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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플로리다 지역소식
 
오고 또 오는 허리케인... 대피 명령엔 집 떠나는 게 상책!
[스페셜리포트] 집 무너뜨리는 거대한 폭풍해일에 '행운'을 믿지 말아야


▲ 허리케인 이언이 휩쓸고 지나간 사흘 후 올랜도 아트 뮤지엄 앞길. 호수가 넘쳐 물에 찬 도로를 차량들이 조심스레 운행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최근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은 폭풍해일의 무서움과 아울러 대피 명령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폭풍해일은 저기압으로 수면이 상승하거나 바다에 강한 바람이 육지 쪽으로 불면서 불어난 바닷물이 해변을 넘어 육지로 밀려온 뒤,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집이나 도로 등 해변의 모든 것을 쓸어가버리는 자연재해다.

최근 <탬파베이타임스>는 '폭풍해일의 치명성: 허리케인 이언은 왜 대피 명령이 떨어지는지 보여준다(How storm surge kills: Hurricane Ian showed Florida why we’re told to lea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한 사망 사례를 들며 대피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미치 파시나라는 남성은 바람이 불기 전부터 날씨를 계속 주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락한 포트 마이어스를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친숙한 사람들이 있었고, 안내원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도서관도 있고, 아내와 함께 늘상 바라보는 황금빛 일몰 등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27년동안 2층짜리 듀플렉스에서 살면서 아내 메리와 플로리다 허리케인을 함께 견뎌냈다.

미치는 허리케인이 올 때마다 늘상 하던대로 발전기를 발코니에 묶고, 그릴용 프로판 가스를 준비하고, 멀리서 안부를 묻는 친지와 지인들에게 준비가 끝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36시간은 어떠한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폭풍이 다가오자 미치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도로 표지판 아래에서 파도가 출렁일 때까지 계속 글을 올렸으나, 어느 시점에서 "아마도 매우 나쁜 결정(대피하지 않음)을 한 것 같다"라고 적었다. 폭풍 해일은 아래층 야외에 만들어 놓은 바를 쓸어버렸다. 한 시간 후 미치는 마지막으로 글을 올렸다.

"그래, 우린 당했어!(OK,WE’RE TERRIFIED!)"

메리는 지갑과 할머니의 반지를 챙긴 뒤 이웃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옆집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집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천장이 무너졌다. 그들은 탈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치는 수영을 할 수 없었다. 메리는 미치가 물에 빠질 것을 대비해 침대 시트로 그의 몸과 자신의 몸에 묶으려고 했지만, 미치는 그것만으로는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말했다. 순간 거센 물줄기가 무너져 내리는 집에서 그녀를 끌어냈다. 그녀는 미치에게로 헤엄쳐 돌아가려 했으나, 집 지붕의 나머지 부분이 무너지는 바람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64세인 메리는 부서진 현관의 조각에 의지하면서 홍수가 물러날 때까지 버텼다.

다음날 포트 마이어스 해변 하늘은 푸른색으로 돌아왔고, 구조대원들이 죽은 사람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멍들고 물건에 뒤엉켜 있었고, 일부는 물살에 집에서 멀리 떠밀려갔다. 메리는 구조된 후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고, 해변과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떠나 친구 집으로 퇴원했다. 남편 미치의 시신은 일주일 후 집에서 150야드 떨어진 도로에서 발견됐다.


▲ 폭풍해일을 설명하는 그림 ⓒ 위키피디어

가장 큰 살인자는 '바람' 아닌 '물'

메리는 밤만 되면 자신들이 한 선택과 허리케인이 당도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우린 왜 대피 하지 않았을끼?"라며 자탄한다. 메리는 "대피했다면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이 담긴 집은 사라졌어도 미치는 살아있었을 것이다"라며 슬퍼했다. 메리는 "미치는 항상 104세까지 살겠다고 했는데, 살아있다면 그가 사랑했던 산책, 밀러 라이트 맥주, 시카고 컵스 야구경기를 더 많이 즐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플로리다 주민들은 미치와 메리처럼 허리케인이 올 때 집에 머물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호텔은 비싸고, 이미 예약되었거나, 멀다고 생각한다. 또 수 십 년간의 허리케인 경험은 폭풍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은연중 갖게 한다. 대피는 직장을 결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웃도 안 떠났기에 떠나지 않는다. 도둑들이 판을 칠 수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시간이 늦어 버리고, 도로는 막히고,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진다. 그리고 집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피해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때 다른 누군가는 타격을 입는다. 허리케인 이언은 남서부 플로리다에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 12피트 높이의 폭풍 해일은 버스가 밀어닥치는 것과 같은 힘으로 해변 마을을 계속 강타했다.

기상 예보관들과 비상 관리자들은 플로리다 주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허리케인의 가장 큰 살인자는 바람이 아닌 물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언으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익사였다. 이언 재앙의 진원지인 리 카운티 지역은 폭풍 해일에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1만5000명의 이주자들이 들어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이미 이언은 플로리다에서 악명높은 허리케인들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 앤드류는 1992년에 44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4년 챨리는 33명, 2017년 어마는 84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이언으로 인한 사망자는 ABC 뉴스 12일자 보도 기준으로 최소 127명이다. 이중 이언의 직격타를 맞은 리 카운티가 56명, 샬럿 카운티가 24명을 차지했다. 이들 숫자는 주 의료감시관위윈회와 지역 담당관들의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다. 방송사는 사망자 상당수의 사인이 익사라고 전했다.

앞으로 의료 감시관은 허리케인 이언 사망자들의 사인을 더욱 확실히 밝혀낼 예정이다. 익사처럼 물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사망 외에도 간접적인 요인으로 목숨을 잃은 몇몇 사례들이 밝혀졌다. 89세 노인은 집 발전기 고장으로 전력을 잃어 산소 탱크가 작동을 멈추어 사망했고, 75세 남성은 심장발작이 왔으나 구급요원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73세 노인은 자신의 집이 파손되자 권총 자살했다.

주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55세 이상이며, 최연소 나이는 19세, 최고령자는 96세이다.

일부 의료 감시소는 아직 사망자의 이름과 시신이 발견된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가지 15개 카운티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매너티 카운티에서는 한 여성이 흡연을 하러 집 문밖에 나갔다가 강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숨졌다. 하디 카운티에서는 25세 남성을 태운 차가 강물에 휩쓸려갔다. 동부쪽 볼루시아카운티에서는 67세 남성이 구조요원이 당도하기까지 버티지 못하고 익사했다.


▲ 몰아친 허리케인에 물이 차고 있는 레이크 메리 지역의 한 주유소. ⓒ 코리아위클리

"바람에는 몸을 숨기고, 물 앞에서는 도망가라"

허리케인 생존자들은 오랫동안 물의 공포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보통 물의 두려움을 상상할 때 수영장의 가장 깊은 곳이나 파도타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폭풍해일은 바다에 떨어진 몸에 주위의 파도가 충돌하면서 몸을 부서뜨리는 듯한 충격을 준다고 말한다. 또 물이 계속 불어나면서 가구, 차량, 지붕을 물에 몰아넣고, 버틸 것 같았던 건물도 무너진다.

기상학자들은 사람들에게 '바람에는 몸을 숨기고, 물 앞에서는 도망가라(hide from the wind but run from the water)'라고 매번 주지시키지만 실패한다고 말한다.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를 향해 점점 다가올 때, 포트 마이어스 비치의 일부 주민들은 일기예보관들의 강한 어조의 경고를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보니 고티에 라는 남성(59)은 그리스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섬에 머물고 싶었다. 허리케인이 오던 날 고티에는 단지 몇 블록 떨어진 포트 마이어스 비치에 있는 친구의 집으로 걸어갔다. 보니는 일부 사람들이 폭풍에 대항하는 '무기'로 여기는 독한 술과 함께 2층짜리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걸프만이 바깥의 거리를 삼키기 시작하자, 무리 중 한명이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오후 1시가 되자, 그들의 영상은 건물에서 넘쳐 나온 파편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제기랄!' 하는 목소리와 함께 영상은 끊겼다. 이들은 결국 집으로 들어온 물에 휩쓸려 건물 밖으로 내쳐졌고, 요동치는 물 속에 흩어졌다.

보니의 시신은 다음날 아침 동네 막다른 골목에서 발견됐다. 한 친구는 보니가 나무에 매달리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보니의 집과 물품들도 모두 물에 떠내려갔다. 그녀의 남은 유품은 몸에 착용하고 있던 팔찌와 반지 뿐이었다.

구조대원들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 오래 됐지만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사람들의 삶을 산산조각 냈고, 해안에 흩어진 더러운 매트리스, 뒤집힌 소파, 전선, 깨진 유리 등 폐허 더미는 물의 위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올려짐: 2022년 10월 18일, 화 11:1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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