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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김건희 yuji 논문' 조롱한 대기자의 '매운맛' 칼럼
[언론비평] 김순덕 기자의 태도 변화... 윤 대통령 위기를 대하는 보수언론의 시각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윤석열 정부를 나는 '해방의 정부'라 부르고 싶다. 그 깊은 뜻을 모르고 지지율이 20~30%대로 추락한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절망은 이르다.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예스, 위 캔 두 잇. Hal su it da."

'할 수 있다'를 소리나는 대로 영문 표기한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예스, 위 캔 두 잇"이라는 문장과 호응도 걸작이다. 이 문단만 보면 이게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할 수 있으리라. 지난 주 소셜 미디어 등을 강타한 김소민 자유기고가의 <한겨레> 칼럼의 결미는 실로 강렬했다.

<한겨레>도 이를 감지했을까. 최초 <롤모델 김건희>라는 다소 건조무미한 제목은 얼마 후 <롤모델 김건희…Hal su it da, 나도 박사가 될 수 있다!>로 변경됐다. 해당 칼럼에 영감을 받아 이른바 '오마주'를 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마저 화제를 모았다(관련 기사 : 김건희를 롤모델 삼았더니.. 경찰이 메일을 보냈다 http://omn.kr/20gt2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우리 시대의 롤모델이다"란 첫문장에 이어 '전 국민 박사 시대'를 선포한 아래 서두부터 끝까지. 김소민 자유기고가의 칼럼은 전체가 김건희 여사의 'yuji' 논문과 국민대의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대한 역설적이고 처절한 풍자이자 위트 넘치는 블랙 유머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일부 매체는 기사를 통해 그 칼럼을 직접 인용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비판만 아니었다면 보수진보를 넘어 여러 언론이 언급하며 한층 더 회자되고도 남을 칼럼이었다. 그런데 9월 1일 <동아일보>가 해당 칼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김순덕 대기자의 '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총재) 겸임하시라'라는 칼럼이었다.

<동아일보> 칼럼에서 돌출된 'yuji' 논문 패러디


▲ 9월 1일 <동아일보> A30면(오피니언)에 실린 김순덕 대기자의 "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총재) 겸임하시라" 칼럼. ⓒ 동아일보 PDF

"(일련의 국민의힘 내분 사태와 같은) 이런 편법 탈법 꼼수에 '국민'의 '힘'이 언급된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보다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헌 7조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서 '금지'만 빼면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 당 총재직을 겸한다'로 바꾸는 거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기법에 따라 Chong Jae직이라 해도 누가 감히 문제 삼지 못한다."

"Chong Jae직"이란 표기가 눈에 콕 박힌다. 김 여사의 'yuji' 논문을 비꼰 것이지만 'Hal su it da'가 연상될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동아일보>의, 그것도 대기자가 패러디에 동참한 것이다. '김순덕의 도발' 시리즈로 유명하고 지난해 '장지연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순덕 대기자는 누구인가.

"태평성대 시절이면 또 모른다. 코로나19에다 백신 부족사태 때문에 국민은 옴짝달싹도 못 해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른다. 믿고 싶진 않지만 김정숙 여사한테 벨베데레궁 국빈 만찬 같은 마지막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기획한 건 아닌지, 몹시 궁금했다." - 2021년 6월 <동아일보>, [김순덕의 도발] 文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진짜 이유 중

김 대기자는 지난해 G7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오스트리와와 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것을 두고 '김 여사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 아니냐고'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당시 문 전 대통령이 과거 오스트리아의 "좌우를 포괄한 성공적인 연립정부 구성"을 언급할 걸 빌미로 문 전 대통령이 '남북 연방제 개헌'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소설'을 쓴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대기자는 문재인 정부 내내 '중국몽'을 강조하며 문 전 대통령의 이념을 문제 삼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검찰 총장과 대선 후보 시절 '처칠 리더십'에 비유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애정 표현은 물론 그 애정에서 우러나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애처증은 병"이라거나 "사시 9수 윤석열, 대선도 9수할 참인가"란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이 딱 그랬다. 윤 대통령을 향해 애정과 애증 사이에 걸친 칼럼들을 다수 발표해왔다. 아울러 국민의힘 대표직을 꿰찬 이준석 전 대표의 '공정'을 향해선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김 대기자의 1일자 칼럼이 눈길을 끄는 것은 비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롱이 담겨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을 향한 김 대기자의 태도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해당 칼럼에서 김 대기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여당 총재직을 내려놓기까지 과정 및 대통령의 당권 장악의 나쁜 선례들을 나열한 뒤 "이 모든 걸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당 총재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후 내놓은 윤 대통령 평가는 혹독했다.

<동아일보> 대기자의 태도 변화... 징후적이다

첫째는 정직성이다. 윤 대통령은 한사코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지만 국민은 안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는 휴대전화 문자까지 노출됐으면 100일 기자회견 때 솔직한 유감 표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피해 갔다. 그러고도 여당 연찬회에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당무 개입은 무수히 벌어질 것이고, 대통령은 부인할 게 틀림없다.

둘째, 사람 보는 눈을 의심케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자 답변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사람이지 윗분의 뜻을 받드는 내시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내 사람 밀어 넣기, 지역구 챙기기에 끔찍한 '윤핵관'은 위험하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은 "재벌은 핏줄이 원수요,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 곁에 이런 윤핵관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스럽다.

셋째, 법치도 흔들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2월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냈던 징계처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에 대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번 이준석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윤석열 정부의 재판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재판부 존중은커녕 "우리 당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다소 길지만 핵심 내용을 인용한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윤 대통령의 교언영색과 같은 거짓말과 '윤핵관'의 전횡,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법치주의 무시'를 요목조목 비판하고 있어서다. <한겨레> 칼럼이 '순한 맛'이었다면 김 대기자의 칼럼은 '매운 맛' '독한 맛'이라 할 수 있었다.

김 대기자의 칼럼은 충분히 징후적이다.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부사장의 '어둠 속 반지하 계단에서 미끄러진 대통령'이란 '윤비어천가'급 칼럼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이 반지하 안에..." 중앙일보 주필의 역대급 '윤비어천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 이후 보수 언론의 쓴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김 대기자도 지난 한 달 간 "윤 대통령은 '실패할 자유' 없다"라거나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모른다" "위기의식 없는 대통령의 '건희사랑' 문제"와 같은 쓴소리를 쏟아내왔다.

국민의힘의 내분 사태가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김 대기자의 1일 칼럼은 끝이 안 보이는 이 파국을 사실상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이에 대한 '보수의 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갖가지 독설을 내뱉었던 <동아일보> 대기자의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야말로 윤 대통령의 위기는 물론 보수신문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징후적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9월 05일, 월 9: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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