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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당신이 취한 '국뽕', 한민족 우월주의일 수도 있다
[서평] 정회옥의 <한 번은 불러보았다>

(서울=오마이뉴스) 허형식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에 열광한 이유',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인의 대단한 ○○'... 언젠가부터 필자의 유튜브 타임라인을 가득 채운 콘텐츠 제목이다. 이 외에도 외국에서 펼쳐지는 KPOP 랜덤 댄스 영상, 외국인이 한국 음식과 문화에 놀라는 반응을 보여주는 영상, 한국 가수들의 미친 가창력에 반응하는 외국인들의 영상 등이 줄줄이 플레이 된다.

이른바 국뽕 콘텐츠들인데 조회 수가 대부분 몇십만 뷰 이상으로 굉장히 높다. 한마디로 열광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돈이 되는 콘텐츠다. 이런 국뽕이 무슨 문제이겠느냐 마는, 국뽕이 한민족 우월주의의 또 다른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 큰 문제다. 최근 이 주제를 다룬 책 <한 번은 불러보았다>가 출간되었다.

한국인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 한 번은 불러보았다 표지 ⓒ 위즈덤하우스

책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정회옥 교수가 한국인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고발하고 그 뿌리를 찾는 여정을 담았다. 잠깐? 한국인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한국에 인종차별이 있다고? "에이 설마 우리나라 정도면 외국인에게 차별 없는 나라 아닙니까?" 반문할 사람 많겠다. 더 나아가 "선비의 나라인 우리가 어찌 인종을 차별하겠습니까?" 그런 독자라면 청심환 하나 깨물고 마음의 준비부터 하고 이 책을 들춰보길 바란다. 우리는 150년 전부터 지독한 인종주의자였으니까.

책 속에 등장하는, 오늘날 한국인의 인종차별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자.

"2007년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로 부임한 인도 출신의 후세인이 겪은 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9년 7월 10일 오후 9시경 한국인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부천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던 한국인 P가 후세인과 친구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P는 후세인의 친구에게 "조선×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라고 말했다. (중략) 외국인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한국인을 고소한 첫 사례인 이 사건은 곧 검찰로 송치되었고, 인종차별 발언을 한 P에게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었다."
-131쪽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K는 2020년 10월 퇴근하는 중에 모욕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그에게 50대 중반의 중년 남성 두 명이 "야 코로나!"라고 부르며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K의 항의에도 이들은 당당했고, 그의 어두운 피부색을 보고는 "불법 체류자 아니냐?", "한국인을 상대로 돈 뜯어먹는 놈 아니냐?"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와서 가장 먼저 한 일 또한 가해자들이 아니라 K의 신원 조사였다."
-132쪽

혹시 두 사례가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가? 그럼 당신이 오늘도 썼거나 어제도 들었을 이런 말은 어떤가? 흑형, 짱깨, 튀기, 똥남아, 개슬람. 보통의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멸칭(경멸하여 부르는 말)의 언어다.

멸칭은 고스란히 행위로 나타난다. 식당에서 일하는 동남아 사람들만 보면 무조건 반말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대놓고 묻는 사람들, 재미 교포, 재유럽 교포와 같은 교포인데도 유독 조선족 교포만은 멸시하는 사람들... 이쯤 되면 책 제목 <한 번은 불러보았다>가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경멸하는 호칭으로 불러보았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꼬집는 제목이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유행한 한국식 인종주의의 이중성을 비꼰 만화에서는 한국인은 백인 남성에게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멈춰라"라고 울면서 호소한다. 뉴스에서 많이 봤던 풍경이다. 하지만 정작 어두운 피부색의 동남아시아인 남성에게는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노예 인종"이라고 조롱한다. 저자는 "한국식 인종주의를 신랄하지만 정확하게 묘사한 이 만화를 보노라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적는다.

K인종주의를 직시하라

여기까지만으로도 놀라운가? 진짜 놀라운 건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우리 핏속에 숨겨진 인종차별의 뿌리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오래된 역사가 있다. 정 교수를 따르면 한국인의 인종차별은 1876년 개항 이후로 올라간다.

"흑인들은 가죽이 검으며 털이 양의 털같이 곱슬곱슬하며, 턱이 튀어나왔으며 코가 넓적한 고로 동양인보다도 미련하고 흰 인종보다는 매우 천한지라."
-38쪽

1897년 6월 24일 자 <독립신문> 사설은 흑인을 이렇게 묘사했다. <독립신문>의 인종주의적 편견은 끊이지 않는다. "흑인과 적인은 인류가 아닌 것은 아니로되 족히 의논할 것이 없고……." 이는 <독립신문> 1899년 9월 11일 자에서 뽑은 글이다. 당대의 엘리트인 윤치호는 미국 사회의 흑인 차별을 정당한 일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는 뒤늦은 개항으로 조바심이 난 조선 엘리트들이 서구의 인종주의를 비판 없이 수용해, 소위 '서구식 인종 피라미드'를 만들어 다양한 인종을 줄 세운 결과다. 이들은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한성순보>, <독립신문>, <매일신문> 등의 근대적 매체인 신문을 통해 이런 편향된 사상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전파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은 '망국민론', '야만 인종론'을 교육받으며 식민주의를 내면화하고, 이에 대한 반발심리로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가 시작됐다. "민족주의는 '우리'와 '타자' 사이의 구분 짓기를 한국인의 의식 깊숙한 곳에 새겨놓았고, 이로써 '우리 결속'은 너무나 쉽게 '타자 배제'로 이어져 왔다."(13쪽)

해방 후 민족주의는 이승만 정부를 거치며 일민주의(一民主義)로 왜곡, 변질하였다. 단일성에 해가 되는 것이 있으면 신속히 제거하고 버리라는 일민주의는, 순혈주의 신화에 집착하고 우리와 혈통, 문화, 종교,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인종주의와 맥이 닿는다.

일민주의는 체계를 갖춘 이념으로 보기에는 매우 빈약했지만, 해방 후 반공주의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이승만은 대한청년단 창단 격려사에서 "일민의 기치하에 공산주의를 쓰러뜨리자"라며 반공주의와 결합한 일민주의를 제창했고, 이는 한국적 전체주의 이념으로 강화되었다.

1970년대가 되면서 한국인의 인종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국가의 개입 아래 급속하게 산업화하면서 발전주의와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결합하며 '우리 민족'은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성역이 되었고, 그 밖에 놓인 '그들'은 철저히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 발전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하자는 독려는 경제적·물질적 성공과 번영을 최상의 가치로 삼는 태도를 형성했다. 그 결과 한국식 인종주의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뿐 아니라 돈이 많은지 적은지 따위를 따지는 경제적 차별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었다. 한국인이 가난한 나라 출신 외국인을 부유한 나라 출신 외국인과 다르게 대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발전 지향적인 사고가 똬리를 틀고 있다."
- 82쪽

바야흐로 K의 시대다. 음악, 드라마, 영화, 웹툰 어디든 K를 붙이고 자랑스러워하는 시대다. 개개의 놀라운 성과는 당연히 응당한 평가를 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인 찬양으로 흐르고, 더 나아가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흐른다면 위험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단지, 인종차별에 대한 법적 정의나 규정이 없고, 관련 범죄에 대한 통계도 수집되지 않아서일 뿐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에 '다양성'은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다. 지금이라도 'K 인종주의'를 인정하고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그렇게나 자랑하고 싶어 하던 '진짜 국격'의 시작 아닐까.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0월 18일, 화 4: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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