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속 사회의 논리를 구현하는 장이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강단은 보통 '믿음'과 '행위'의 대비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말합니다. 믿음의 반대는 행위가 아니라 "무기력한 '세속적 가치'에 대한 의존"(85쪽)이라고 말입니다. 고린도 교회는 교회 내에서 경쟁과 분쟁을 일삼는 행태를 통해 "그들의 신앙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72쪽)을 드러냈습니다.

"고린도 교회에서 목격되는 경쟁적 갈등과 분열은 모두 '사람을 자랑'하는 욕망의 결과물이다." (134쪽)

안타깝게도 2000년 전 고린도 교회의 모습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오래전 어느 부흥회에 참석한 일이 문득 생각납니다. 교회 입구에는 '주님만 자랑하라'는 부흥회 주제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가 무색한 설교를 들어야 했습니다. 강사 목사님은 서울대에 들어간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고, 저는 참 마음 아팠습니다. 소위 입시 지옥에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로하고, 왜곡된 교육 현실에 하나님나라가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그 목사님이 '대놓고' 아들 자랑을 한 것은 아닙니다. 권연경 교수의 말처럼 "겉으로는 하나님의 지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세속적 지혜라는 실속을" 차리는 화려한 '설교 기술'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세속적 태도와 삶에 젖을수록 우리의 '신앙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저자의 말이 참 서글프게 다가옵니다(159쪽). 예수의 이름을 열심히 동원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교묘히 자랑하며 예수를 모독하는, 위선적인 강단의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죠.

우리는 이 대목에서 사도 바울이 무엇을 했는지 살펴야만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울은 그저 절망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편지(고린도전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붓을 들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힘을 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호 경쟁과 분열이라는 이상 증세를 보이는" 고린도 교회를 향해 바울이 선포한 복음이 무엇입니까(88쪽)? 그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였습니다.

십자가는 "새 생명의 원천"입니다. 십자가는 "세상의 피상적 가치관과 충돌하며 그 가치관을 전복"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104쪽). 그러므로 십자가의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세속적 '현명함'에 대한 환멸"을 불러옵니다(83쪽). 결국 "세상이 지혜롭다 여기는 가치들을 추구해서" 구원을 받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117쪽).




"사랑을 최종 목표로 삼으십시오." (고전 14:1, 저자 사역)

이런 십자가 복음의 이야기는 '사랑'과 필연적으로 연결됩니다. 세속 사회는 이웃을 극복해야 할 경쟁 대상으로 전락시키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만난 사람에게는 이웃의 의미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웃은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더욱이 "한 분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가 서로 갈라질 명분"(69쪽)은 결코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저자는 고린도전서의 핵심이 '사랑'이며 심지어 고린도전서 전체의 요약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이지만 하나님의 교회에 속한 성도들은 거룩한 삶에 대한 초월적 열망을 품고서 살아간다." (58쪽)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17년 전에도 들었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 느낌이 없을 정도입니다. 뜻있는 목회자와 신자들을 절망하게 하는 소식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쳤고, 마음은 황폐해졌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오늘을 위한 고린도전서>를 만납니다. 이 책이 2쇄, 3쇄를 찍는다 해도 한국교회의 폐단이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수천수만 쇄도 더 찍어 냈을 2000년 전의 고린도전서에서 보는 현실이 지금도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소중합니다. 욕하고, 비난하는 일에만 익숙했던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길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아픈 현실 속에서도 교회를 너무나 사랑했던 바울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에 이식될 것입니다. 사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현우 / 자유인교회 담임목사. 기독교는 그런 이상한 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기독교인들에게' 증언하는 일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정중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0월 25일, 화 5:2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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